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보림 이충호
‘오빠’란 말은 가족의 개념에서 사용되어온 말이다. 오라버니란 말에서 변형되었다고
할까? 지금은 잘 사용되지는 않지만 오라버니라는 단어는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라버니라고 불러 줄 사람은 누이동생이 있어야 한다. 그 둘의 관계를 줄여서 오누이
라고 해왔다.
나에게는 ‘오빠’라고 불러줄 오누이가 친가 중에는 하나도 없다. 외가 쪽에는 제법
있었지만.... 친가 쪽 어르신들이 모두 일찍 돌아가신 덕분에 지난 100년 동안 대대
로 아들 하나만 남겨진 무녀독남의 신세가 바로 나인 것이다.
내가 요즘 들어서 즐겨 보는 T.V 프로중 하나인 ‘인간극장’이 있다. 최근에 본 그
프로 중에서 나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 ‘인간극장’이 있다.
그 무대는 전북 정읍의 농촌이었고, 주 출연자는 40대 중반이 넘어선 한국 남자와
이제 20대 중반인 예쁘게 생긴 베트남 여인으로 아이까지 딸린 부부간이다. 이른바
다문화 가정인 것이다. 나이 차가 20년이 넘는 그 부부의 호칭은 한국말이 유창한
베트남 댁은 여보나 당신이 아닌 ‘오빠’였다. 애교와 사랑이 넘치는 표정과 목소리가
간드러져 있었다.
지금까지 아니 우리의 시대까지만 해도 부부간의 호칭은 여보나 당신이 주류였다.
그 뒤론 약간 변형된 것으로 ‘자기’ 아닐까? 그 ‘자기’라는 호칭은 딸들과 며느리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 같다. ‘오빠’라는 호칭은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내 앞에서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그런데 일반적으로 요즘엔 부부지간에도 ‘오빠’라는 호칭은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고 뒤늦게라도 알게 되어서 면무식을 하게 되어 다행이다.
한 때는 S인지 X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귀는 사이 정도에서 S오빠, X누나의
호칭이 유행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잠잠해진 것 같다.
어쨌든 부부간에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나로서는 재검토해야 할 말 같다.
혈육관계에서 시작된 말이 오빠라 한다면 부부간에 혹은 그 전 단계에서 사용하는
호칭으로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야 말로 근친상간에 해당한다고 하면 지나친 말
이 될 것인가?
오빠와 같은 침대에서 팔베개를 하고 껴안고 잠을 자고 사랑을 표현한다면 정상적인
오누이간의 잠자리는 아니지 않겠는가?
굳이 신부가 신랑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해야 만이 사랑이 새로워진다거나 굳건
해지는 것이 아니라면 여기서 탈피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지 않겠는가?
두사람 사이에서 사랑하는 오누이가 태어났는데 부모 간에도 오빠라는 호칭을, 딸이
아들에게도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나라는 사람이 이러한 고민을 즐겁게 하는 것은 그저 쓸데없는 기우에 그칠 것인가?
나에게 오빠라고 불러주는 여인네가 없어서 인가?
마나님께서 날더러 ‘오빠’하고 목 놓아 부른다면 난 어떻게 할까?
2021. 10월에
첫댓글 일리 있는 지적 같습니다.
이름을 바르게 해야 한다는 공자의 정명(正名)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