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의 옹기와 달리 제주옹기는 앞에 '제주'가 붙습니다. 제주옹기의
역사가 궁금해지는데요, 일각에서는 제주옹기가 전라지역의 옹기에서
파생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역사(歷史)란 어떤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영역을 말합니다. 그래서 기록 또는 유적과 유물이 역사를
뒷받침 해 줍니다. 그럼, 제주옹기도 역사성을 증명할 근거는 무엇일까요?
먼저, B.C 10,000~7,000년 경 출토된 고산리식 원시무문 토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고산리식 무문 토기는 현재의 제주옹기제작 방식과
아주 흡사한데 이는 신석기 시대부터 제주에서 옹기가 만들어졌다는 근거입니다.
그리고 1702년 그려진 탐라 순력도를 근거로 들 수 있는데요, 이 화첩에는
허벅을 진 아낙네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즉 육지와의 왕래가 어려웠던
시기에도 제주에서 독자적으로 옹기가 만들어 졌음을 뒷받침 해줍니다.
제주옹기교육프로그램을 들으며 제주옹기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제주 흙은 질이 낮아 옹기를 만들 수 없다고.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면 제주옹기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제주의 흙을 사용하지 않고 옹기를 만들어
굳이 제주옹기라 지칭하고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되묻고 싶어지네요.
하나 더, 제주 옹기의 원료가 되는 흙의 수급에 대한 문제입니다.
제주옹기의 원토가 나오는 대부분의 땅이 농사를 짓는 경작지인데
누가 농사짓는 땅의 흙을 팔려고 들까요? 농부라면 절대 안합니다.
그렇다면 원토인 제주 흙을 구하는 것이 용이치 않은 현실에서 언제까지
(사)제주전통옹기전승보존회의 힘으로 제주옹기의 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향후 관에서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서 원토 수급을 도와주지 않으면 제주옹기의
계승이 어렵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됩니다.
산업화는 우리 삶을 편리하게 했지만 반면 가치있는 전통을 사라지게 했습니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도자흙, 그리고 상업화된 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진 옹기에는
제주의 자연을 지혜롭게 활용한 제주인의 정신은 결여되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전통도 과거의 복제에 머무르지 말고 현시대에 맞게 발전해야 함이 맞지요.
원토를 채취하고 수개월의 숙성을 거쳐 성형을 한 후, 또 수개월의 자연 건조기간을
거쳐 구워내는 제주옹기는 '빠름'과 '속도'를 중요시하는 LTE-A 시대를 역행하는
비효율적인 '느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통(傳統)이란 전대에서 전해져 오고 더불어 후대에 전해져야 할 중요한
가치를 내재합니다. 제주옹기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화는 하되,
변형은 되지 않아야 하기에 제주인의 정신이 담긴 제주의 흙으로만 특별한 질그릇을
만드는 사)전통제주옹기 전승보존회의 가치있는 '느림'에 깊은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