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반비, 2016.
당연한 이야기지만 딜런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굴욕을 당했다고 해서
딜런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이 덜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딜런이 종일 지내는 장소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뼈아프게 후회한다.
학교의 학업 성취도 대신 학교 분위기와 문화를 아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가장 크게 후회하는 점은
딜런의 내면이 정말 어떤지를 알기 위해 해야 할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309쪽
우리는 우리의 양육 방식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생각했다.
딜런은 착하고 충실한 친구이자 사랑하는 아들이었고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듯 보였다.
딜런의 글을 보면 우리가 딜런에게 심어준 것들을 잘 받아들였다는 증거가 충분히 있다.
딜런의 일기에는 양심과 싸운 흔적이 가득하다.
그런데도 삶의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무언가가 우리가 가르친 교훈을 덮어버렸다.
사람은 가정에서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십대의 경우에는 더더군다나 그렇다.
'양육'이란 한 사람이 접하는 모든 환경적 요소를 가리킨다. 421쪽
언론에서 베르테르 효과를 인지했기 때문에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자살로 인한 죽음, 특히 십대의 자살은 언론에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는 걸 느꼈을 것이다.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와 미국정신보건원에서 강조하는 지침을
따른 것이다. 두 기관 모두 언론보도를 제한하고 절제하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 언론에서 자살을 대중의 관심이 높은 범죄처럼 보도하지 않고
공중보건 문제처럼 보도함으로써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유족들에게 꼭 필요한 두 가지 양분을 찾지 못했다면,
나도 내가 찾으려 했던 통합을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첫 번째는 동지를, 두 번째는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388쪽.
때때로 학교 폭력 가해자의 부모가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는다.
정말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잘 알고 있을까?
미국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의 두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딜런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사건 뒤 담담히 자신이 어떻게 자녀를 양육했는지 남긴 기록.
딜런은 뚜렷한 이유 없이 친구와 선생님, 모두 13명을 사살하고 자신도 총으로 자살했다.
딜런은 괴물이었을까?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거나, 끔찍한 무언가에 늘 노출되었던,
우리가 짐작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들의 결과로 사건이 발생했을까?
어떤 부모를 만났는가, 어떤 친구과 사귀었는가, 어떤 게임이나 영상을 보았는가...
책은 이런 것들이 범죄를 일으킨 결정적 이유가 아니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한다.
좋은 부모는 아이의 상황을 잘 알고 있을까?
저자는 내가 좋은 부모이고, 그래서 내 아이를 잘 알 거라는 게 착각이었음을 고백한다.
아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적어도 그 아이를 키운 나에게는 말할 것이라는 착각..
내 머릿속은 혼란의 소용돌이였다.
우리가 들은 정보와 내가 내 삶에 대해, 내 아들에 대해 아는 것을 끼워 맞출 수가 없었다.
딜런 이야기일 리가 없었다. 우리 ‘햇살’, 착한 아이, 늘 내가 좋은 엄마라고 느끼게 만들어주던 아이.
딜런이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대체 딜런의 삶 어디에서 그게 나온 걸까? 45쪽
톰이나 나는 딜런이 인기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딜런의 학교생활이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306쪽
저자는 우리 아이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지난 삶을 글로 쓰고 정리하며 그 속에서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
기록하며 지난 삶을 통째로 돌아본다.
책의 원제가 'A Mother's Reckoning - Living in the Aftermath of Tragedy'.
한국어판 제목은 조금 자극적이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내 아들이 죽인 사람들의 기억을 기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내가 아는 최선의 방법은 할 수 있는 한 정직하게 쓰는 것이다. 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