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성직자, 수도자를 포함한 모든 신앙인들은 사람들 앞에서 복음 곧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그 말씀 속으로 들어가 거기 잠기고, 쉬고, 상처를 치유받고, 새로운 힘을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12차 시노드 수속 교황 권고 '주님의 말씀'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교는 자기의 사제들과 함께, 신앙 공동체 구성원 하나하나 처럼, 더 나아가 교회 자체가 그런 것과 같이, 남에게 말씀을 전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말씀을 들어야 한다. 그는 태아가 엄마의 태 안에서 보호도 받고 영양분을 섭취하듯이, 말씀 속에 들어거 거기에서 보호도 받고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79항)
이것은 요한 복음의 한 대목을 달리 표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너희가 내 말을 집으로 삼는다면(If you make my word your home, 새 예루살렘 성경 영어 번역본)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1-32) 위로도 받고 푹 자고 쉬어 원기를 회복함으로써 그다음 날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다시 일터에 나가듯이, 하느님의 모든 일꾼들은 날마다 그분 말씀에 원기를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방향에서 성경 자체가 즐겨 사용하는 표상 중의 하나는 "말씀을 먹는다.'는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에제키엘의 경험을 가장 표본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너 사람의 아들아, 내가 너에게 주는 이 두루마리로 배를 불리고 속을 채워라.' 그리하여 내가 그것을 먹으니 꿀처럼 입에 달았다. 그분께서 다시 나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아, 이스라엘 집안에게 가서 그들에게 내 말을 전하여라."(에제 3,3-4) 예레미야에게도 하느님의 말씀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 삼킬 것이었습니다. "당신 말씀을 발견하고 그것을 받아먹었더니 그 말씀이 제게 기쁨이 되고 제 마음에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주 만군의 하느님, 제가 당신의 것이라 불리기 때문입니다."(예레 15,16)
이런 전통 속에서 '사람이 되신 말씀'(요한1,14 참조)으로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이다. 이것이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요한 6,56-58)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모든 그리스도인들, 복음 선포의 사명을 특별히 받은 이들은 먼저 하늘에서 내려온 빵, 하느님의 말씀을 배부르게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 번 꼭꼭 씹어서 꿀처럼 단 그 맛과 그에 따르는 새로운 힘을 체험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야 사도가 되어,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