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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등장하는 첫번째 시퀄은 역시 영웅신화의 이야기 틀을 잘 따르고 있다.
@ 신비한 출생 @
보통 영웅신화에 나오는 영웅은 탄생 부터가 비상하다. 제다이 기사들은 선발할때 중요하게 보는 것 중에 하나가 미디클로리언 지수이다.
일종의 무공지수 내지는 잠재력인 것이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이 미디클로리언 지수가
전무후무할 정도로 높았다. 제다이 마스터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높은 지수를 보인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이 아나킨에게는 아버지가 없었다.
쉬미 스카이워커 “아버지 같은건 없었어요. 내가 저 애를 그냥 가졌고, 낳았고, 그리고 길렀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는 잘 설명을 못하겠군요.
(There was no father. I carried him, I gave birth, I raised him. I can't
explain what happened.)"
콰이곤 진은 쉬미 스카이워커의 말을 듣고, 필시 포스(Force)에 의해 회임을 했다고 나름대로
판단을 내린다. 왜냐하면 미디클로리언은 유전적으로 전해지는 것인데, 이렇게 미디클로리언 지수가 높은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되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제다이 마스터는 커녕 제다이 기사단 역사상 이런 높은 미디클로리언 수치를 가진 제다이 기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타투인 행성은 전에도 언급했다시피 태양이 두 개나 뜨고 지는 불같은 별이다. 이런
곳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루크 스카이워커가 태어나고 자라났다는 것은 이들이 장래에 겪을 일들을 위해 일찌감치 단련을 시킨 것이다.
영웅은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억센 운명을 미리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출생의 설정 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영웅은 몸과 마음을 일찍 부터 단련하게
되고, 어느 순간에 자신의 때를 만났을 때, 서슴없이 길을 나설 수
있는 계기와 용심을 키워가는 것이다.
@ 비상한 아이 @
파드메 아미달라가 자랐던 나부 행성이나 레이아가 입양되어갔던 알더란 행성 등은 “물”과 “평화” 그리고 “안락함”을 의미하는
별들이다.
이런 곳에서, 파드메와 레이아는 최고의 학문을 배우며 다양한 인맥 그리고 정치외교술을
일찍 부터 깨우쳐서 세련된 여성으로 자라난다. 반면에, 아나킨 스카이워커나
루크는 타투인 행성에서 그야 말로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채 빛좋은 개살구처럼 뒹굴었다. 하지만 아나킨이나
루크가 그냥 무지랭이로 자라난 것은 아니었다. 아나킨은 어릴 때부터 기계중고상에서 일하면서 기계조립이나 로봇제작
그리고 포드 레이싱 (자동차 경주)에 남다른소질을 계발할 수 있었다.
남자 주인공들과 여자 주인공들의 성장과정과 모험여행에로의 등장이 판이하게 다르고도 비슷한 것을 보면 일종의 도식에 따르고
있는 것이다.
즉, 남자 영웅들은 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일찍부터 위험한 일들을 겪으면서 자라나게
된다. 타투인 행성에서 마치 중동지방의 유명한 부족인 베두인 인들을 모방한게 분명한 터스켄 레이더스 족들이나.
자동차 경주에서 아나킨에게 적대적이었던 세불바, 그리고 모스 아이슬리의 주점에서
루크에게 시비를 걸었던 깡패 등은 어린 영웅들이 겪어야 했던 악의 위험들이었다. 그러니까 영웅들은 일찍부터
시련과 시험을 겪는 셈이다. 영웅신화에서는 이런 영웅들은 어린 시절에 겪는 시험들을 잘 이겨냄으로써 세상의
이목을 받고 영웅의 자질을 일찍부터 드러낸다. 헤라클레스는 젖먹이 시절에 헤라여신이 보낸 커다란 뱀의 공격을
받자, 완력으로 잡아 죽인 일이 있고, 아더 왕은 어린 시절에 큰 바위에
꽂혀 있던 칼을 뽑아낸 일이 있다.
아나킨의 어린 시절은 <스타 워즈> 시리즈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아나킨은 드로이드를 만들거나 포드레이서 (레이스 카)를 만드는데 큰 재능을 가진 것으로 그려진다. 거기에다가 아나킨은 “분타 이브(Boonta
Eve)”라는 포드 경주도 참가하게 된다. 이 경주는 너무나 위험하고 초고속 스피드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간들로선 참가하기가 조차 힘든 경기였다. 하지만,
아나킨은 이 경주에 참가했고, 경주 도중 자신을 집요하게 방해하고 위협하던 세불바의
도전을 물리치고 우승하게 된다. 이것은 아나킨이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아나킨은 정규교육은 잘 받지 못했지만, 각종 기계들을 능수란하게 다룰줄 아는 재능은
많았다. 이런 설정에서 모든 면에서 완벽한 천재적인 영웅이 아니라, 단 한가지 면에서라도 특출하기만 하면 “영웅”으로 대접해 주는 미국식 사고방식을 읽게 된다.
루크나 레이아는 태어나자 마자 입양되어 감으로서, 이들은 가족이라든지 핏줄이라든지 하는 사적인 소속감이 상대적으로 불분명해진다.
그래서 이들은 영웅으로서 공적인 무대에 쉽게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분명히 친모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머니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고, 이런 사적인 감정이 그를 불행에
빠트리는 요소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고 본다.
@ 개혁가적인 영웅 @
하지만 아나킨은 일찍부터 세상의 밝고 어두운 면에 눈을 떴다. 우주를 자유로이 여행하는 우주의 시대에
생뚱맞게도 유지되고 있는 노예제도와 귀족의 영지를 인정하는 봉건적인 사회제도 등을 생각해 보면 짐작이 간다. 한마디로 은하공화국의 현실은 부패와 무기력감에 빠져든 것이다. 아나킨은 일찍부터 이런 세상의
부조리에 눈을 떴고, 그런 삶속에서 비록 어머니와 단 둘이지만 가족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깨달은 것이다.
아나킨이 어머니에 대해서 그리고 파드메에 대해서 그렇게도 집착했던 원인은 아나킨의 피해의식과 방어본능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 그리고
자신이 가진 재능의 많은 부분이 어머니 쉬미 스카이워커의 가르침과 사랑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아나킨은 잊지 않았다. 자신이 노예신분에서 속량되어 자유를 찾았을 때에도, 어머니는 노예상태로 놓여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아나킨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집착은 남다른데가 있었다. 어머니의 커다란 사랑을 잊지 않는 어린 아나킨의
감성과 맑은 심성이 그를 더욱 큰 고통에 빠뜨리게 하지 않았나 짐작한다.
아나킨: “예전에 내가 제다이 기사였었던 꿈을 꾼 적이 있었죠. 꿈속에서 나는 이곳에 돌아와서 노예를 다 해방시켰었죠. (I had a dream that I was a
Jedi. I came back here and freed all the slaves.)" – 보이지
않는 위험.
즉,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노예해방”이라는 꿈을 가슴속에 안고 콰이곤 진을 따라 코러선트 행성으로
간 것이다. 일찍부터 사회의 부조리를 직접 보고 자란 그는 유난히도 의협심이 강하고 정의감이 투철한 아이로
자라나게 된다. 이런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성향은 훗날에 정치권력에 대해 눈을 뜨게 했고 팰퍼틴 의장/다스 시디어스는 이런 아나킨의 심리를 철저하게 이용해서 유혹에 빠트리게 한다. 요다 사부는
이런 미래의 일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린 아나킨이 제다이 수련을 받는것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반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콰이곤 진의 열정과 체면을 생각해서 콰이곤 진이 아나킨을 데리고 있는
것은 허락했던 것이다.
요다 사부 "이 아이의 미래는 잘 보이지 않는군. (Clouded, this
boy's future is.)" – 보이지 않는 위험.
@ 통과의례 @
이렇게 은연자중하며 자라난 영웅들은 아버지를 찾아 나서거나 어지러운 세상에 도전해야 할 기회가 오면, 거침없이
나서게된다. 이들 소년영웅들에겐 세상의 모든 호기심과 두려움이 내재화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은 가득하지만, 그것을 직접 체험할 수 없고 직접 맞닥뜨리기엔 아직은
모자라는 것이 많은 소년영웅들은 내면에서 거인이거나 용이거나 괴물들로 둔갑한 두려움을 만나게 된다. 혹은
예지몽과 같은 꿈으로 나타난다.
소년영웅들이 이룬 업적들은 이들이 소년에서 어른으로 자라날 준비가 되었음을 나타낸다. 소년영웅이
거인을 쓰러트린 일은 바로 소년을 억누르고 있는 성인남자의 폭력적인 권력에 도전하여 이겨냈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또한 년영웅이 괴물을 물리쳤다는 일은 바로 남성의 내부에 있는 성적인 본능 또는 충동을 이겨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즉, 정제되지 못한 본능과 감정에 치우치기 쉬운 미성숙한 소년에서 사리가 분명해지고
이성적인 성숙함을 얻어가는 어른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이 영웅신화의 모험의 과정인 것이다. 타투인 행성에서 어머니와
이별을 한 후에, 아나킨은 이제 영웅이 될 준비가 끝난 것이다.
예수는 갈릴리에서 그의 공생애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광야에서 40여일간을 금식하던 때에 또는 금식을 마친
후에 악마의 시험을 받는다. 세상적인 물욕과 영광 그리고 여호와 하나님께 대한 시험 등의 유혹을 잘 물리친
후에 예수는 비로소 복음전파의 사역에 나설 수 있었다. 예수는 이때 세상에서 부터 분리되어 정화의 과정을
거친후에, 갈릴리의 목수 예수에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로 재탄생 한 것이다. 석가부족의 현자 또는 성자로 불리는 고타마 싯다르타는29세에 선(善)을 구하여
출가했다. 싯다르타는 출가한 후 6년간의 고행 끝에 네란자라 강변의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깊은 명상 중에 커다란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된다. 이렇듯 영웅은 세상에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세상과 분리되어 스스로를 정화시키고 이전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신화학에서는 보통 “통과의례”라고 부른다.
아나킨과 루크는 중요한 고비마다 이런 분리와 정화라는 통과의례적인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아나킨의 경우는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나 파드메에 대한 걱정으로 이런 통과의례의 과정을 완벽하게 거치지 못한다.
아나킨의 마음 속에는 걱정과 집착으로 가득차 있는데, 이런 감정들이 그가 온전히
명상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허락하질 않았던 것이다.
아나킨은 세심하고 예민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그의 여린 마음은 주위의 유혹이나 걱정들 때문에 곧잘 흔들리게 된다. 아나킨은 어머니를 죽인 터스켄 부족을 집단보복을 하기 전에 자신의 내면에 대한 명상시간을 가질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아나킨은 종종 어머니에 대한 예지몽을 꾸게 되고 이런 것들이
그의 명상에 방해가 된다. 결국 아나킨은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터스켄 부족과
맞딱드리게 되고 집단살생이라는 모습으로 격한 분노의 감정을 분출하게 된다.
@사랑의 영웅 @
원래 제다이 기사단은 명상을 통한 성찰과 절제라는 기본적인 모토가 있지만, 아나킨은
그런 규율을 지키는데 실패한다. 때문에 아나킨은 제다이기사단에서의 낙오라는 징벌을 감수해야만 했다.
즉. 아나킨은 미디클로리언 지수가 높았음에도 제다이 기사단의 기본적인 규율을 실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품성이 모자랐던 것이다. 이런 아나킨의 복잡한 내면은 그를 중요한 고비 때 마다 판단을
그르치게 만든다. 아나킨의 흥분 잘하고 분노를 일으키기 쉬운 다혈질적인 면모는 그가 시스 흑기사단으로 전락하는데
중요한 원인이 된다.
결혼을 하지않고 수도사들처럼 살아야 할 제다이 기사후보생 아나킨과 정치인이고 연상이기도 한 파드메와의 사랑은 애초부터 “금지된
사랑”에 가깝다. 금지된 사랑이기 때문에, 아나킨과 파드메와의 사랑은 불길한
장래를 처음부터 잉태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채, 어머니와 함께 노예생활로 유년시절을 보낸 아나킨의 경우는 그의 불행을 탓하기 전에 연민의 정이 드는 것은 비단 파드메 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나킨은 궁벽한 타투인 행성에서 내일에 대한 희망도 없이 노예로 살아야 했던 아이였다. 그런
그가 처음에 콰이곤 진을 만났을 때, 그가 노예를 해방시켜 주러 온 사람으로 생각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 각박한 세파에 찌들은 아나킨이 고운 피부를 가지고 그림같이 아름다운 파드메를 처음 본
순간 느낀 감정은 순수하고 공명이 오랫동안 남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훗날에 파드메에게 고백하지만,
아나킨은 파드메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다.
아나킨 스카이워커: “당신은 천사예요? 전에 우주선 비행사들이 천사에 대해서
말하는걸 들은 적이 있었어요. 레고의 달들에서 산다고 했던가. 나는
그 천사들이 이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일거라고 생각해요. ("Are you an angel? I've heard
the deep space pilots talk about them. They live on the moons of Iego, I think.
They're the most beautiful creatures in the universe." ) – 보이지
않는 위험.
이것은 마치 청순한 “베아트리체”에 첫 눈에 반해 죽을 때 까지 그녀를 잊지 못한 “단테”의 이야기를 보는듯 하다.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Dante Alighieri:1265-1321)는 어린 시절에 만나 첫눈에 반한 아름다운 소녀,
베아트리체를 잊을 수 없어 무덤까지도 그 사랑의 감정을 품고 갔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단테의 프로필과 아나킨의 프로필은 비슷한데가 많다.
단테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롭게 자랐는데 아홉 살 때 피렌체 귀족의 딸 베아트리체(Beatrice
Portinari:1266-1290)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단테는 이 만남의 순간을
"그때부터 사랑이 내 영혼을 완전히 압도했네" 라고 시집
<신생 La Vita Nuova,The New Life:1293>에 적고
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는 따로이 정혼한 상대들이 있어서 결혼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단테는 베아트리체에 대한 열정과 그리움을 죽는 날까지 늘 품고 산것이 틀림없다. 단테는
이 “신곡”이라는 글을 끝마치고 얼마 안 있어서 사망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영혼을 완전히 압도한 첫사랑”은
강렬한 것이다. 이런 단테의 이야기는 아나킨의 경우와 비슷하다.
아나킨: “당신을 처음 만난 순간 부터, 그러니까 십여년전 부터,
단 하루도 당신 생각을 해보지 않은 본 날이 없었어요. 그리고 지금 당신은 내 곁에
있는데, 나의 마음은 쓰리군요. 당신에게 다가가면 갈수록 내 마음은
더 슬프군요. 당신과 함께 있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나의 숨을 멎게 해요. 당신이 어쩌면 내게 하지 말았어야 할 그 키스 때문에 나는 고뇌에 빠졌어요. 내 심장은 뛰고
있어요, 그 키스가 내게 상처가 되지 않게 되길 바라기 때문에. 당신은
바로 내 영혼의 깊은 곳에 있어 나를 괴롭게 하고 있어요…. 내가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From the moment I met you, all
those years ago, not a day has gone by when I haven't thought of you. And now
that I'm with you again... I'm in agony. The closer I get to you, the worse it
gets. The thought of not being with you—I can't breathe.
I'm haunted by the kiss that you should never have given me. My heart is beating,
hoping that kiss will not become a scar. You are in my very soul, tormenting
me... what can I do? I will do anything you ask.)"
아나킨은 아홉살 때 파드메를 처음 만나는데, 파드메가 연상임에도 불구하고 아나킨은 사랑을 느낀다. 아나킨이 파드메를 십년후에 재회했을 때, 파드메에게 해준 말이 “당신의 말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어요. 당신에 대한 생각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어요.”이다. 이 말은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부터 사랑에 빠졌으며, 그 후로 당신에 대한 그리움과 열정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냈다는 고백에 다름이 아니다. 이것은
첫사랑이라는 순수한 감정을 진실되게 말한 것이다. 아나킨은 사랑의 영웅이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일면 아나킨이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다. 태양이 두 개나 뜨고 지는 살인적인 더위의 타투인에서 모자가 단 둘이서만 서로를 의지하며 노예생활을
해야했던 아나킨의 어린 날들을 생각해보면,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보호의식 그리고 집착은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어머니를 넘어서 또 하나의 이성으로 다가온 파드메에 대한 사랑과 집착
또한 이해가 안가는 바는 아니다. 연상의 파드메는 어찌 보면 아나킨에겐 모성애를 느끼게 하는 여자였을지도
모른다.
@타락하는 영웅 @
아나킨은 어린 날에 어머니와 뚝 떨어져서 수도원 같은 제다이 훈련소로 들어갔다. 그런 아나킨이 낯선 환경 속에서 느꼈을 외로움이나 소외감 그리고 생경함이 그의 마음을 그늘지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제다이 기사 답지 않게 권력에 대한 집착이 생겨났을 수도 있다. 아나킨은 험난한 세파에서 생존을 위해서 현실주의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현실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아나킨이 자신의 불안과 고독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실에서의 성공에 매달리게 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서 아나킨은 그가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했을 것이다. 거기에다가 아나킨이 제다이 기사 훈련을 받는 일은 제다이 원로들도 탐락치 않게 생각했던 것이었다. 이런 상황은 아나킨은 더욱 분발할 수 밖에 없었으며, 어떤 “성취”에 대한 조급증도 생겨 났을 수도 있었다.
아나킨의 이런 그늘지고 복잡한 내면은 그가 “어둠의 포스”에 더욱 끌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에 아무것도 쥔 것도 없이 빈손으로 세상에서 또는 우주에서 입지를 해보려 했던 아나킨의 무의식이, 또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가는 절망감 때문에 그는 어둠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게 변해갔을 것이다. 한마디로 연민을 느끼게 하는 캐릭터인 것이다.
팰퍼틴 의장은 아나킨이 가진 내적인 분노와 어두운 기운을 감지하고 그것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팰퍼틴은 아나킨이 어릴 때 부터 제다이 수련생으로서 또 제다이 기사로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온 것을 알고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아나킨에게 주지시킨다. 그리고 팰퍼틴은 혈기방장한 젊은이인 아나킨이 간혹 실수를 할 때 마다 늘 그의 편에 선다. 팰퍼틴은 아나킨이 제다이 원탁회의에서 별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고 은근히 사이를 이간시킨다. 즉, 팰퍼틴은 아나킨과 제다이 원탁회의 간에 있는 불신을 이용해서 아나킨을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또 아나킨은 아내인 파드메의 죽음에 대한 예지몽에 시달리게 되는데, 팰퍼틴은 자신의 스승이자 다스 흑기사단의 군주였던 다스 플레이그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포스”의 어두운 면도 수련하면 죽음까지도 이겨낼 수 있다고 유혹한다. 그 때에, 아나킨은 아내의 죽음에 대한 예지몽 때문에 애를 태우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나킨은 시스 군주의 이 능력에 대해서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아나킨을 충분히 음모에 빠뜨렸다고 생각한 팰퍼틴은 가면을 벗어 던진다. 그는 아나킨에게 자신이 사실은 시스의 군주이며, 동시에 파드메 아미달라의 죽음을 막아낼 힘을 얻을 수 있는 길이라고 밝힌다.
아나킨은 혼란에 빠진다. 제다이 기사단에 대한 충성 때문에, 그는 제다이 원탁회의 멤버인 메이스 윈두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메이스 윈두는 팰퍼틴을 체포하기 위해 제다이 기사들을 소집한다. 하지만 메이스 윈두를 비롯해서 팰퍼틴을 체포하러 간 제다이 기사들은 팰퍼틴의 가공할 시스 무술로 인해서 살해당한다. 특히 메이스 윈두는 아나킨에 의해서 기습적으로 팔이 잘리고 힘을 잃은 상태에서 팰퍼틴의 일격에 죽어간다. 이제 아나킨은 어둠의 세력인 시스 흑기사로 귀의할 방법외엔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이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다스 시디어스 앞에 무릎을 꿇었고, 시스의 군주는 그에게 다스 베이더라는 새로운 이름을 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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