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역사가 불과 수백년에 불과할 정도로 일천한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의 희랍이나 로마 신화와 같은 고전이 있을리가 없다.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루카스는 평소에 현대화된 미국신화를 한번 그려 볼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스타 워즈>는 이런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루카스는 신화의 원형을 백인들의 원뿌리라고 할 수 있는 유럽의 신화와 역사적 사실들을 빌어와 영화내용에 맞게 고쳤다.
보통 사람들은 흔히 접하는 여러 희랍이나 로마 그리고 기독교 신화들의 내용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신화들이 가지고 있는 기원이나 숨겨 있는 의미들을 잡아내는데는 노력을 게을리 하는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스타 워즈>시리즈를 빙자한 신화여행이 되겠다.
세계의 대표적인 영웅 신화를 잘 분석해 보면, 영웅은 대부분 신성한 혈통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근본을 모를 고아로 태어나서 자라난다. 그러다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을 하거나 자신의 목숨이 위태해지는 위험을 이겨내는 일을 이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대 이래로 보통 사람들은 대개 부모, 특히 아버지와 비슷한 일을 천직으로 삼거나 비슷한 신분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식으로 평범했던 사람이 입지전적인 큰 인물이 되면 소위 가문세탁을 한다.
조상 중에서 그런대로 이름을 날렸던 인물이
있으면, 그 조상을 중심으로 가문의 이력이 재편집되거나, 아니면 태몽에 관한 이야기로 현재의 “영웅”을 신성시 한다. 그런 식으로
신성한 혈통을 지닌 이들 영웅들은 시작은 비록 남루하게 시작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신분상승을 이룬다는 점에, 이들이 신성한 혈통을 지니거나 아예 근본이 미스테리한 고아로 태어난다는 설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는 이들 영웅들은 장성해서는 온갖 괴물들을 물리치거나 평범한 사람의 성취와 경험을 넘어서는 업적을 이루어낸다. 그리고 보통 인간의 삶의 범주를 벗어난 지하여행이나 험난한 모험과 같은 힘겨운 체험을 하고 돌아온다.
유럽이나 중근동의 고대신화 중에는 영웅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영웅들은 출생까지도 신비스러운 경우가 많다. 즉 어머니를 통해 세상에 나와야 하는 인간의 숙명 때문에 어머니의 존재는 부정하지 못하지만, 아버지가 어떤 존재인지는 비밀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올림푸스산의 신들이나 기독교의 성령 처럼, 영웅들의 아버지는 신성적인 존재로 묘사되어진다. 이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영웅들의 근원을 신으로 부터 찾으며 그 “재능”의 힘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본다. 바빌론 문명, 이집트 문명, 히브리 문명, 힌두 문명, 페르시안 문명, 희랍문명, 로마문명
심지어는 튜우튼족의 문명 까지도 아주 문명 초기에서 부터 각기 자신들의 영웅들이나 위대한 황제들의 탄생을 신화화시킨 것을 볼 수 있다. http://www.sacred-texts.com/neu/mbh/mbh01.htm
오토 랑크(Otto Rank)는 신화상에 나타나는 이러한 영웅들의 출생과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한 바가 있다. (Otto Rank (1959), Myth of
the Birth of the Hero (New York: Vintage)).
① 영웅은 고귀한 신분의 부모에게서 태어난다. ② 그가 태어나기 전에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한다. ③ 그의 탄생이 그의 '아버지'에게는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성 예언이 발표된다. ④ 영웅은 상자에 담겨 물위를 떠다니다가 동물이나 천한 신분의 사람들에 의해 구조된다. ⑤ 영웅은 자라서 친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고 영광을 독차지한다.
이런 영웅신화의 유형에 맞는 신화상의 영웅들은 페르세우스, 오이디푸스, 헤라클레스, 로물루스, 파리스 등이 있고 성경상으로는 모세나 예수의 이야기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고 본다. 물론 이들 제영웅의 이야기들이 오토 랑크가 말하는 “영웅탄생”의 유형에 완전히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 중에 약간의 변주가 들어갈 수가 있다.
영웅은 아버지를 찾으러 떠날 나이가 될 때까지 어머니에게 보살핌과 가르침을 받는다. 영웅 신화의 중심 테마인 아버지를 찾는 여정은 자기 자신과 운명을 탐색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몸과 마음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지만 개성과 운명은 아버지에게 물려받는다. 아버지를 찾는 일은 영웅에게 자신의 이력과 이름 및 근본을 찾는 일이다. 그리고 이 아버지를 찾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바로 모험의 시작이 된다.
각종 영웅신화에 나오는 모험 이야기는 신화 이야기의 기본 토대가 된다. 신화 속의 영웅들은 언제나 무언가를 찾아 나선다. 길가메시는 친구를 위해 “불사초 (죽지 않는 해초)”를 찾아 나섰었고,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지은 죄의 속죄를 위해서 길을 떠났었다.
유명한 희랍 신화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는 영웅이 사나운 맹수를 물리치는 이야기들이 많다. 희랍신화가 정립이 되는데 중요한 토양을 만들어 줬던 뮈케나이인들은 사냥과 전투를 즐겼던 유목부족들의 후예들이었다. 이들은 주로 사냥을 하던 사람들이었으므로 사나운 맹수를 잡는 일은 가히 영웅적인 일이었다. 이런 영웅담들이 하나씩 둘씩 모여서 영웅신화의 줄거리를 이루게 된다.
하지만 이런 초기의
“민담”성 영웅신화와는 달리, 세월이
흐르면서 “맹수”나 “괴물”은
점차 각색이 된다. 이제
맹수나 괴물들은 악명이
높은 토호나 귀족들을
가르키는 말로 서서히
변질된다. 심지어는
내면적인 갈등이나 성적인
욕망 같으로 각색이
되는 수도 있다. 즉, 괴물이 여성성을
가진 괴물이라면, 그런 괴물들은
영웅을 괴롭히는 성적인 갈등이나 성에 대한
불안함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웅신화에서는 여성성을
지닌 괴물들이나 조연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남성인
영웅이 겪는 성적인
갈등이외에도, 여성 특히
힘이 아주 강하고
권력도 강한 여성
또는 여신에 대한
경계의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본다. 이들 괴물들의
등장과 영웅에 의한
패퇴는 여성에 대한, 더
나아가서 여성신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덧씌우기
위한 장치인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남성영웅신화의 등장시기는 거의 대부분이
모권 중심의 부족사회에서 부권 중심의
가부장사회에로의 변환이 이루어
지는 중이거나 이루어
진 후에 본격적으로 확대재생산되어 왔다고
본다. 유럽에 존재하는
허다한 옛사원들이 원래는
여신들에게 봉헌된 사원들이었다가 나중에 남성중심적인 신화체계를 가진
가부장사회가 들어 오면서
부터 남성신들에게 재봉헌이
된 경우가 많다.
이렇듯 수많은 영웅신화에 나오는 “아버지를 찾아서”라는 주제는, 일단은 영웅의
모태이자 정신적인 고향인
어머니로 부터의 분리에서
시작된다. 다른 말로
하면 농경사회적인 여신숭배사회에서 수렵과 유목사회적인 남신숭배사회에로의 이행을
뜻한다. 영웅이 찾아가는
아버지는 대부분이 다른
사회의 왕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회는
남성적인 근육질과 힘이
지배하는 사회인 경우가
많다. 영웅은 이런
아버지를 찾아서 길을
떠나게 되고, 이전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뿌리치고
새로운 사회의 질서에
눈을 뜨게 된다. 이런
과정 속에서 겪게되는
수많은 갈등들은 괴물로
표상화가 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영웅은 긍극적으로 새로운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되며 그 사회의
지배자가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영웅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