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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까지 사시미 쳐주마!
쓰러진 방패직원의 두 눈을 겨냥한 선글라스가 9지창포크로 내려찍기 전 사이트 팀장과 남은 방패직원이 육탄으로 협공했다. 허지만 쟈크가 휘두른 기관총탄피로 만든 아이자쿠에 그들 역시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맥없이 쓰러졌다.
그때였다.
긴급모바일 문자를 받고 영업 나갔던 태백산의 딱상무와 뽑상무가 남은 직원들과 함께 손에 잡히는 대로 무기들을 챙겨들고 허겁지겁 달려 왔다.
선글라스의 발아래 쓰러진 세 동료를 본 뽑과 딱은 경악하며 중절모들을 향해 공격했다.
대세를 잡았지만 무기를 챙겨들고 돌진하는 딱상무와 뽑상무의 위세에 중절모들은 반사적으로 몇 걸음 물러났다.
허지만 딱과 뽑이 들고 나타난 무기를 확인한 중절모들은 여유 있게 씨익 웃으며 다시 공격진을 쳤다.
선글라스가 뽑과 딱을 보고 말했다.
“어이! 잘난 친구들! 우리는 상대를 한 번에 죽이지 않아! 잘근잘근 토막 내는 것이 특기야! 물론 산체로 말이야! 그러나 자네들에겐 그렇게 하고 싶지 않네! 우리가 초면인데 무슨 원수졌나? 물러서기만 한다면 자네들의 안전은 보장하겠네!”
뽑과 딱이 동시에 소리쳤다.
“한번 조폭은 영원한 조폭이며 조폭은 조폭다워야 한다. 비열한 네 놈들! 오늘은 사망기념일 만들어 주겠다!”
쟈크가 비웃었다.
“어이 조폭동지! 조폭은 조폭다워야 한다며? 근데 들고 온 그게 뭐냐? 머저리 같은 병신새끼들!”
매부리가 쟈크를 이었다.
“형님! 들고 온 저 청소막대기로 저놈 똥창에 박아 꼬치로 구워드릴까요? 맨날 육회 잡숫지 마시고 오늘은 익혀 드시지요!”
선글라스가 말했다.
“꼬치?”
“네 형님!”
선글라스가 화를 벌컥 냈다.
“야 이 새끼야! 저 새끼들 뭘 처먹었는지 어떻게 아냐? 니가 봤냐? 봤냐고?”
매부리의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벌어졌다.
“네에?”
“야 이 돌대가리 쇠대가리들아! 저 새끼 똥 냄새 어떻게 하라고 꼬치 해 준다는 거냐? 내가 똥돼지새끼냐? 내가 하이에나냐?”
“아 그렇군요. 사람 똥냄새는 지독하죠. 형님 말이 맞습니다.”
뽑과 딱이 들고 온 무기는 쟈크의 말대로 중절모들의 무기와 비교했을 때 보기에도 믿음이 가지 않는 허접한 것들이었다. 급한 김에 뽑아온 싸구려 알미늄청소봉과 껍질 벗긴 자동우산대가 전부였다.
허지만 뽑상무와 딱상무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꼭, 노량해전에서 일본 놈 혼줄 뽑던 이순신장군을 연상하게 하는 기백이었다.
“신에겐 아직 13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가 아니라 “우리에겐 알루미늄 청소봉과 자동우산대가 있다!” 라고 소리치며 항전하는 뽑과 딱.
두 사람을 흘깃쳐다 보며 장달수가 쓰윽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꺼덕였다. 두 사람의 의기에 감동하는 표정이었다.
쟈크가 소리쳤다.
“야! 너희들 보내 줄 테니 그 장난감 들고 자치기나 하러가라!”
“내가 와르바시나무젓가락로 홈런 치는 분이시다. 이 양아치새끼들아!”
뽑상무와 딱상무가 소리치며 중절모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 순간 장달수가 두 사람을 제지했다.
“잠간!”
장달수가 두 사람을 제지하자 선글라스도 공격을 정지하고 장달수를 비웃었다.
“야! 태백산불알놈아! 지금 투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아웃 원하냐?”
장달수가 침착하게 말했다.
“일대 5로 하자!”
선글라스가 귀를 후벼 파며 놀라 되물었다.
“지금 뭐라했냐? 1대5? 아예 미쳤군!”
“그렇다. 지금 내가 미쳤다!”
선글라스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매부리가 옆에서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형님, 저놈 치매 걸렸죠?”
“야! 이 새끼야 네 눈엔 저놈이 치매로 보이냐?”
쟈크가 아양 떨었다.
“형님 말이 맞습니다. 저 새끼 완전 미친 게 맞습니다.”
장달수가 한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미친 놈 눈엔 미친 것들만 보인다. 그래서 나는 지금 너희들을 응징하겠다.”
선글라스가 장달수의 말에 독이 올랐다.
“야!”
“네 형님!”
“저놈이 원하는 대로 한꺼번에 덮쳐라!”
“네에? 줄이 길어서 우리가 다칠 텐데요?”
“아! 이 돌대가리들!”
“?”
“줄을 짧게 잡으란 말이다!”
“아! 그렇군요.”
방패직원의 발차기에 쓰러졌던 아령도 비실비실 일어나 중절모들과 함께 무기와 연결된 줄을 짧게 잡고 동시에 공격할 태세를 갖췄다.
선글라스가 다시한번 다짐했다.
“분명히 1대5라 했다?”
“남아일언중천금!”
“유언은 없냐?”
“죽을 놈들이 내 유언 들어 뭐하게?”
선글라스가 공격명령을 내렸다.
“저놈 제삿밥도 못 얻어먹게 영혼까지 사시미 쳐라!”
“네 형님!”
“스타트!”
선글라스가 명령했다.
다섯 중절모가 동시에 장달수를 향해 무기를 휘두르며 돌진했다.
“윙윙!”
“휘익휘익!”
“쨍그랑쨍그랑!”
중절모들이 휘두르는 무기 소리가 실내에서 공명되어 음산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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