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완전 폐기와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합의를 환영한다
1. 오늘 역사학계·역사교육계가 더불어민주당·정의당과 ‘국정 역사교과서 완전 폐기와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였다. 지난 4월 19일 한국사연구회·한국역사교육학회·한국고고학회·한국서양사학회·민족문제연구소·역사문제연구소 등 30개 학회(연구소)가 국민의당·더불어민주당·바른정당·자유한국당·정의당 등 대선캠프에 역사 갈등 해소를 위한 역사교육정책 마련을 제안하였으며, 이에 대해 양당이 화답함으로써 협약식을 갖게 된 것이다.
2. 학계와 정치권이, 헌법가치인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 전문성 보장을 위해, 합의한 내용은 다음 세 가지다.
첫째, “초등 교과서를 포함하여 국정 역사교과서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며, “차제에 역사교과서 국정제가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입법조치를 서두른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근혜정부의 여러 정책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핵심 중의 핵심 정책이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된 이후에도,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학교 현장 보급을 위해 온갖 꼼수를 동원한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현재 국정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전무하지만, 교육부가 보조교재로 신청하는 방식을 통해 교육현장에 배포를 시도하고 있어 국정 역사교과서가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국정교과서 금지법이 어렵사리 국회 교문위를 통과하였지만 수구세력의 반대로 여전히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위헌심판 청구를 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위헌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있다. 국정교과서는 국민의 절대다수인 70%가 반대하고 있으며, 촛불민심이 선정한 박근혜정부 6대 적폐 가운데 하나이다. 이번에 정치권이 적폐 청산을 바라는 민심을 적극 수용하여 역사교과서 국정제를 완전히 폐지한다고 확약하였으니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둘째, “2018년에 무리하게 국정 교과서를 보급하기 위해 마련된 현재의 교과서 검정절차를 바로 중단하고 교육과정을 개정한다.” 현재 진행 중인 검정절차를 바로 중단해야만 하는 까닭은, 6개월도 채 안 되는 집필기간으로 인해, 검정교과서의 부실과 편향이 심각하게 우려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일-독재-냉전의 역사인식에 바탕을 둔 <2015교육과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하는 때문이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건국’을 들 수 있다. 2013년에 교육부는 뉴라이트가 집필한 교학사 검정교과서의 ‘건국’ 표현을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수정하라고 권고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로 “대한민국은 제헌 헌법에도 명시하고 있듯이 3.1운동 결과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여 수립되었음. 따라서 건국이란 용어는 적절하지 않음.” 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2015년 광복절 축사 때 박근혜대통령의 ‘건국’ 발언 직후, <2015교육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꿈으로써,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수용하였다. 이처럼 뉴라이트 사관이 반영된 <2015교육과정>을 즉각 폐기하고, 독립운동-민주주의-평화통일의 헌법정신이 구현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이로 볼 때, 현재의 교과서 검정 절차를 바로 중단하고 교육과정을 개정한다는 합의안 또한 시의적절한 것이라 하겠다.
셋째,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적 전문성 확보를 위해, 차후 신설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역사교육을 논의하는 기구(전담 위원회 등)를 신설한다.”고 하였다. 역사 교육을 통해 한국사회의 역사 갈등을 해소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위한 역사교육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성격을 띤 공적인 역사교육 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 앞으로 설치되는 기구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No Control But Support]’라는 원칙에 따라, 정치권력, 즉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을 가져야 하며, 역사교육 관련 정책을 연구, 개발하거나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행정이나 재정적으로 힘을 실어주되, 운영은 전문가와 학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 기구의 구성은 역사학계와 역사교육계를 중심으로 하되, 교육계, 학부모, 시민사회단체 등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2년 후이면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을 선언한지 100년이 된다. 민주공화국 100년의 역사에 걸 맞는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유엔의 역사권고안, 유럽평의회의 역사교육 원칙과 활동 등을 활용하여, 역사 교육의 방향이나 원칙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이번 학계와 정치권의 합의를 계기로, 역사교육이 자유·평등·인권·민주·평화 등의 헌법가치가 현실사회에서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이루어지기 바란다.<끝>
2017년 4월 28일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20170428_논평_‘국정 역사교과서 완전 폐기와 역사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위한 합의를 환영한다.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