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어서야 콩고르기가 끝나서 날좋은 때를 잡아 메주를 끓이려고 합니다. 메주를 만들면 지푸라기로 묶어 걸어말려야하는데 지푸라기가 없어서 할 수없이 씨나락 삼자고 베어다 철봉에 주런히 걸어두었던 볏다발들을 내려 홀태를 설치하고 훑었어요. 낫으로 베어 묶어 들여와서 철봉에 걸어 마지막 양분까지 씨앗으로 가게 기다렸어요. 사실 이 일은 해마다 오랜농부님이 4월 중순에 씨나락 담글때 하는 작업이고 늘 혼자 알아서 해온터라 홀태를 설치하는법도 모르고 그 광경을 본적없기에 벼농사 지어 쌀로 밥해먹어 살아가는 사람이 정작 아무것도 모르는게 좀 뭣해서 올해는 애들 데리고 제가 해보려고 따순날 팔겉어 붙였답니다. 콤바인으로 훑은걸 씨나락으로 쓴 적도 있지만 나락에 상처가 나면 안좋다고 꼭 이렇게 공을 들입니다. 오랜농부님은 내년 땔감 준비하느라 새벽부터 뒷산에서 살아요. 두달 내내 삽으로 밭을 뒤지고 다랑다랑마다 고랑을 삽으로 쳐올리더니 그 일 마무리하기 바쁘게 나무를 해요. 일에도 다 순서가 있어요. 급한것 중요한것부터요.
우선 홀태에 지지 막대기를 설치해 다리를 세우고 홀태를 설치합니다. 볏단을 쌓아두고 한단씩 풀어서 한주먹씩 쥐고 빗살같은 것 윗부분에 끼워 내몸쪽으로 잡아당겨요. 너무 많은 양을 쥐고하면 덜털어진 낱가리를 또 분리해서 손질해야해요. 조금씩 쥐고 찬찬히 훑어야 두번일 않고 깔끔하게 되요. 한단 풀어 벼포기 잡고 낫질했던 흔적 그대로 잡아 떼어야 잘 분리되요. 눈으로 눅눅해진 볏짚은 이미 갈라져 있던대로 가름을 하지않으면 엉키고 분리가 어려워요. 힘도 많이 들고요. 조금씩 꾸준히 하는게 필요해요. 한다발씩 풀어서 훑고 볏단을 다시 묶어요. 이렇게 묶어둔 볏단은 고추 지줏대 묶는일과 병아리 깔때 닭알 둥지를 만들때 주로 써요.
도이가 돕다가 도연이가 오빠를 쓱 밀어내고 한다고 막무가내입니다. 도이는 착한 오빠야니 소리 두어번. 아이참~ 도연아! 를 두어번 하닥 포기하고 자리를 내줍니다. 의욕으로 봐서는 쌓인 볏단을 다 해낼 요량입니다. 도이는 나락 타작이 여러방법이 있다고 하니까 도리깨가 있냐고 반색을 해요. 도리깨는 없고 방망이로 두드리거나 통나무에대고 치는 방법도 있다고하니 빨래방망이를 빨래터에서 가져옵니다. 오빠가 방망이질을 하니 또 방망이에 덤빕니다. 심술욕심쟁이 도연이입니다. 새끼꼬기를 가르쳐주니 신기해합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데 꼬맹이들과 노는듯이 일하자니 맘이 급해져 닭장을 아빠도와 청소하던 해리를 불러제낍니다. 해리가 오니 일속도가 두배 빠릅니다. 다만 힘이 차오르는 나이라 힘으로 하려해서 낱가리가 떨리지않고 줄기째 끊어지고 깔아둔 포장밖으로 낱알이 많이 나갔습니다. 가만가만 않고 힘을 함부로 쓰니 금새 지쳐나가떨어집니다. 아빠가 닭장 청소하느라 닭과 오리들을 바깥뜰에 내놓고 쪽문을 닫아두었나본데 모이는 안에다 줬고 배고파 서성이는 60여마리 닭과 다섯마리 오리에 16마리 병아리까지 모두 맘이 쓰이는지 눈이 자꾸 닭장에 가 있습니다. 닭들은 알을 낳던곳에 낳으려는 본성이 강하고 저마다 좋아하는 장소도 다릅니다. 해리는 워낙 짐승들 돌보는걸 좋아해서 세밀하게 관찰하고 자기 나름대로 판단을 잘 해요. 닭이 알을 못낳아서 안절부절한다고 손은 나락 잡고 홀태에 끼우는데 눈은 닭들한테 가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맞잡고 속도내면 오늘 안에 마무리가 되건만 내욕심 접고 해리를 닭장에 보내줍니다. 가라는 말 미처 끝나기도 전에 벌써 달음박질합니다. 진짜로 닭들이 문을 열어주자마자 알낳는 곳으로 달려가고 이어서 알낳고 나서 알가져가라고 알리는 암탉우는 소리가 납니다. 처음에는 힘들어서 우는가 싶었는데 알을 품을 때는 소리도 없이 낳고 다른닭들도 그 둥지에 알을 보탭니다. 소리없이 뭔가 자기들끼리 암호를 주고받으며 은밀히 진행하듯이 말입니다. 알품는 시기가 아니면 알낳고 나올때 요란하게 "꼬꼬댁꼬꼬 꼬꼬댁꼬꼬"를 몇번해요. 참으로 신기해요. 사람들에게 주는거예요 선물로요.
어둑하도록 혼자 마무리를 합니다. 이런일은 혼자하는게 더 빠르지만 너무 바쁜철은 아니니 아이들과 놀이삼아 노닥노닥 찬찬히 가르쳐주며 배우며 합니다. 촌일은 이렇게 가만가만 지치지않게 하는게 중요해요. 나대면서 우악스럽게 하면 일이 빠른것 같아도 두번세번 훗손질이 필요해요. 더 늦어지기도 하고 마음도 흐트러져 피로감이 더 커요. 처음으로 씨나락을 내손으로 낫질하고 묶고 걸어말리고 홀태로 훑는일을 해봤어요. 이제 온전한 농부가 되어가네요. 이제 새해 첫농사 시작이네요. 올해도 풍년이요~
청국장이 구들방에서 잘 떴네요.
방학이 시작되니 애덜이 밥먹고 한시간도 안되어 배고프다고 아우성입니다 감밥싸고 찐빵에 호박죽 검은깨죽 녹두전 등등 뭐라도 먹을걸 해봅니다. 사다놓고 자주 못쓰던 제빵용 오븐에다사 식빵도 굽고요. 종일 먹는거 만드느하 부엌이 뽁닥거리네요. 그래도 애덜 이 뭐든 맛나게 잘 먹으니 이쁩니다.
애들 고모가 아기염소를 주셔서 1년 정도 키우다 짝이 필요해져서 감당안되어서 다시 돌려드렸던 방울이가 작년에 첫배로 새마리 새끼를 잘 낳아 키웠는데 12월에 세끼 네마리를 낳았어요. 한마리도 잃지않고 네마리 모두를 잘 키워내려고 낮에는 새끼들 젖을 덜먹이고 아껴두었다가 어둑할 때 배불리 고르게 먹여 키우느라 도망다니는 모습입니다. 뿔이 유난히 쭉 뻗고 체격도 늘씬하고 멋져요. 젖은 두개밖에 없으니 보통 나머지는 잘 못먹어서 힘센 녀석들한테 치이거든요. 가을 병아리를 깐 어미닭도 11마리를 한마리도 잃지않고 잘 키워내고 다시 알을 낳기 시작해서 본닭장으로 돌아갔어요.
녹두고른걸 불려서 갈아 웃물과 건더기는 따라내고 가라앉은 전분만 받아 물붓고 청포묵을 끓여봤어요. 하얀묵이 되었는데 버린물이 아깝네요. 다음엔 그냥 곱게 갈아서 해보려구요.
비닐집에 있는 금귤이 하나씩 익어 아이들이 매일 들러 한두개씩 따먹어요. 깡추위가 오면 얼어버리니 오핸농부님이 익은건 모두 따서 금귤차를 만들었네요. 새콤한 맛이 필요한 아내를 위해서요. 차자도 주황빛을 이쁘게 올리며 여물었어요. 한겨울에 익어요.
수태과의 해가 대한일로부터 13닐 전에 아미 시작하니 닭들이 추운데도 알을 잘 낳기 시작했네요. 눈은 안오고 비오서나 싸늘한 날이 이어지니 아이들은 눈을 목빼고 기다립니다. 함박눈 오는날 눈맞으며 눈사람도 만들고 돋보기 사달라 졸라서 눈결정체도 살펴봅니다. 큰아이는 낮잠자고 밑에 세아이가 의논스럽게 만들고 옷도 입혀놓았네요. 오후에 해가 나니 스르륵 녹아버렸지만요.
첫댓글 나도 홀태를 어디서 하나 구해다 놓아야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