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일기
하민희, 늘푸른나무복지관
배경
도전적 행동을 하는 발달장애인은 장애인복지시설을 비롯한 이용시설을 이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당사자들의 도전적 행동을 사회는 아직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분들이 행하는 도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목소리가 담겨져 있습니다.
'주세요, 하기 싫어요, 뛰고 싶어 요, 관심 받고 싶어요.'같은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상대가 받아들이기 힘든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과 행동 안에 담겨진 목소리를 거부하는 사회가 아쉽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나이인데, 삶의 주인이지만 사회에 배제되어
자신이 할 수 있는 강점들을 펼칠 수 없는 점들이 안타깝습니다.
늘푸른나무복지관에서는 2019년 07월부터 도전적 행동으로 시설이나 기관 이용에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통합을 목적 으로 '챌린지2'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약 1년동안 4명의 이용인은 지역 사회에서 이웃들과 만나면서 필요한 규칙들을 배우고,
이웃들은 이용인들의 의사소통 방식에 대하여 이해하게 되면서 어울려가고 있습니다.
1년간 챌린지 이용인 네 명과 지역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동행했습니다.
유독 지역사회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자신의 기분과 목소리를 이해받기 힘든 이가 있었습니다.
발음과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고,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이 여느 사람과 많이 달라
여러 사람의 궁금증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공부하게끔 했습니다.
우리가 이 분의 이야기가 배우지 못한 외국어로 들리는 듯합니다.
말하기 어려운 이 분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면서
더욱 집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이웃들과 인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도전적 행동을 중심으로 기록하였습니다.
도전행동이 발생한 상황, 원인, 빈도 등을 주로 기록하였습니다. 잘한 일, 성공한은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문제에만 집중한 것이 후회되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 성공한 것들 을 기록하고, 그의 일상과 목소리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기록을 통해 이용인의 목소리, 이용인을 돕는 담당자의 목소리를 기록하면서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이름
제 이름은 정서하입니다.
저의 이름은 정서하(가명)입니다. 나이는 24살이구요. 강서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대부분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있었는데
작년 8월부터 늘푸른나무복지관에서 시작한 ‘챌린지2’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저는 제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고,
상대방이 하는 말이 외국어처럼 들려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저만의 단어와 몸짓으로 제 목소리를 전달하는 편이고,
상대방이 보여주는 그림이나 몸짓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해요.
서로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지만 적응중이랍니다.
쉬는 날에는 대부분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주로 물건 정리를 많이 해요.
물건을 바구니에 담고 떨어져 있는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담는 일을 하죠.
식사나 옷을 입는 것은 저 혼자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화장실 갈 때에는 누군가 도와줘야 해요.
저는 사람을 좋아해요. 처음 만난 사람도 낯설긴 하지만 친해지고 싶어서 먼저 인사하고, 애교 피우는 편이죠.
그런데 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사람 많은 것이 불편한 것 같아요.
3,4명 정도면 저도 조금은 안심하고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평소 스트레칭, 공 던지기, 산책과 같은 신체활동을 좋아하는 편이고,
동요를 크게 듣는 것을 좋아해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제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복지관에 놀러오세요.
제 이름은 하민희입니다
저의 이름은 하민희입니다. 나이는 25살이고, 강서구에 살고 있습니다.
작년 2월에 학교를 졸업하고, 7월에 늘푸른나무복지관에 입사하여 ‘챌린지2’라는 사업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제 생각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말로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말로 하기 힘들 때에는 참거나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죠.
쉬는 날에는 주로 집에 있어요. 퍼즐 맞추기, tv시청, 핸드폰 게임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는 마블영화 보는 것, 자는 것, 강아지와 노는 것 등등이 있어요.
네. 맞아요. 저는 집순이에요.
일상생활은 스스로 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부모님의 손길이 뻗히고 있어서 독립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나중에 독립하게 되면 좋아하는 것으로 집을 꾸미고 싶네요.
저도 사람을 좋아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요.
어떤 때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어떤 때는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제 생각해보니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도 주로 듣는 편이긴 하네요.
그리고 낯을 많이 가려서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조금 걸려요.
하지만 친해지면 말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 편이랍니다.
소통
정서하 : 저는 이렇게 말해요.
제가 앞서 말했듯이 저는 말로 제 생각과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평소 저만의 어눌한 언어와 몸짓 언어로 대화를 하고 있고,
제가 무언가를 하고 싶거나, 원하는 것을 제 언어로 표현해도 상대방이 들어주지 않으면
저는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기도 해요.
어렸을 때부터 말하기가 어려웠던 저한테는 말 보다는 행동이 표현하기 편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행동이 아닌 말로 대화를 주고, 받아요.
저도 말로 표현하고 싶어서 가장 관심 있고, 제가 사용하기 쉬운 단어들을 배워 봤는데 알려줄게요.
저는 배고플 때 음식을 보면 ‘바나나’라는 단어를 사용해요.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우산을 찾는데 저는 ‘우아’라고 발음해요.
물을 좋아해서 수영도 좋아하는데 수영을 표현할 때에는 ‘음파’라는 단어를 사용해요.
이외로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에는
이발소에 가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때에는 머리를 찰랑이는 동작을 엄마에게 보여주고,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에는 바지 앞쪽으로 손가락으로 가리켜요.
노래나 큰 소리를 들었을 때 또는 듣고 싶을 때에는 손가락으로 귀를 가리키죠.
말하는 것이 어렵지만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제가 학습한 언어들이에요.
표현의 양이 적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많이 노력한 것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요.
소리를 지르고, 던지고, 때리는 이유보다는 제 행동을 막는데 집중해요.
제가 소통하기 위해 해온 노력처럼 사람들도 저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하민희 : 저는 이렇게 들어요.
처음 서하를 만났을 때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였어요.
물을 머리에 뿌린다든가, 비를 맞으며 길을 걷는다든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많이 답답했어요.
1년을 함께 지낸 지금도 다 알고 있다고는 말 할 수는 없지만
이래서 이런 것 때문에 그럴 수 있겠구나하고 추측을 하면서 서하 씨의 특성을 알아가고,
서하씨를 처음 만나게 되는 선생님들에게 설명해요.
서하씨는 대부분의 소통을 몸짓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저는 서하 씨의 표정과 목소리 톤을 보고 기분을 파악하고, 몸짓으로 소통하고 있어요.
1년간 바라본 서하 씨는 기분이 좋을 때는 “까부리까, 까부리까”라는 말을 해요.
이 말의 의미는 보호자인 어머니도 잘 모르신다고 하네요.
다만 이 말을 한다는 것은 기분이 좋은 상태라는 것은 알 수 있어요.
가끔 "까부리까, 까부리까" 말하다 우연찮게 “까불지마”라는 말을 정확하게 할 때가 있는데
정말 까불지 말라는 의미로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네요.
다른 선생님들과 저러다 서하씨가 어느날 갑자기 유창하게 이 때 내가 왜 이랬는지 설명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해요.
서하 씨는 자신을 도와주는 담당자 두 명에게 특정행동 한 가지씩을 담당자와 같이 할 때가 있어요.
남자 선생님하고는 껴안는 것을 자주 하는 편이고,
저하고는 사람이 장소에서 나가거나 멀리 있을 때 부르는 행동을 할 때 입에 손바닥을 가져다 대며
“에~”라는 소리를 내며 즐거워해요.
구체적인 의미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이 행동을 하는지는 알 수 있게 되었어요.
1년 뒤에는 서하 씨의 목소리를 얼마나 더 많이 들을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첫댓글 하민희 선생님은 늘푸른나무복지관 새내기 사회사업가입니다.
매월 열리는 '구슬 사회사업 글쓰기 모임'에서 한 달 동안 쓴 글을 가지고 만납니다.
하민희 선생님 글 가운데 일부를 나눕니다.
얼른 다음 글을 읽고 싶어요.
완성할 글이 기다려집니다.
우연히 카페 둘러보다 반가운 하민희선생님 글을 만나,
응원 댓글 달려고 카페 가입을 했네요.
새내기 답게, 열린 마음과 열정으로 쉽지않은 길을 씩씩하게 가는,
새내기 답지않게, 세심하게 당사자와 환경을 두루 살피는 선생님의 실천 기록이
20년을 장애인 분야에서 일하는 저와 같은 동료에게 도전과 새로운 감흥을 줍니다. 고맙습니다.
서하에 대한 기록이 차곡차곡 쌓여, 누군가 서하를 처음 만나게 되는 이들에게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봅니다.
독자로서 선생님의 다음 글이 저도 기다려지네요.
하민희 선생님~
센타장님의 이 글도
책 속 어딘가에 넣으면 좋겠네요.
저도 다음 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