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박근혜와 시진핑이 만나서 회담을 했다.
다자간 국제회의에 참석 중인 양국 정상이 잠시 틈을 내서 만난 거라서
특별한 뉴스거리가 있을 리 없다.
또, 이런 회의에는 기자가 직접 배석할 수는 없는 것이라서
위에서 불러주는 대로 기사를 쓸 수 밖에 없다.
그런 만큼 이런 뉴스에는
뉴스를 통제하려는 사람, 그리고 뉴스를 생산하는 사람의 의도와 관심,
그리고 더 나아가서 통상적인 인식-이데올로기 수준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우선 연합통신과 뉴스원 통신의 기사를 보자.
서로 간의 의례적인 인사말을 빼놓고 이번 회담에서 다뤄진 것을 보면
1-a. 박근혜가 시진핑에게 지적한 팩트s
- 북한 주민의 영양 실조
-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이 취소한 것
- 개성공단의 정상화 등 남북관계의 진전
- 한국 측의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추진 의사를 중국이 북한에 전달해 준 것
1-b. 박근혜가 시진핑에게 주문/요구한 것
- "북한이 핵 무기를 포기하고 경제발전에 주력하도록 중국이 설득해달라"
2. 한편, 연합통신과 뉴스원 통신의 기사는 시진핑의 발언은 제대로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다.
전세계에서 오바마 다음으로 정치적으로 비중있는 인물인 시진핑의 언동에 대해
그걸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은 언론으로서는 일종의 직무 유기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회담 내용에 대해서 청와대 측에서 발표한 브리핑 자체 안에
시진핑의 발언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 신화사 통신의 인터넷망과 중국신문사(中国新闻社) 통신의 인터넷망의 기사를 보자.
3-a.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양 통신사의 기사의 제목과 본문이 글자 하나 빼놓지 않고 똑같다는 것.
중국 정부 뉴스 통제가 어느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또, 이 뉴스의 대상이 시진핑이라서 특별히 더 그러할 터이고,
신화사와 중국신문사가 관영 매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이는 아주 당연한 일로 보인다.
3-b. 뉴스 기사 구성은 다음과 같다.
- 시진핑이 한 말
- 박근혜가 한 말
- 두 사람의 강조/요구
- 중국측 배석자에 관한 정보
중국 통신사들의 뉴스는 어쨌거나 한국 쪽에 비해서는 형식적으로 공평성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통상적이고, 의례적인 것을 빼고 오고간 말을 정리해보면,
4. 시진핑의 발언/지적/강조/요구
-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양국의 노력
- 대화와 협상을 통한 남북한의 비무력 대결
- 빠른 시일 내에 6자 회담 열자
5. 박근혜의 발언/지적/강조/요구
- 빨리 한중간 자유무역협정을 맺자
-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중국의 건설적 작용에 감사한다.
6. 한국 신문들의 제목을 보자
연합뉴스: 朴대통령, 시진핑에 "北 경제주력 많이 설득해달라"
뉴스원: 朴대통령 "北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한중 공조 중요"
조선일보: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에게 "탈북자문제 관심가져 고맙다"
동아일보: 시진핑 주석, 北 핵 보유 및 추가 핵실험 반대 입장 표명
데일리NK: 시진핑 "북한 핵보유·추가핵실험 결연히 반대"
경향신문: 朴, 시진핑에 “北이 핵 포기하고 경제발전 주력하도록 설득해달라”
7. 눈에 띄는 것은 한국의 외무부장관 윤병세가 언론을 위한 회담 내용 발표을 위한 브리핑이다.
경향신문: 시진핑 “북한의 핵보유 반대”…박 대통령 “6자회담 재개하려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 필요”
8. 경향신문은 추가로 신화통신의 뉴스를 받아서 보도했다.
기사 : 시진핑, “6자회담 조기 가동위한 조건 창조해야”
연합뉴스도 "종합2보"에서는 신화통신의 기사 내용을 소개했다.
기사: "北비핵화 협조요청"…시진핑 "북핵 반대"(종합2보)
A.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언론들이 중국 입장을 정확히 보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통신사들의 보도에서 잘 나타나고 있듯이
중국의 공식 입장은 "한반도 비핵화"다.
한반도 비핵화란 북한의 핵 개발뿐만이 아니라
한국 내 미군의 핵 무기를 포함하는 문제이며
여기에는, 수시로 한국에 드나드는 미국의 핵 항공모함과 핵 잠수함까지도 포함한다.
B. 경향신문 등이 나중에 중국 신화사 통신의 뉴스를 보도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애당초, 회담에 관한 최초의 뉴스와 통합되서 다뤄졋어야 했다.
이번 회담에 대한 최초 보도는 한국의 신문 내 하위 장르라는 점에서 보면
<정치 - 청와대>라는 하위 장르에 속하며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보도한 듯하다.
청와대에서 불러준 대로 받아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윤병세의 브리핑은 여러가지로 문제가 많다.
"시진핑의 북 핵 보유 반대"라는 것은 전형적인 단장취의, 거두절미, 침소봉대에 해당한다.
C. 중국 통신사들의 뉴스를 읽지 않고 한국 뉴스만 접한 사람들은
마치 시진핑이 북한 핵에 대해서 결연히 반대하는 듯한 인상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 핵이라는 문제를
기본적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지정학적 봉쇄라는 문제와 연관시켜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중국이 강조하고 있는 구호가 바로 "한반도 비핵화"다.
그리고, 이 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서 풀자는 게 중국의 기본 노선이다.
중국의 이런 관점과 노선은 북한의 처지나 입장을 배제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중국 통신사의 뉴스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배석자들에 관한 정보다.
링크를 걸어 둔다.
한국에 관한 중국의 외교 정책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최고 직위의 인사들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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