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일상 현실 안에서
신문 기사, 언론 보도, 영화, 드라마 등등을 통해서 중국에 관해 많은 것들이 말해진다.
즉,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중국이 엄청나게 많이 재현/표상되고 있다.
또,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서
예컨대, 세대를 소재로 한 중국의 최근 영화들에 대해서 말하고, 토론하고 있다.
(이렇게 메타적인 것이 다시 2차적 재현/표상을 이룬다.
아카데믹한 차원에서 엄밀히 메타적인 것이 아니므로 패러-메타적 재현/표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데, 지난 번 중국영화 포럼 이후에
나를 사로잡고 있는 화두는 "중국을 재현/표상한다는 것이 도대체 뭔가?"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함께 들어 있다.
1. 재현/표상과 관련된 일반의 문제
2. 중국이라는 문제
1은 다소간에 이론적, 철학적 문제인데,
기억, 상상 등과 같은 범주 내지는 문제소*도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2는 통상의 학문 분류에 의하면 지역 연구에 속하는 문제일 수 있는데
다소간에 일반적이고 이론적이라 할 수 있는 문제소*인 국가, 세대 등과 같은 것이 구체적 형태로 개입되어 있다.
즉, 중국 국가의 특수성, 중국 자본주의의 특수성, 중국의 세대 등을 다뤄야 한다.
* 문제소(問題素, problematiqueme)은 지금 내가 즉흥적으로 만들어 본 개념이다.
일단, 그것에 대해서는 하나의 특정한 문제틀(ploblematique)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들이라고 정의해 두자.
서양인이 사진으로 재현한 천안문(1895년)
1. 재현/표상과 관련된 일반의 문제
기본적으로, 이 문제에 관한 한,
나는 늘 리얼리즘(문학에서가 아니라 인식론, 과학철학에서의 그것)과 구성주의 사이에서 방황한다.
재현/표상에 관해서는 우리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례를 일정하게 받아오면서
그게 결코 중립적이거나 투명하지는 않다는 것을 익히 알게 되었다.
한마디로, 재현되고 표상된 모든 것은, 언어, 이념, 이데올로기, 담론, 인지 구조 등등에 의해 구성된 것이다.
하지만, 구성주의가 너무 강조되게 되면
프락시스의(실천적, 실용적, 실습적...) 측면이 간과되기 쉽다.
따라서, "구성"이란 말을 너무 강한 의미로 쓰지 않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소박한 리얼리즘으로 후퇴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아주 비싼 문화적 학비를 지불하고 여기에까지 온 것이다.
그 동안 우리가 다닌 학교 이름만 하더라도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콜로니얼리즘. 포스트맑스주의/사회주의, 포스트-내셔널리즘,
포스트-페미니즘, 포스트-포스트모더니즘 등등...넘 많다.
핵심은, 중국을 공부/연구하고, 중국에 대해서 말하고 글쓰고 떠들면서
적어도 가끔은 재현/표상과 관련된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재현/표상적 성찰이 가끔 필요하다는 얘기.
(당연한 얘기지만, 성찰을 늘 할 수는 없다...)
2. 중국이란 문제
중국은 크고 넓고 많고, 오래 된 데다가,
비교적 문화적, 역사적 동질성이 강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
물론, 중국만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한국 지식인들의 평균 수준을 놓고 말하자면
일본도 어렵고, 미국도 어렵다.
인도,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등도 어렵다.
혹은, 동남아시아에 대해서도 우린 솔까말 ㅈㅗㅈ도 모르고 있다.
각설하고, 한국이 대체로 다른 나라/지역을 잘 모르는 것은 그렇다 치고,
중국은 특히 더 어렵다.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이다.
"장님 코끼리 더듬듯"이란 우리 말 속담이 있는데
이제는 거꾸로, 장님이 코끼리 더듬는 일에 대해서
"한국 사람 중국 더듬듯"이란 말을 써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일단, "문화적, 역사적 동질성"이란 것을 말했는데
그것 말고도 중국 이해를 어렵게 하는 것은 전통적인 텍스트들의 두께와 무게다.
갑골문 이래 그 텍스트의 두께와 무게는 사람을 압도한다.
"장님 코끼리 더듬 듯"이란 말 자체가
중국의 4자성어 衆盲摸象에서 나온 말이다.
3. 명 나라 때 董其昌은 "读万卷书, 行万里路"라고 뻥을 친 바 있다.
그런데, 그게 이제는 뻥이 아닌 게 되었다.
胸中万卷 분량의 정보/지식 & 텍스트들을 가지고도 중국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텍스트다.
하나는 청대(淸代) 초기 화가 운수평(惲壽平)의 그림 <만권서루(萬卷書樓)>
다른 하나는, 블룸버그의 중국 위안화 vs. 한국 원화 환율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