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책책 연수, 취재 기사

[김세진]

중부재단 현장 스토리

원문 http://blog.naver.com/jungbu01/221026899819

걸을 것, 행복할 것, 그래서 건강할 것
‘책‧책‧책’ 지리산 둘레길 학습 여행 현장

2017.06.12. 

  

“이 주소로 오면 됩니다!”

성찰의 시간을 위해 잠시 일상을 떠난 12명의 사회복지사가 있습니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지리산 둘레길로 향하던 날 아침, 짧지만 반가운 메시지가 도착했죠. 길도,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여정. 하지만 깨달음을 얻는 대로 나아간 발걸음은, 어느새 하나의 길을 만들어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산 중턱에서 한 줌 여유를 만나다

‘이:룸(E:Room)’은 사회복지사의 자기계발을 돕는 스터디 운영비 지원 사업입니다. 중부재단은 올해 ‘이:룸 Ⅱ’를 신설해, 새로운 형식의 ‘학습 여행’을 계획했는데요. 바로 사회복지사 사무소 구슬의 김세진 소장이 이끄는 ‘사람책, 종이책 그리고 산책(이하 책‧책‧책)’이었죠. ‘걸어라, 그래서 행복하라, 그리고 건강하라’고 말한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 그의 말처럼 전국 각지에서 모인 12명의 사회복지사는 행복하기 위해, 그래서 건강한 사회복지를 실천하기 위해 지리산으로 떠났습니다. 5월 22일부터 27일까지, 5박 6일간의 여정으로.

지난 5월 26일, 여정의 막바지에 이른 여행자들에게 향하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구례구역에서 출발한 택시는 화개장터를 지나 어느새 차 한 대가 겨우 다니는 좁은 길에 들어섰죠. 급하게 들이키다 체할라, 나그네를 위해 물그릇에 나뭇잎 하나 띄웠던 이의 마음이었을까요. 지리산은 구불구불한 길을 내어주며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오라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더는 자동차를 허락하지 않았던 길부턴 중부재단도 뚜벅뚜벅 걸었습니다. 담벼락에 소담히 핀 봄꽃과 먼저 지나간 이가 세워둔 이정표를 친구 삼아 걷던 길. 산 중턱의 휴게소에 이르자, “어서 오세요!”라며 쾌활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청명한 하늘과 푸른 산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휴식을 취하던 여행자들이었죠. 


대나무처럼 마디를 만들었던 5박 6일

이날 오전 7시부터 걷기 시작한 사회복지사들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춘 상태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여정은 지리산 둘레길에서 어렵다고 소문난 14구간(원부춘~가탄)이었죠. 오전 내내 가파른 산길을 올라 지칠 법도 했지만 이들의 표정은 오히려 상쾌했습니다. 산 중턱에서 먹는 라면은 꿀맛이었고, 편안하게 누워 책을 읽거나 한층 더 친해진 동료들과의 웃음 섞인 대화를 나눴죠. 한주 전, 이룸 Ⅱ 전달식과는 전혀 달랐던 변화였습니다.

여행자들은 그동안 참 많이 걸었습니다. 하루에 7~8시간은 기본이었죠. 첫날이었던 5월 22일, 남원역에서 집결한 이들은 1구간(주천면~운봉읍)을 걸으며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운봉읍의 민박집에서 설레는 첫날 일정을 마무리한 후 이튿날인 23일에 다시 긴 여정의 첫걸음을 뗍니다. 1구간과 2구간(운봉읍~인월면)을 거쳐 3코스(인월 센터~금계마을)까지 걸었죠. 셋째 날인 24일에는 3구간을 마저 다 걸은 뒤, 지리산 산청의 동의보감촌에 건너가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무작정 걷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고, 잠시 멈추어 시집을 읽거나 홀로 묵묵히 걸으며 내면으로 침잠하기도 했죠. 어느새 줄은 길게 늘어졌지만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속도로 걷고, 생각하고, 돌아보는 것이 이번 학습 여행의 목적이었으니까요. 고즈넉한 곳에서 듣는 바람소리, 물소리는 복잡했던 속을 씻겨줬습니다. 중부재단의 특별 요청으로 저녁에는 항상 맛있는 식사를 했다고 웃었던 일행들. 매일 저녁에는 <사회복지사 김세진의 독서노트>를 읽으며 함께 공부했습니다. 자기 전엔 오늘 하루 감사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초심을 되찾고 우정도 다졌죠.

넷째 날인 25일은 쉬어가는 의미로 진주성과 화개장터를 구경했고요,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가장 어렵다는 14구간을 걸으며 다시 한 번 힘을 냈습니다. 동료들의 모습을 멋지게 촬영했던 고동호 대표(사회적기업 더블베이스)는 이번 학습 여행을 통해 “좀 더 사람 냄새나는 콘텐츠를 만들기로 결심했다”면서 “좋은 동료들과 이야기할 기회, 장소가 있었던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라고 웃었지요.

안전하고 의미 있는 여정을 이끈 김세진 소장은 “대나무가 부러지지 않고 곧게 자라는 이유는 마디가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복지사들에게 이번 학습 여행은 ‘마디’가 되어 힘차게 살아가는 힘을 줬던 시간이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여러분, 그렇죠?”란 물음에 모두가  “네!”라고 대답한 건 물론이고요.

짧은 휴식을 마치고 일어서자 “잠시만요!”라며 낯선 이들이 사회복지사들을 붙잡았습니다. “이거, 맛있는 간식인데 먹으면서 가요.” 접시에 담긴 생선 튀김은 이름 모를 나그네의 다정함이 더해져 무척 고소했습니다. 걷는 것의 재미와 좋은 동료를 알아간다는 기쁨,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거듭하는 배움까지, 12명 모두에게 주어진 5박 6일은 “내가 해왔던 사회복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길을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이 한 뼘 더 크게 느껴졌지요. 멋진 도전을 마친 이들의 일상에 지리산 둘레길의 향기가 계속하길 중부재단은 응원합니다. 

사회복지사로서 내가 바른길을 가고 있나
고민하던 중에 책‧책‧책을 알게 됐어요.
휴가 때 집에만 있을 정도로 잘 움직이지 않았지만,
앞으로의 방향성을 찾아보고자 지리산 둘레길 여정에 참여했죠.
처음에는 모두 낯설었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다들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평소에 제가 걸음이 느린 편인데, 이곳에 와서 저보다
더 천천히 걷는 분을 기다렸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내가 다른 누군가를 기다려줄 수 있다는 점에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가 있어요.
전 지리산 둘레길에서 잠시 나를 되돌아보며 달라진 저를 느낍니다.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책‧책‧책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 박찬호 유린원광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목적지에 얼른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요.
전 등산을 갈 때면 항상 땅을 보면서 빠르게 걷기만 했어요.
그런데 김세진 소장님은 책‧책‧책에서 ‘사람책’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죠.
처음에는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걷는다는 게 어색했지만,
돌이켜보면 사람책에서 가장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여기 계신 안선애 선생님의 이야기보따리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웃음)
동행자 모두 연령대와 경력이 다 비슷해서
고민을 털어놓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더 좋았어요.
매일 저녁, 동료들에게 고마웠던 점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고마움을 표현하는데 오히려 제가 칭찬을 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은 사회복지 기관을 퇴사한 상태지만
지리산 둘레길에서 얻은 힘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하~! 바람이 좋다!

- 조은정 사회복지사

저 자신을 찾고 싶다는 열망으로
예전에 스페인의 까미노 데 산티아고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책‧책‧책의 지리산 둘레길 여정이
더 힘든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동료들이 서로를 기다려주고
다른 이의 짐도 들어주면서
발맞춰 걸어가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뭉클했어요.
선한 사람들이 모여 엮어낸 아름다운 여정이었죠.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복잡했던
머릿속을 다 비울 수 있었어요.
2005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서거할 당시
“나는 행복합니다. 그대들도 행복하세요.”란
말씀을 남기셨는데
저도 똑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책‧책‧책을 함께 하며 전 정말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 안선애 파주문산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