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 새
보림 이 충호
나는 젊어서 경찰공무원을 하던 시절에 냄새를 잘 맡는다는 경찰이라는
칭찬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냄새가 나는데.....' '요즘 냄새가 안좋아'라고 넘겨집고 한마디 할라치면
빈손으로 돌아나오는 일은 별로 없었다고 기억됩니다.
냄새는 원래 사람의 얼굴중에서 중심이되는 코의 기능중에 하나가 되겠
습니다.
물론 코의 주요 기능은 숨쉬기가 될 것입니다. 또 하나는 후각이라는 냄새
맡는 기능을 말하겠습니다.
후각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하는 숨쉬기 만큼 막중하지는 않겠지만 병원에
도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있는 것 처럼 냄새 맡는 것이 소중한 기능에 속하
는 것으로 압니다.
여기서 내가 경찰관으로서의 맡았던 냄새는 코의 기능과는 다소 거리가
거리가 있는 것임을 또 밝혀둡니다.
그 때의 냄새는 코의 기능과는 거리가 있는 육감의 기능이 아니었나 싶
습니다.
지금 나의 몸은 암이라는 병에서 깨어나 완치의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병의 치료를 위해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받았는데 그 후유증의 하나로
냄새를 맡는 기능에 장애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 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커피 마시기를 좋아하는 내가 어느 날 커피를 마시려는데 그 향이
내 코를 통하여 온몸에 전파되는 짜릿한 황홀감에 순간적으로 빠져버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항암치료후 상당기간동안 커피냄새는
물론이고, 비누냄새 그리고 나의 마보님의 화장품 냄새도 맡지 못하는 장애
인이 되고 말았다는 서글픈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음식의 경우에는 냄새보다는 혀끝을 통해 전해지는 맛을 보는 기능이 그나
마 잘 보존되고 있어서 코끝을 통한 냄새의 불통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
습니다.
그나마 지금부터 1년여 전부터 몇달에 한번 정도 아주 잠시나마 커피의 향을
맛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지금 4~5개월에 한번씩 치료의 효과를 점검하러 다니고 있는 대학병원 호흡
기내과의 여교수는 내 몸이 썩 좋아지고 있다고만 합니다.
아마 나의 냄새 맡는 기능은 대학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을 때에나 제대로
확인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그 때에 내 몸의 기능은 모두 정상화 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다만, 지금 내가 겪고있는 후각의 기능이 마비됨으로 야기되는 편리와
불편의 판가름은 반반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편리한 점은 맡기 싫은 화장실과 같은 나쁜 냄새는 맡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아무쪼록 좋은 냄새만 맡을 수 있는 기능만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기원
합니다.
2022. 3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