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심었던 밭을 정리하고 녹두를 심었어요. 해마다 그렇게 하지요. 땅이 약간 경사진 모양인데 물이 쏠리는 곳과 밭의 진기가 쏠리는 아랫쪽에 마늘이 병색이 조금 았어서 올해는 녹두를 다 심지 않고 옥수수를 심었습니다. 메옥수수지요. 키가 작고 가뭄에 견디느라 꽃대도 못나오더니 밤이슬 양식삼아 근근히 견디다가 지나간 태풍 때 내린 비로 일제히 꽃대를 올리고 급하게 여물을 만들었나봅니다. 깡탱이 길이가 손안에 쏙 들어갈 정도예요. 그래도 식구들 튀밥 서너방 튀겨 겨울 군입거리하고 일년 내내 먹는 옥수수차는 될 것 같아요. 마음이 든든하네요. 양도 줄여서 심고 가뭄에 그나마 적게 열어서 녹두양이 확 줄었네요. 금불급의 해라 그런지 봄가뭄에 건듯 지나가버린 마른 장마에 풀조차 비들비들 태워버린 긴 가을 장마까지 올해는 참으로 가뭄에 속이 새까맣게 타버린 것 같습니다. 물호수 붙잡고 이밭 저밭 물주면서 애태우며 몸도 여위어가는 오랜농부님 보는 것도 애타고 집꼭데기와 집앞 방죽물이 다 바닥나는걸 보고 처음으로 농사지으면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갑자기 사막이 되어버린 것 같이 황량해지는 풍경을 맘아프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력함도 느꼈구요. 어머니께서 "야야~ 아무리 가물어도 되는게 녹두다 이~" 그러시길 여러번인데 가물어도 어지간 거지간해야지 극단적인 가뭄앞에는 견뎌낼 것이 없는지라 처음 핀 꽃만 포도시 한나씩 커지면서 여물고 층층이 줄기 뻗으며 꽃피워가며 익어가는 일을 멈춰버린 것 같았습니다. 우선 열린놈들이라도 온전히 여물게해서 종보존이라도 급하게 해야겠다는 절박함인 듯 했습니다 . 녹두는 두세번 따고 뽑았어요. 무성하던 잎도 두세벌 따내니 바싹 말라 비틀어져가더라구요. 그래도 어찌어찌 녹두를 따서 선풍기로 부쳐 초벌 갈무리를 해두고 급한대로 주문들어오늠대로 골라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필요하신분들 연락주세요.
첫댓글 양수기시설안되나요!!
바로 옆에 거대한 방죽이 있긴한데 집과 떨어진 유일한 밭이고 건너가서 물을대고 있을 겨를도 없지만 동네 농약물이 흘러들어 모이는 방죽이라서 사용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