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간에 아이를 보낸 지 꼭 1년이 되었습니다. 엊그제 인천공항에서 불안과 걱정, 그리고 기대 등 복잡한 마음으로 아이를 떠나보낸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훅 지나갔습니다.
지난 여름방학 때 아이를 만났을 때 비록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지만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겨울방학 때 만나보니 여름 때하고는 또 다르게 더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물론 아이들이야 계속 성장하기에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의 많은 변화에 당황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늘 그렇듯이 아이들의 변화와 생각은 부모를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부모인 제가 아이들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늦게 낑낑거리며 헐레벌떡 쫒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저의 모습에서 아직도 저의 생각으로 아이를 바라보려는 모습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좀 더 저의 분발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가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모든 생활을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롯이 스스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변화인 것 같습니다. 물론 집에 오면 예전의 의존적인 생활로 바로(?) 돌아오기는 하지만, 스스로 알아서 하는 일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을 보면서 변화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하여 스스로 하는 경우가 예전에 비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하기도 합니다. 옛날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모습입니다. 아직은 작은 것에 지나지 않고 미약하지만 확실히 변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다음으로는 24시간 친구와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겪는 ‘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이 깊어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선배들과의 ‘관계’에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 때로는 상처를 받고, 또 위로도 받고, 그리고 갈등도 경험하는 등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성장을 한 것 같습니다.
여름방학보다는 겨울방학에 훨씬 더 많이 성장했음을 느낍니다. 아마 1학기에는 적응기간으로 서로 ‘관계’를 조심하면서 덜 느낀 것 같고, 2학기에 들어오면서 비로소 ‘관계’가 시작되면서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이제 타인과의 ‘관계’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하여 스스로 조절하고, 인내하고, 절제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식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느낀 것 같습니다. 가족을 대하는 언어와 태도에서 많이 변했음을 느낍니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에 대한 상처가 많이 아물고, 그럼으로써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더 깊어진 것 같습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필간을 졸업했거나 졸업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툭 던지면서 부모의 반응을 살피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아이의 변화보다는 사실 부모인 저의 변화가 더 많았음을 느낍니다. 필간을 보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좀 더 일찍 아이를 놓아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었습니다. 필간에 아이를 보내고 주어진 그 동안의 시간은 저의 생각으로 아이를 재단하고 그 틀에 가두어 두려는 저의 욕심으로 끊임없이 아이에게 상처를 주었던 부끄러운 내 자신에 대하여 치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때론 아이가 떠난 텅 빈 방에 멍 때리고 앉아서, 때론 새벽에 잠을 깨어 아이가 없다는 허전함을 느끼면서, 문득 문득 아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와의 지나온 일들을 생각하였고, 그 동안 참 많이 아이에게 상처주고 꼰대(?)같이 행동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결국 저는 아이와의 ‘관계’에서 저의 불안과 욕심이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강요하면서 아이를 힘들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상처받고 지쳐왔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하여 부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저의 행동이 사실은 저의 불안과 욕심으로 인하여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상처를 주었던 행동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필간을 보내고 치유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더 이상 아이에게 상처주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 스스로도 그동안 짊어졌던 아이에 대한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이러한 내려놓음을 통해 제 인생도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었습니다. ‘나부터 행복해지자’라는 생각, 결국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앞으로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일에 몰두하기로 다짐 한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차일피일 미뤄두었던 사업도 시작하고, 주위의 ‘관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많은 사람과 어울리고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을 하고, 가족과의 시간도 많이 가져 서로에 대한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하여 더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의 모습은 아이를 필간을 보내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필간은 아이와 부모가 모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성장하게 해주는 학교인 것 같습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재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자질로 ‘협업능력’이 꼽히고 있습니다. 이는 고립된 개인적인 능력의 향상보다는 함께 ‘협업’을 통한 소통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필간의 교육 시스템은 이미 미래의 인재에 필요한 필수적인 능력향상에 확실히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국, 영, 수’를 중심으로 하는 주입식 교육은 미래의 인재양성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교육이고, 불필요한 정보만을 습득하는 교육으로 미래사회에서는 쓸모없는 정보를 가르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우리가 필간을 선택한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다시 한 번 감사를 하게 됩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미래에 꼭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미래의 인재로 성장하고, 부모들도 아이들과 같이 소통하며 성장하는 필간의 만남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필간의 식구로 만난 영주, 준우, 지섭, 시온, 시원, 동혁, 승민, 민호, 소정, 예림, 미르, 하민네 너무 좋고 반갑고요, 아이와 부모의 건강과 행복한 미래를 위하여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