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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은 이제) 철저히 자신의 경제적 기반에 기인한 계급 투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거 끝난지 한참인데 이제사 복기라는 것도 우습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 밝혀보고자 한다.
철저히 주관적인 분석이니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어도 양해를...
우선 득표율과 투표율을 비교해보자.
지난 오세훈 시장 당선시 투표 양상과 박원순 시장 당선시 투표 양상을 먼저 보자.
방송3사가 공동으로 주관한 출구 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는 큰 무리 없이 맞아 떨어졌다.
그리고 투표율(득표율하고 헷갈리지 말자.)을 살펴보면 오세훈 당선때와 박원순 당선때가 거의 차이가 없다는 걸 알수 있다.
오세훈 득표율과 나경원 득표율을 보자. 47.43%와 46.2%다. 민심이반이 극심했다던데...고작 1.23% 빠졌다.
한명숙과 박원순 득표율 보자. 46.2% 와 53.4%다. 상대편이 1% 빠지고 내가 그 표를 다 흡수해도 2.46%차이나야 하는데 7.2% 차이다.
이번 재보선 제3후보는 배일도 후보고 0.4% 득표로 무효표보다도 더 적게 득표했다고 기억한다.(기억이라 함은 틀리수도 있다는 의미)
그럼 오세훈-한명숙 당시 제3 후보가 누구였더라? 노회찬이었던가? 몇% 가져갔더라? 하여간 배일도보단 엄청나게 많이 가져갔다. 자료를 귀찮아서 못찾겠다.
당시 게시판에서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진보후보가 표 나눠 먹은 것 가지고 그게 원인이다 아니다 논란이 꽤 있었는데, 현재 데이타 비교만으로 봐서는 분명히 책임은 있는 걸로 보인다.
물론 진보 후보의 100% 책임은 아니다. 다만 주요 원인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고, 차후 어떤 선거를 치루던 야권 연합이던 통합이던...단일 후보를 냄으로써 한나라당 후보를 물리칠 확률은 특정 지역을 빼면 아주 유의미한 수치만큼 상승하리란 건 분명하다.
다음으로 세대별 득표율을 살펴보자. 선관위 자료는 없으므로 출구 조사 자료만으로 대체할 수 밖에 없는데 득표결과와 비교해보면 상당한 근사도를 보이므로 인용해도 실제 세대별 득표율과 큰 차이는 없을 듯 하다.
박원순의 득표율에 괄호치고 +라고 표현된 수치는 한명숙에 비해 증가된 득표율이다.
세대별 인구비율을 가중하지 말고 단순히 박원순의 상승분을 보자.(12.6+11.6+12.6+4.3+4.4)/5 = 9.1(%)
그런데 표1에서 나타난 득표율 상승은 53.4-46.84= 6.56(%)에 불과하다.
만약 모든 세대가 동일한 투표율을 기록했다면(예를 들어 모든 연령 세대가 동일하게 48.6%의 투표율을 기록했다면) 세대별 인구비율을 감안할때 박원순 후보는 10%이상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실제 특표율 상승이 단순 세대별 득표율 상승분조차도 넘어서지 못했다는건 결국 젊은 세대는 오세훈-한명숙 시장 선거때보다도 투표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불과 4.3%, 4.4%라는 50대 60대의 이탈표가 큰 역할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들이 이탈하지 않았다면 오세훈-한명숙 때처럼 한끝 차이 승부였다는 의미가 된다.
여기서 몇 가지 결론이 도출된다.
첫째, 투표 마감 몇 시간전 넥타이 부대의 투표는 선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원래 박원순의 아슬아슬한 승리인데 이를 확실한 승리로 굳혀 주었을 뿐이다.
둘째, sns의 위력은 생각보다 적었다. 손가락질만 부지런했을뿐 실제로 투표하지 않았으며 박원순은 장노령층의 이탈표와 표 갈라먹을 제3 후보의 부재가 결정적이었다. 거듭 말하지만 이들이 이탈하지 않았다면 누가 이길지 모르는 한끝 승부였을 것이다.
혹여 그래도 그만큼이라도 난리쳤으니까 이 정도라도 젊은층이 투표한 거라 얘기한다면 앞으로의 총선, 대선도 딱 이 정도만 기대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물론 휴일이 될테니 어느 정도 상승은 하겠지만 인구 비례를 보았을 때 별 영양가 있는 기대는 접는게 좋을 듯 하다.
세째, 제3 후보가 유의미한 득표를 못함으로써 나경원 박원순 어느 쪽도 피해나 이득을 보지 않았으며 이는 오세훈-한명숙 선거 당시와 비교하여 야권측의 이득으로 귀결되었다. 역시 계속해서 말하지만 야권 통합이나 연대나...무척 중요한 변수가 된다.
네째, 일반 국민들은 정치 웹진에서 외치는 것처럼 수구꼴통이나 난닝구, 빽바지에 별반 관심도 없으며 무슨 역투표 따위는 전혀 생각도 안한다는 거다. 깨몽이다.
특히 금력이나 조직력이 한나라당에 비해 현저히 약한 민주당이 유시민 떨구려고, 박원순 떨구려고 역투표한다고 노력해봐야 40% 투표율을 넘어서면 말짱 황이다. 차라리 겁나는건 제3 후보가 얼마나 유의미하게 누구의 표를 갈라먹느냐가 중요하다.
다섯째, 이게 제일 말하고 싶은 부분이다. 세대별 투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계급 투표다. 그간 진보 정당들은 서민이 한나라당에 투표한다고 억울해마지 않았지만...이제 진실로 계급 투표가 이루어지고 있다.
50대 이상 연령층은 여전히 과거의 관습대로 투표하는지 모르지만 이하 세대는 철저히 자신의 경제적 기반에 기인한 계급 투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기성 세대의 "사다리 차버리기"에 "젊은 세대의 하위 계급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분노한 젊은 유권자의 표심이 압도적으로 박원순을 지지했다. 안타깝게도 그 분노를 표시한 머릿수는 얼마 안되긴 하지만.
20대...개나 소나 다 대학생인 세대, 취직에 목매고 있으며, 대기업만 들어가면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환상을 그래도 지닌 세대.
30대...대기업에 들어가고, 공무원도 되보고, 그도저도 아니면 어쨌든 취직하고, 결혼도 하고 해서 이제 건실하게만 살면 희망이 보일라나 했더니 결국 등록금 상환과 전세금 폭탄에 평생 전세족, 월세족이 될지 모르겠단 걱정에 제일 열받은 세대.
앞선 세대는 빚내서 집이라도 한 채 있는데...그게 부러운건지 아니면 최소 빚은 없으니 그래도 다행이라 위안 삼아야 할지 헷갈리는 세대.
40대...부모 세대처럼 빚내서 집샀고, 이제 어떻게든 직장에서 짤리지만 않으면 집값이 자기가 평생 받은 월급보다 많이 올라서 노년은 살만하리라 기대했는데...니기미, 주택 대출금 상환하느라 허리만 휘고 집값은 안오르네?
오히려 인구 줄면 노년에 집값이 감가 상각만 되리란 걱정이 태산 같은 세대. 거기에 사교육비 폭탄이 본격적으로 날아들어 갈수록 앞날이 암담.
정치적으로 깨어있으며 그것으로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는 의지라도 있는 사람들이 이번에 투표를 한 사람들이고, 기성 세대의 사다리 차버리기에 분노하고 있는 계급 세대이다.
이들이 만약 10년 후에도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어 간다면 여전히 투표라는 온건한 방식만을 고집할지 알 수 없다. 이들이 현재 온건한 불만 표출(촛불 시위나 투표를 통한 의사 표시)을 하는 이유는 다른 게 없다. 판 자체가 깨지면 잃을게 얻을 것보다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어 판 자체를 깨도 잃을게 별로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면...더군다나 어중이 떠중이 군중도 아닌 배울만큼 배운 이들이 판을 깨는게 낫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사회 갈등 양상은 계급 갈등을 넘어 계급 투쟁으로 넘어설까 두렵다. 다만 40대는 집이라도 사놓은게 있어서 그때 가도 여전히 온건한 방식을 원할 것이다.
현재 이들은 온건하게 판을 깨고 있다. 박원순의 당선과 안철수의 급격한 대두가 그것이다.
왜 그게 한나라당이 아니고 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권이 우선적으로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은 입만 아플터...
아마도 다음 총선은 한나라당이 유의미한 의석을 차지할진 몰라도 대선은 박근혜가 차지하기엔 어려울 듯 싶다.
분노만큼 강력한 건 아마도 탐욕?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총선에서 유권자의 탐욕을 성공적으로 자극했다. 그러나 그 탐욕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오히려 분노만 높히는 삽질만 했다.
젊은 세대의 분노 게이지가 그간 너무 많이 차 올랐다. 그 에너지가 어디로 튈진 모르겠다. 누구에게 유불리 할진 모르겠다. 현 시점에서 안철수만이 유리하다는 건 확실하지만 앞으로는 미지수. 누가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탈 것인가?
피콜로 2011.11.10
좋은 분석글 잘 봤습니다. 부의 편중과 양극화가 진행된건 IMF이후라고 봅니다. 이때를 깃점으로 종자 (직장이나 재산)가 털린 사람들이 늘어났을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갔던 지지중의 일부는 무슨 이념이나 원칙/상식 이런 것들 하고 상관없이 "부의 재편"에 관심이 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자기 재산 (일테면 부동산이나 주식)은 지켜주고, 그와 동시에 상위 계급의 부를 뺏어와서 재분배해주기를 바랬다고 봅니다.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졌죠. 국민들은 이명박 씨가 그의 (야비한) 능력을 발휘해서 재벌들을 족치거나해서 취업문이 넓혀지거나, 또는 외국들을 상대하면서 국부가 늘기를 바랬지만, 결과는 정반대의 현실로 나오니까 분노가 터졌다고 봅니다.
안철수 바람도 그래요. 그가 뭐 건전보수라거나 능력이 있어서라기 보단 기존 정치판에 기대를 걸게 없으니까 아무데나 기대를 거는것 같고, 안철수씨 한번 티비토론에 나와서 말하는걸 보면 환상이 깨질거라는데 만원 겁니다.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게 아니거든요.
호루스 2011.11.10
안철수의 정체에 대한 의문점은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박원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구요.
대체로 피콜로님과 비슷한 생각이긴 한데 약간 더 온건하게 바로보는게 제 시각인듯 합니다.
안철수나 박원순은 아마도 양심적인 보수...즉, 수구꼴통이 아닌 그래도 보수라 불러주어도 부끄럽지않을 수준의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게 제 생각이구요.
따라서 고 노무현 대통령 정도의 변화도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 봅니다만...워낙에 명바기가 기득권 수호에만 몸부림을 쳐서 아마 상대적으로 엄청 개혁,양심적인 인물로 비춰보이는듯...
유시민을 필두로 한 개혁 세력에 대한 기대를 접고 안철수에게 달려간 이들은(현실적으로 유시민은 당선 가능성이 없어서 바꾼 경우든 또는 진심으로 지지 인물을 바꾼 경우든 ) 아마 나중에 엄청 배신감에 시달릴듯.
땡순이 2011.11.10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글입니다. 2,30대표 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와 젊은층의 계급투표 양상간의 아귀가 약간 헷갈리네요... 4프로 남짓한 4,50대의 이탈표의 성격이 흥미롭구요...계급투쟁은, 한번 제대로 치르고 가는 게 장래를 위해서 좋지 않나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쪽입니다. 그러니까 다음 선거에서 좀더 이 점을 명확하게 드러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안철수나 박원순의 포지션이 어떤 것일지,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안철수에 대해서는 피콜로님의 견해쪽으로 기울어 있지만...
역시 야권 통합이 관건이군요...
호루스 2011.11.10
땡순이님이 아귀가 맞지 않다고 느끼는 부분은 수치 문제지요.
인구 가중치상 젊은이 비율이 높은데도 (예를 들어 100명의 50%와 10명의 50%의 절대치는 50명대 5명) 이번 선거에서 오세훈-한명숙 선거때보다 10%이상 젊은층이 압도적으로 지지했음에도 표차이가 10%가 안넘는다는건 결국 절대적인 투표인구는 오히려 줄었고 (100명중 70명이 지지한게 한명숙때(지지율 70%), 80명 중 64명이 지지한게 박원순때(지지율 80%)) 적극적인 의사 표시층은 압도적으로 밀었지만 절대수치는 줄어들었다는 의미죠.
즉, 수치상 보다 강력한 힘은 발휘하지 못했지만 분노 수치는 훨씬 높았고...어차피 어떠한 사회적 변화를 끌고 나가는건 이런 적극적인 계층이라보면...더구나 충분히 교육받은 계층이라하면 차후 그 영향력이 엄청날 거란 해석이죠.
예를 들어 소고기 촛불 시위때 시위 참가 유권자를 크게 잡아 100만이라 했을때...서울 유권자 800만을 따져보면 12.5%에 불과하지만 전나라가 들썩거린 영향을 주었지요. 그래서 투표에서 파괴력이 크진 않았지만 이들이 정말 우리 체제 자체에 대한 회의를 가지게 된다면...그게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된다면...이란 걱정을 한거구요.
필자: 호루스 / 201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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