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은 것과 잃은 것
교남소망의집 신영혜
올해 3월 코로나19로 모든 외부활동이 중단되었습니다.
입주인들이 다니던 보호작업장도 휴관에 들어갔고 계획하고 있던 여가활동, 쇼핑, 지인과의 만남…
모두 올스탑 되었습니다.
곧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거라 믿었지만 이제는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로 답답한 일상, 외출이 제한된 처음 한 달은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입주인들은 티비를 보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잠을 잤고, 직원은 요리를 하고 담소를 나누고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일거리가 하나 둘 떨어졌습니다.
먼저 물리치료 선생님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외출을 하지 못해 줄어든 운동량을 늘리기 위해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스트레칭과 유산소 운동이었습니다.
직원은 졸지에 트레이너가 되었습니다.
운동하기 싫어 투덜거리는 입주인을 다독여 운동을 하고, 잘못된 자세는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예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틀어진 자세가 자꾸만 눈에 들어와서 계속해서 자세를 교정하게 됩니다.
거북목을 교정하는 운동을 찾아봐서 함께 하고 평소에도 바른자세를 강조합니다.
그리고 곧이어 작업치료 선생님은 작업치료 도구들을 가정으로 보내주었습니다.
작업치료 중인 소민씨가 치료실에 가지 않고도 혼자서 운동할 수 있도록 유튜브로 영상을 올려주셨습니다.
직원은 소민씨와 함께 영상을 보며 작업치료를 도왔습니다.
영상 속 작업치료 선생님을 최대한 흉내내며 소민씨의 작업치료를 돕습니다.
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여간 쉽지가 않습니다.
“소민씨 손에 힘을 빼봐요. 아니요. 힘 주지말고 빼봐요.”
소민씨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잘 되지않아 애를 먹습니다.
'손에 힘 빼는 건 도대체 어떻게 알려줘야 하나.’, ‘어떻게 말해야 손가락을 더 자유롭게 움직일까.’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생각인데 매일 같이 작업치료를 돕다 보니 고민이 많아집니다.
매일 같이 운동을 하고 작업치료를 하다 보니 이제 입주인들도 비슷한 시간이 되면 “운동해요?”하며 먼저 물어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일주일에 한번, 두 번 참여하던 운동을 집에서 자주 하다 보니
점차 자세도 발라지고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코로나19로 체험홈 안에 콕 박혀 있는 동안 얻은 것은 입주인의 건강과 성장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입니다.
이전에는 다른 선생님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맡겨버렸을 일을
이제는 치료사 선생님들과 함께 방법을 고민하며 해나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입주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더 넓어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얻었더라도 잃은 게 너무나 큽니다.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학원을 등록하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식당을 찾아가는 것,
필요한 게 있으면 마트에 가는 그런 보통의 삶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코로나19가 한걸음 물러나 조금씩 일상을 되찾고 있지만 완전히 예전처럼 지낼 수는 없다고 하지요.
그동안 만들어온 관계들, 넓혀온 세계가 이로 인해 무너지지 않을까 속상함이 큽니다.
어서 이 고립된 삶을 벗어나 부족하더라도 편안하고 자유로운 시간을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지난 해 함께했던 교남소망의집 글쓰기 모임.
올해도 이어간다고 합니다.
지난 늦봄에 교남소망의집 다녀왔습니다.
가을에 다시 초대해주셨습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