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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108번뇌가 벌어지고 또 벌어져서 팔만 사천 번뇌 망상을 이루게 되고,
그 번뇌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무수히 왔다갔다하면서 마음을 흐트려놓기 때문에
중생은 번뇌로 인해 시달리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8번뇌! 이것은 우리의 흩어진 마음을 뜻한다.
하나로 모아진 마음이 아니라 바깥으로 흩어진 마음,
근원을 돌아보는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흘러 내려가는 유전(流轉)을 뜻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108번뇌와 깊이 결속되어 있는 삶이 중생의 삶인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108번뇌는 108번의 절을 하는 동안 스스로 순화되어 삼매의 힘으로 변화된다.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일심의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환멸(還滅)의 시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이 무한한 능력,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번뇌를 따라 밖으로 밖으로 뿔뿔이 흩어질 때는
무능에 빠지고 끝없는 생사의 유전 속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번뇌 속으로 끊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삼매의 힘은 다시 되살아나고,
원래의 무한 능력이 우리에게서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108배로써 108번뇌를 끊는다."
이 108배속에는 번뇌를 쫓아 흘러 내려가는 삶을 일심의 원천으로 돌리겠다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유전이 아니라 환멸의 삶, 번뇌 이전의 영원 생명으로 돌아가 부처님과 하나가 되는 삶,
곧 성불(成佛)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번뇌는 끊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번뇌는 저절로 사라진다.
108배의 절은 번뇌를 끊는 의식이 아니라 깊은 삼매(三昧)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방편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108배의 정진을 통하여 삼매 속으로 몰입할 때 우리의 모든 번뇌는 차츰 사라지게 된다.
삼매와 환멸과 성불! 이것이 우리가 108배를 하는 까닭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