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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치, 이대로는 안됩니다!
(부제 : 김용민 사태에 부쳐..)
안녕하세요? 고미생각입니다. ^^;;
1.
김용민 사태로 요새 무브온이 시끄럽습니다. 사퇴해야 한다 하면 안된다
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양쪽 의견 다 충분히 청취해야 할 이유가 충분
합니다.
하지만 우리끼리 사퇴가 옳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민주당과 나꼼수가 김용민 완주를 결정했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끼리 사퇴냐 마냐를 논하는 것은 이런 대세와는 별 다른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사퇴를 줄기차게 주장한다고 해서 갑자기 김용민이 사퇴하겠다
라고 방향을 틀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시간도 늦었죠.
'버티기'라는 정치스킬은 바로 이런 식으로 쓰는 거라는 것 한번쯤 생각해
볼 만 합니다.
때문에 지금 이 글은 김용민이 사퇴해야 한다 아니다 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아마도 제 글을 읽다보면 논조상 사퇴해야 한다라고
받아들이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어차피 사퇴 결정은 제가 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노파심에 말씀 드립니다만 저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김용민을 두둔하는 논조의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2.
그렇다면 왜? 김용민 두둔 글을 올렸던 사람이 김용민 책임론에 비중을 두는
글을 이제 와서 또 쓰려고 하느냐? 말 바꾸기 아니냐?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계실테지요.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런 지적이 정당함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퇴론이라는 의견이 갖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글은 김용민이 사퇴해야 하냐 마냐 하는 판단 영역은
논외로 둡니다. 다만 사퇴론자들이 정말 말하고 싶은 것, 사퇴 반대론자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한 것들을 언급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앞으로는 비슷한 사례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좀 더 나은 해법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어찌보면 별 것도 아닌 메시지를 담고 있을 이 글이 제가 지금까지
정치사이트에 올렸던 글 중에서 가장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소 지루하고
장황하다 생각이 드시겠지만 끝까지 읽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3.
김용민 사퇴론을 주장하시는 아프로만 님이 가장 많이 언급하는 사람이
아마 김어준일 겁니다. 어째서 김어준이 타겟일까? 김어준 우리편 아닌가?
지금 총선과 대선의 주제가 정권 심판으로 똘똘 뭉치게 된 것은 나꼼수의
공인데 왜 이제 와서 김어준과 김용민을 저렇게 무식할 정도로 씹어대는
것인가? 이렇게 하는 아프로만이라는 사람 새누리당 쁘락치요 조중동
알바 아니냐?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아프로만님이 어째서 김어준과 김용민을 타겟으로 삼고 있는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일단 "야권연대"라는 정치전략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의 관계 그리고 이정희와 김용민이라는 두 인물의 허물을 놓고 보여줬던
상반된 반응 이 세 가지를 놓고 생각을 해 보아야 알 수 있습니다.
4.
먼저 야권연대라는 전략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유시민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자세히
서술을 한 바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추리면서 야권연대가 나온 이유까지 함께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지역에 기대는 선거로는 제대로 된 정치개혁이 불가능하다. 특히 경상도라는
지역기반에 기대고 있는 한나라당이 기득권 세력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거주자
들)과 결합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악재가 나온다 하더라도 일정부분의
득표 수는 거저 먹고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누가 집권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가 없다. 만약 새누리당이 다수파가 되면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논리로 밀고 나갈 것이며 새누리당이 소수파가 되면 ‘다수의 횡포로
부터 소수 보호‘라는 명분으로 몽니를 부리기 때문이다."
내용이 어렵다고 생각하실 분을 위해서 간단히 말씀드리면 노무현 대통령
시절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노무현 탄핵을 기점으로 열린우리당 과반 정당
만들어줬는데 어째서 제대로 된 개혁을 못하고 야당인 한나라당에게 질질
끌려 다녔는지 생각해보십시오. 바로 저런 속사정 때문에 생긴 결과입니다.
상황이 이럴진대 언론이나 시민단체 그리고 교수들이라는 사람들은 이런
속사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냥 입닫고 침묵을 유지할 뿐이죠.
당시 한나라당은 자기들이 어떤 입장에 처하느냐에 따라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왔다리 갔다리 논조를 바꾸어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를 준엄하게 꾸짖어 주질 않았습니다.
반면에 이런 풍토를 바꿔보려고 했던 사람에게는 온갖 조롱과 비아냥과
야유를 퍼부었지요. 그 대상이 누구였습니까? 바로 노무현이었던 것입니다.
5.
노무현이 왜 대연정을 주장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상황이 저렇다보니
야당이 몽니 부리는 걸 멈추게 하고 집권세력으로서 책임감을 갖게
만들어서 대책없이 남의 발목이나 잡아대는 후진적인 정치현실을
바꿔보고 싶어서 ‘고육지책’으로 생각해 낸 전략이 바로 대연정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이런 속사정에 대해서 얘기해 준 언론이 있었습니까? 시민단체가
있었습니까? 학자들이 있었습니까? 아무도 없었습니다. ‘집권 여당과
정권을 가진 대통령의 편을 드는 것은 중립성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
해서 아무도 저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데도 아무도
대통령의 속사정을 변호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대통령은 5년 동안
집중 포화를 묵묵히 견디면서 국정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국정을 수행하고 퇴임한 뒤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더이상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6.
그러고 난 뒤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이번에는 "다수결의 원리, 국민으로부터 선택
받은 정권이라는 정당성"을 빌미로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고 욕보이는
행각을 5년 내내 벌여왔습니다. 이런 반작용의 결과로 올해 총선과
대선의 가장 주된 테마는 "정권심판"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봅시다. 만약 야권의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다수를 점하는 여대야소의 정치지형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간단합니다. ‘노무현 정권 시즌2’가 될 뿐입니다.
총선과 대선을 이긴다고 하더라도 새누리당의 횡포를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왜냐고요? “다수의 횡포로부터 소수보호“라는 명분을
들고 나오면 되거든요. 그러면 만사 OK입니다.
이게 바로 진영논리입니다. 어려울 게 없죠? 자신들이 편리
할 때 마다 정반대의 논리전개를 끌어다 써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 이것이 바로 진영논리입니다. “우리 진영이 갖다 쓰면
다 옳은 것이다.“라고 생각해버리는 거죠. 그래서 일관성이라는
대목이 그토록 중요한 것입니다.
7.
어쨌든 바로 이런 지점이 유시민와 아프로만님과 제가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총선에서 이기고, 대선에서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지난 정권 이번 정권 10년 동안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시민이 말했죠. "저는 이제 무엇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이해찬 한명숙 두 분께서 민주당으로 들어와서
대선에 나가라고 하셨지만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유시민이 저렇게 말했던 속사정을 이제는 확실히 이해하셨을 줄로 압니다.
8.
그렇다면 남은 얘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잠시 중간 점검을 해봅시다.
첫째는 그렇다면 유시민은 어째서 민주통합당이 아닌 통합진보당으로
갔느냐? 둘째는 그것이 이정희와 김용민의 상관관계와 연관성이 있느냐?
셋째는 김어준의 문제 내지는 허점은 무엇이었던가? 하는 것입니다.
저 세 가지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일단 앞에서 제가 했던 얘기를 다시
한 번 복기해 봅시다. 저는 이번 총선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노무현 정권
시즌2’가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냥저냥 노무현 시즌2가 될 바에는 누가 정권을 잡아도 상관
없다는 말이냐?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아도 전혀
상관이 없다는 말이냐?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정권을 되찾고 야권이 연대하여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다만 우리가 승리하더라도 그 승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꼭 잊어서는 안되는 한 가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강조하고 싶은 겁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바로 “지역구도에 기대는 대한민국 정치지형”이라는 부분입니다.
9.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은 단 한 번도 정책을 가지고 선거를 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선거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뜻입니다.
말로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책 선거하자. 정책으로 사람 뽑자 라고
하지만 실제 선거판은 어떻게 돌아갑니까? 지역에 기반한 정당에
출마한 사람이 당선이 되거나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사람이 갑자기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들고 정치판에 데뷔해서 당선이 되면
국회에 등원하게 됩니다.
이런 정치 구도, 정치 지형이 고착된 상황에서 정책으로 선거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허울 좋은 구실’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앞에서 ‘국가란 무엇인가’를 요약했던
부분을 한 번 더 인용하겠습니다.
"지역에 기대는 선거로는 제대로 된 정치개혁이 불가능하다.
특히 경상도라는 지역기반에 기대고 있는 한나라당이 기득권 세력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거주자들)과 결합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악재가 나온다 하더라도 일정부분의 득표 수는 거저먹고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누가 집권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가 없다. 만약 새누리당이 다수파가 되면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논리로 밀고 나갈 것이며 새누리당이 소수파가 되면 ‘다수의 횡포로
부터 소수 보호‘라는 명분으로 몽니를 부리기 때문이다."
자 여기에서 경상도라는 말을 전라도로 바꾸고 한나라당이라는 말을
민주당으로 바꿔서 다시 써보겠습니다.
“지역에 기대는 선거로는 제대로 된 정치개혁이 불가능하다.
특히 전라도라는 지역기반에 기대고 있는 민주당이 기득권 세력
(지역적으로는 수도권 거주자들)과 결합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악재가 나온다 하더라도 일정부분의 득표 수는 거저먹고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누가 집권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가 없다. 만약 민주당이 다수파가 되면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논리로 밀고 나갈 것이며 민주당이 소수파가 되면 ‘다수의 횡포로
부터 소수 보호‘라는 명분으로 몽니를 부리기 때문이다."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지역기반의 정치라고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민주당
조차도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새누리당이라는 거악을 상대하다보니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훨씬 개혁적인 색깔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오랜 세월동안 독재정부와 새누리당의 어거지에 맞서 싸우다보니
민주당도 새누리당 만큼이나 닮은 부분이 무척 많아지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당장 겉으로 봤을 때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다 괜찮아 질 것 같아 보이지만 새누리당이 정치공세를 펼치기
시작하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는 일이 노무현 정권
때처럼 반복될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노무현 정권 시즌2는 위험하다.’ 라고 저는 주장하고
있는 겁니다.
10.
왜 민주당 만으로는 안되냐고요? 멀리갈 것도 없습니다. ‘나꼼수가
선관위 이슈와 FTA 이슈를 건드렸을 때 민주당이 얼마나 제대로 된
공세를 펼쳐서 한나라당을 압박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치공학적으로 따져보면 그렇게 상대방을 압박하는 것이 ‘하수의 부족함’
이라고 치부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국민 여론을 반영하여 정치를
한다는 기준으로 다시 살펴보자면 민주당 역시도 국민들의 목소리가
그다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공산이 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말로만 민주당 나쁘다, 새누리당 나쁘다라고 씹어봐야 백날해도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과 새누리당 양쪽 모두
바뀔 수 있도록 압박할 수 있는 제3의 대안세력을 키워야 하고
그런 작업을 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의 역할이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진보당이 원내 20석
이상을 확보하여 ‘교섭단체’를 꾸리게 되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둘이서
나눠먹기 식으로 이뤄지던 의정활동에 주체의 한 축으로 당당히 끼어들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지역적 기반을 갖고 있는 두 정당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희망들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에 뛰어들어서 민주당과 연합전선을 펴게 된 것입니다.
11.
그렇다면 이런 얘기가 유시민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요? 바로 왜
유시민이 민주당으로 가지 않고 민주노동당과 합당하는 결심을 했는지
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포인트가 되기 때문입니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치세력 중에서 그나마 대중적인 노선을 견지하면서
정권획득이라는 ‘목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세력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세력 일부에 있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힘을 합치면 대한민국 정치가 진보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민주당으로 들어가지 않고 민주노동당과 합당하기로 결정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이 합당하여
통합진보당을 만든 이유입니다.
국민참여당에는 유시민을 비롯해서 이백만, 천호선, 이재정 등 참여정부에서
직접 국정에 참여했던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있습니다. 정권획득을 바라는
정당 입장에서는 국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큰
메리트가 있습니다. 왜냐고요? 국정 경험자가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
이기 때문입니다.
12.
기왓집 5년 세입자로 계시는 어느 분께서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씀
하시는데요. 한번 경험했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닐테지만 적어도 국정을 경험
해봤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바로 ‘우리에게 정권을 맡겨주셔도 믿을 수 있습니다.’ 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 사람한테 장관 맡겨보고 청와대 대변인 맡겨보고 통일부 장관 맡겨 봐도
나라 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동안 대한민국은
눈부시게 진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국민참여당 세력이 ‘얼굴마담’이 되어 우리에게도 정권 교체의
기회를 달라고 이야기했을 때 이를 불안하게 생각하는 국민들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국정을 경험해본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적어도 생각없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가능성이라는 부분까지 충분히 검토해 보고 하는
말일 것이라는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정당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큰 장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대한민국 진보세력이 단순히 발목잡기만 하는 세력,
이루어질 수 없는 얘기만 현실성없이 늘어놓는 세력이 아니라
책임감 있게 실현 가능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세력으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얘기가 성립합니다.
그래서 유시민은 민주당이 아닌 민주노동당과 합당을 결심한 것입니다.
자기가 대통령되는 것보다 국무총리 되는 것보다 대한민국 진보들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폭을 넓혀주기 위해서요. 그래서 얼굴마담
역할 마다하지 않고 저렇게 뛰어다니는 겁니다.
13.
어떻습니까? 상당히 긴 얘기들을 쉴새없이 이어가고 있습니다만 여기까지
주~욱 읽어가신 분들이라면 대한민국의 정치가 무엇이 문제고 이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 대충 머릿속에 그려지실 것입니다.
정리를 위해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첫째 지역기반으로 움직이는 대한민국 정치지형으로는 제대로 된
정책대결, 정치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둘째 이를 바꿀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한나라당 민주당 외에
제3의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보통합당이 원내
20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그러므로 정당
투표 역시 후보투표 못지않게 엄청나게 중요하다.
어떻습니까? 충분히 설명이 됐지요?
그러면 이제 남은 포인트는 두 가지가 됩니다. 그렇다면
김용민과 이정희는 어떤 관계가 있느냐? 그리고 그 와중에
김어준은 왜 욕을 먹고 있는 것인가? 하는 부분이 되겠지요.
14.
일단 이 부분을 말씀 드리기 앞서 김용민과 이정희가 지었던 흠결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그리고 김용민과 이정희가 지었던 흠결의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논지는 그 부분을 굳이 밝히지
않고도 충분히 지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이유는 그 부분에 대한 가치 판단은 양쪽 모두 나름의
일리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편을 드는 것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사안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그 영역은 독자 여러분들의
개인적인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15.
김용민과 이정희하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야권연대”
입니다. 야권연대가 왜 중요한 것이고 어떤 의의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과 지면을 할애하여 말씀드렸습니다.
할 일 없어서 시간 남아 돌아서 제 글솜씨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야권연대”에 숨어 있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간의
맥락과 상황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어야 그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정희도 김용민도 모두 “야권연대”라는 대의를 위해서
상당히 큰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인재들이라는 말이 성립됩니다.
여기까지는 독자 여러분 모두 인정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정희가 지난 5년 동안 어떤 의정활동을 벌여왔는지 모르는
독자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해직 노동자들을 찾아가고
시민들의 촛불 대열과 함게 어깨를 걸고 압도적인 의석수를
내세워 국회를 장악한 과거 한나라당에 맞서 몸사리지 않고
투쟁해왔던 그 강단과 단심 모르는 사람도 없으리라 봅니다.
그러므로 이정희가 국회에 다시 등원한다면 그동안 보아왔던
대로 또 임기 동안 열심히 뛰어다닐 겁니다. 이건 안봐도
뻔한 일이지요.
그렇다면 김용민은 어떻습니까?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서
기복신앙에 의지한 채 권위주의에 찌들어있는 대한민국의
기성 기독교 다수 교단에 맞서서 예수님의 진짜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 공로를 몰라주는 독자는
없을 것입니다.
특히나 나꼼수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김어준, 주진우,
정봉주가 전면에서 활약할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졸아가면서(!) 프로그램을 돌봐왔던 노력을 몰라주는 국민들
역시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용민 역시 야권연대의 틀에서 당선이 되면
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이 성립될 것입니다.
16.
자~! 여기까지는 어느 분이라도 제 의견에 이견을 제시하실 분이
없을 줄로 압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 지점에서 평가가 갈라지느냐? 이것을
따지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김어준이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지점으로 연결이 됩니다.
김어준이 욕을 먹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그것은 바로
“그렇다면 김용민과 이정희가 뭐가 다른건데? 왜 이정희는
사퇴할 타이밍 못 잡았다고 압박을 했으면서 김용민 사태는
그냥 침묵하고 버티기로 결정한 것이냐?“라는 물음이
남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김용민도 이정희도 진보진영의 기준(!)으로는
무척이나 큰 하자가 있는 사람입니다. 이정희는 이른바 “폰떼기”를
했고, 김용민은 이른바 “성떼기, 똥물떼기”를 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누가 더 큰 잘못을 저질렀는가에 대해서
는 함부로 논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논외로 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립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겁니다. 이정희나 김용민이나 하자가 ‘노출’
되었다는 겁니다. 하자가 노출된 상태에서의 대응 방식을 따져봤을 때
어째서 이정희와 김용민에 대한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납득할 수 없다라는 입장이 성립하게 되는 겁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김어준이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주지 않는 한
김어준에 대해 신랄하게 비난하는 사람을 두고 무조건 한나라당
쁘락치, 조중동 알바라는 딱지를 붙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17.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김용민이나 이정희나 똑같은 전략을 취해서
비를 맞아주든 그냥 구렁이 담넘어가든 일관성있게 대처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김어준은 논리로 따지는 사람이 아니라 감으로 따지는
사람이죠.
그렇다면 그 감이라고 하는 것이 도대체 어떤 신묘한 영력
이 있길래 김용민은 눈감아주고 이정희는 눈감아주면 안되는지
그 감이라고 하는 것이 도대체 어떤 기저에서 작용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라는 입장도 성립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를 분명히 밝히거나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
궁금하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같은 편인데 그거 좀 모른 척하는 것이
뭐가 어때서 그러느냐?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죠.
그런데 그게 바로 진영논리입니다. 새누리당이 요리조리 빠져나갈 때
써먹는 바로 그 진영논리 말입니다. 우리가 새누리당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부터 그런 진영논리에 함부로 빠지면 안됩니다. 일관성을
견지해야 하고 혹시라도 잘못한 것이 있다면 최소한 잘못을 인정하면서
함께 비를 맞고 돌을 맞아주어야 옳을 일이라는 것이죠.
그러므로 왜 같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때는 돌을 던지고 어떤 때는
같이 비를 맞아주자가 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그 신묘한 감이라는
게 인간의 합리성과 일관성보다 더 윗선에 존재하는 것이냐? 도저히
받아들이기도 납득할 수 없다라는 주장도 충분히 경청할 가치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아프로만 님의 김어준 태클은 이런 맥락의 바탕에서
이해해야 비로소 그 진의가 드러나게 되는 겁니다.
18.
아프로만님이 김어준을 다소 격한 어조로 몰아세우는 이유는
한가지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문제가 단순히 총선에만
연관되는 문제가 아니라 대선에서도 짚고 넘어가야 할 화두를
노출시키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지금 당장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쓰고 있는 글에 그 문제까지
담아버리게 되면 글이 지나치게 길어질 뿐만 아니라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버릴 수 있는 위험성이 내포됩니다. 그러므로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서술은 일단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아주 간단하게 요약 정리해드리면 이렇게 됩니다.
이명박 - 안철수 - 김용민 - 문재인 이 네 사람에게는 공통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정치판 입장으로는 ‘바이러스’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는 것이고 또 한가지는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대중적인
인기를 업고 정치판에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그 대중적 인기의
바탕에 무엇이 있는가? 그 대중적 인기의 기저, 기반에는 어떤
위험요소가 자리하고 있는가?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을 이해하면 비로소 올해 대선을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말씀 정도로 갈음하겠습니다.
(사실은 이 핵심이면 전부 말씀드린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19.
긴 글 읽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A4지로 13장이나 되는 분량을
한 호흡에 담아내다보니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무척이나 진이
빠질 노릇 입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다시 한 번 머리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 긴 글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딱 하나입니다.
“야권연대의 소중한 뜻을 알아주십시오. 투표에 꼭 참여하시되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는 도저히 찍어줄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당 투표는 꼭 4번으로 해주십시오. 정당 투표만으로도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충분히 참여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 말씀으로 제 기나긴 글을 드디어 갈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더라도 아마 반응이 한참
후에 올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지금 진이 빠져서 몸살이 날
지경이거든요. ^^;;;
■ 이 글은 moveon21에 게시하였습니다.
( http://moveon21.com/?mid=main2009&category=737&document_srl=820351 )
고미생각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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