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기념관’의 즉각 폐관을 촉구한다
- 폐관을 위한 범국민적인 운동에 들어가며
박정희 추종세력은 지난 달 21일 시민사회와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대와 논란을 무릅쓰고 끝내 기념관을 개관했다. 개관 보름째에 접어든 박정희기념관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냉랭하기만 하다. 서울시 부지에 국고 208억원을 들여 건립했지만 시민들이 참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없고, 박정희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으로 가득한 세뇌교육의 장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현재 기념관은 겉으로는 ‘박정희 기념‧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박정희 찬양관’에 지나지 않다. ‘5·16 군사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으로 미화하고 새마을 운동, 경제개발 정책 등의 긍정적 측면만 부각시켜 박정희를 ‘근대화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는 데만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그가 일제강점기에는 괴뢰국 만주국의 장교로 복무한 친일파였으며, 시민들의 4·19혁명을 군사쿠데타로 짓밟고, 대통령이 되어서는 유신독재로 인권을 유린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독재자였다는 부정적인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조금도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중순 개관한다는 ‘도서관’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일반서적은 없이 박정희 관련 서적으로만 채워질 예정이다.
애초 서울시는 박정희기념사업회 측에 ‘공공도서관’을 조건으로 운영을 맡기되 완공 후 기부‧채납을 통해 소유권을 서울시에 넘긴다는 조건으로 상암동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운영과 건립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박정희기념사업회 측의 농단에 따라 결국 ‘박정희 전문도서관’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박정희기념관’은 애초 협약을 어긴 채 ‘불법 개관’을 한 것이다.
서울시는 “오는 4월 시의회의 심의를 거쳐 기부채납 절차가 끝나면, 서울시가 기념사업회와 위탁운영 계약을 맺어 세부 운영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미지근한 태도를 보면 과연 이를 바로잡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서울시는 애초의 협약대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운영에 대한 기준을 세워 ‘박정희 기념관’을 ‘공공도서관’으로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박정희기념사업회 등 유신수구집단이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박정희 미화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노림수는 분명하다. 수구·냉전 세력의 뿌리인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고,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정당화함으로써 지금의 기득권 체제를 지속·강화시키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피 흘리며 쟁취해 키워온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이자 국민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헌법을 유린하는 것이다. 즉 대한민국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민족을 배반하고 변절을 일삼으며 인권을 유린한 독재자박정희는 청산해야 할 과거의 망령이지 기념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박정희 기념관’은 객관적인 ‘박정희 시대’에 대한 객관적인 교육의 장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영혼을 오염시킬 유신망령의 무덤일 뿐이다.
463개 시민‧사회‧교육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지난 2월 21일 개관에 맞춰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그 다음날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며 ‘박정희 기념관’ 폐관을 촉구해왔다. 이제 우리는 폐관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정리하면서 마포지역 주민 및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박정희 기념관이 폐관될 수 있도록 국민청원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서울시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및 시의회 감사청구 등 범국민적인 운동방식으로 싸워나갈 것이다.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고, 또한 6월 민주항쟁 25돌이면서 동시에 10월 유신 40돌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우리는 미래세대와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역사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유신잔재 청산에 모든 힘을 쏟을 것이다. 국민을 기만하는 ‘박정희 기념관’을 즉각 폐관하라!<끝>
2012.3.9
친일·독재미화와 교과서개악을 저지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 한상권(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
공동대표: 김영훈(민주노총 위원장)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장)
장석웅(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정동익(사월혁명회 의장)
정연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논평]박정희기념관폐관결의(2012.3.9).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