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볼티모어 국립수족관이 추진하고 있는 돌고래 바다쉼터의 모습. 출처 https://aqua.org/press/news/2016/16-06-14-dolphin-sanctuary
서울대공원에 혼자 남아 있는 큰돌고래 태지를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고 계십니다.
그중 하나는 "태지를 일본 바다에 돌려보내면 안되나요?" 라는 질문입니다.
태지를 일본 바다로 돌려보낼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우리가 태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간략히 적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은 돌고래 학살과 포획을 정부가 용인하고, 방조 및 장려하고 있습니다. 핫핑크돌핀스가 2015년 가을에 잔인한 돌고래 포획과 학살로 유명한 다이지에 갔더니 일본 경찰들이 돌고래 감시 활동조차 못하게 막더라고요. 태지가 잡혀온 고향 바다는 지금도 여전히 돌고래 피로 물들어 있고, 일본 정부는 돌고래 학살을 매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일본 정부와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못하게 하기에 우리가 일본 다이지 원서식처로는 돌려보낼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일본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고 해도, 거기서는 계속 돌고래 학살이 반복되고 있지요. 태지를 일본 원서식처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은 IS(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의 폭압을 피해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을 다시 IS 치하의 시리아 지역으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이 많아요. 핫핑크돌핀스는 태지에 대해서, 동물 개체의 복지와 함께 한국의 돌고래 공연 산업과 돌고래 수입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서 대책을 만들어가고 또한 실행해가려고 합니다.
다만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바다에는 한국, 일본으로 나뉘는 국경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한국의 동해에 방류하면 그게 곧 '일본 바다'로 방류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됩니다. 돌고래들에게는 인간의 국경이 통하지 않으니까요. 2016년 2월에 좌초되었다가 한달만에 방류된 고어진이라는 돌고래가 그랬죠. 울산을 출발한 고어진은 동해 바다를 헤엄쳐서 일본 혼슈섬쪽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태지는 경우가 좀 다릅니다. 2008년에 일본 다이지에서 반입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서울대공원에서 사육되어 왔죠. 10년 동안 인간에게 사육되었기에 잠깐 무리에서 이탈해서 좌초되었다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간 고어진과는 매우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동해에 태지를 혼자 방류하면 생존 가능성이 낮다고 보이기에 지금은 태지를 바다에 방류하기 힘들다고 판단합니다. 원서식처로 방류할 수 없고, 혼자이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 동해 등의 지역에 방류한다면 생존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도 인간의 판단이긴 하지만, 최소한 10년간 사육해온 돌고래를 원서식처도 아닌 곳에, 그것도 사회적 동물인 돌고래를 혼자 방류한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가, 태지를 그냥 방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만약 동해로 같이 방류될 큰돌고래가 있다면 태지의 자연 방류를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조건이 만들어질 때까지 복잡한 사항들을 모두 고려하면서 대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단 태지가 혼자서 겪는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족관이 아니라 바다와 같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바다쉼터를 지금부터 만들고, 같이 방류될 수 있는 큰돌고래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바다쉼터에서 영원히 살 것이냐 아니면 쉼터의 문을 열어 바다로 완전히 자연방류할 것이냐는 이후에 구체적인 상황에서 판단하면 되는 문제이고, 지금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면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지금 금등, 대포가 야생적응 훈련을 받고 있는 제주 바다에 태지를 같이 방류하지 않은 이유가 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다른 종들을 한 군데 인위적으로 섞어놓음으로써 생길 수 있는 교란의 위험성을 아예 만들지 않기 위함이라고 답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개체수가 100여마리밖에 안되기 때문에 아직 매우 조심스럽게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큰돌고래라는 다른 종을 인위적으로 섞이게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출처: http://uk.whales.org/wdc-in-action/captivity/sanctu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