피스캠프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상시 쪽빛캠프를 진행중이고, 여름과 겨울방학 무렵에는 시즌 프로그램인 피스로드와 방학캠프를 하고요. 참, 지난 2015년 부터는 온 세상을 떠돌며 쪽빛캠프를 하고 있어요. 태국은 물론, 필리핀, 몰타, 뉴질랜드까지, 지구촌 곳곳을 돌아다녔지요. 올해도 그럴 예정이고요. 모두가 비행기 타는 데에는 이골이 날 지경이랍니다. 덕분에 마일리지는 좀 쌓았네요. 그 와중에 자꾸만 다른 나라에도 가자고 아우성이니 피스캠프는 도무지 쉴 틈이 없답니다.
이번 쪽빛캠프는 다시 태국에서 진행할 예정이에요. 그런데 쪽빛캠프에 참가하는 친구들도, 부모님들도, 태국에서 쪽빛캠프를 진행할때면 아쉬워해요. 태국 쪽빛캠프에 한 번 참가했던 친구들과 그 부모님들이 더욱 그러한데, 정작 스텝들이나 1년 이상 장기 참가 중인 친구들은 다시 태국에 간다고 하면 좋아라 하지요. 아무래도 고향집에 가는 느낌을 주는 모양이에요.
이참에 좀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요. 피스캠프가 정기적으로 태국에서 쪽빛캠프를 진행하는 이유를요.
우선, 비용 문제를 무시할 수 없어요. 운영하는 스텝들도, 참가하는 친구들도(정확히는 참가자의 부모님이시겠죠.) 매번 먼 나라 비싼 나라만 다니면 부담이 너무 커집니다. 피스캠프가 그나마 저렴한 비용으로 전 세계 곳곳을, 단순 여행이 아니라 장기간 살아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죠.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절대치는 그래도 비싸요. 물가 자체가 다르니까요. 거기에 비행기표까지 합치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부담이 있지요.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답니다. 피스캠프가 필리핀에서 태국으로 이전한 것과 같은 이유죠. 사실 태국에서는 온 세상을 만날 수 있거든요. 물론 그 동안 태국에서 진행한 쪽빛캠프는, 태국에서 온 세상을 만날 기회를 일방적으로 제공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스스로 그걸 찾을 수 있도록 유도했지요. 절반의 성공인 것으로 평가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좀 달리 할 생각이에요. 온 세상을 만날 수 밖에 없는 태국 쪽빛캠프.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자세한 설명에 앞서 온 세상을 만나는게 왜 중요한지 먼저 말씀드릴께요. 지구촌이니 글로벌이니 하는 말, 좀 식상하죠? 좋은 의미이긴 한데 너무 많이 썼거든요. 거슬러 올라가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진작에 말한 겁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이 결국 지구촌을 의미하죠. 개인도 혼자 살 수 없듯, 이제는 국가도 그러하거든요. 21세기, 더 이상 혼자 사는 나라는 없죠. 지구상 모든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치며 살아갑니다.
지구촌이란 말을 잘 못 쓴 사례도 있어요. 지구촌은 평등과 존중이 바탕이어야 하는데, 그릇된 민족주의로 타국을 깎아 내리거나 정복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죠. 지구촌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물론 말처럼 쉬운일은 아니죠. 단위가 커질 수록 복잡합니다. 선한 개인이 모인 집단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는 악을 서슴치 않는 경우가 많지요. 그 극단에 바로 전쟁이 있고요.
전쟁의 반대는 평화입니다. 평화는 공존을 기반으로 합니다. 공존은 존중에서 출발하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달리 말하면 전쟁을 막는 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일반 학교에서는 이걸 배우기가 힘들죠.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 반대를 배웁니다. 결국 옆 친구보다 내 성적을 더 높게 만드는 것이 목표니까요. 공멸에 가까운 이러한 경쟁을 멈추고,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은 정녕 불가능 할까요? 사실 공존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두려움 때문입니다. 나만 도태될까봐, 내 아이만 뒤떨어질까봐, 그게 두려운 겁니다. 그럴만도 하죠. 모두가 경쟁에 혈안인데, 나만 공존을 외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운동장'이 기울어졌으니 어차피 질 게임이라고 생각하여 포기합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더 현명한 걸지도 몰라요. 어른들은 현실을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지만,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느끼는거죠. '헬조선의 흙수저'는 어차피 해도 안된다는걸.
역사적으로 민초의 항쟁은 모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자 하는 노력이었습니다. 그 모든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허나 매우 안타깝게도 현실은 여전합니다. 솔직히 고백할께요. 그래서 피스캠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그럴 역량도 없고요. 다만, 좀 작더라도 운동장을 새로 지으려고 하는 겁니다. 사실 피스캠프가 하는 일은 운동장을 만들 친구들을 찾아 길러내는 게 전부죠. 새로 짓는 운동장은 설계부터 마감까지, 참가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제대로된 '지구촌'이지요.
혼자살 수 없는 이 지구촌에서, 공존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는 것은 고귀한 일입니다. 그런데 고귀해서 배워야 하는 건 아니에요. 냉정하게 말해서, 공존은 결국 생존의 유일한 방식이거든요. 살기 위해 '지구촌'을 잘 배워야 하는 거죠. 놀랍게도 금수저 여러분들께도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흙수저의 몰락이 금수저의 몰락을 불러 오는 것, 잘 알고 계시겠죠?
어쨌든,
쪽빛캠프를 거쳐가면 온 세상 사람들을 다 친구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게다가 지구촌 구석구석을 전부 다 우리동네 같은 느낌으로 여기게 돼죠. 어때요?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오는 나라입니다. 또 수많은 국제 NGO 단체들의 본부가 있습니다. 태국은 전 세계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이죠. 지구촌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는 법을 익히기에, 태국 만한 곳이 없어요. 바로 그겁니다. 태국에서 정기적으로 쪽빛캠프를 하는 이유가요.
이번 쪽빛캠프에는 아주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어요. 치앙마이 피스캠프에서만 머물지 않고 태국 곳곳을 다니며 여행도 하고,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민 커뮤니티에 머물며 그 일원이 되어볼 겁니다. 물론 치앙마이 피스캠프에서 지내기도 할거에요. 삶의 튼튼한 뿌리와 지표를 만들어줄 인문학, 풍요로운 삶을 위한 예술, 자립과 생존을 위한 다양한 기술 등, 진짜 공부를 하기에 치앙마이 피스캠프가 제격이거든요.
어때요?
우리 함께 해볼까요?
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