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우리 믿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믿음의 문제입니다. 교회 안에서 무슨 역할을 하든, 그 지위가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오늘날 우리는 각자 처음으로 돌아가 "나는 과연 참으로 믿는 사람인가?"하는 질문 앞에서 자신을 솔직하게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바오로 사도에 따르면, 우리는 세 가지 질문으로 자신의 믿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리스도 안에서 격려를 받고 사랑에 찬 위로를 받으며 성령 안에서 친교를 나누고 애정과 동정을" (필리 2,1) 나눕니까? 이 질문에 서슴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아직 믿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믿음은 늘 확신한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간질병으로 몹시 시달리는 소년을 예수께서 고쳐주신 장면(마르 9,14-29 참조)이 떠오릅니다.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 그 소년의 아버지가 이렇게 간청했을 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실 수 있다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그때 아이 아버지가 한 말은 우리 모두의 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이 이야기는 그 뒤 예수님께서 집으로 들어가셨을 때에 제자들과 예수님 사이의 대화로 이어집니다. "어찌하여 저희는 그 마귀를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제자들이 넌저시 묻자 예수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마태오 복음에는 예수님의 대답이 이렇게 나옵니다.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겨잤끼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될 것이다.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마태 17,20)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하는 시도느, '신앙의 해' 선포 등을 계기로 해서 나온 최근의 교회 문헌들은 한결같이, 신앙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시작되는지에 관해서 제일 먼저 분명히 밝힙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몇 가지 추상적 진리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을 만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신앙은 그리스도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삶이 완전히 바뀌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선언한 대로(교회헌장, 4장) 사제뿐 아니라 교회의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는 평신도 전체는 예언자, 사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사도로서 소명을 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영원한 삶에로 인도하며, (미사에서 포도주에 물 한 방울을 섞듯이) 매일의 노동과 수고를 십자가에서 이루신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에 섞어 넣음으로써, 인간의 눈에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행위라도 무한한 가치로 변화되게 할 사명을 띠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랑이신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온 세상에 증언할 사명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