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문제 해법을 위한 세 가지 교육적 관점
어떤 문제를 야기한 예전의 사고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인슈타인
최근 학교폭력의 양상과 현상이 바뀌고 있다.
첫 번째는, 외현적 폭력이 줄어들고 관계적 폭력이 늘고 있다. 엄벌주의는 외현적 폭력을 감소시킨다. 반면에 잘 드러나지 않는 관계적 폭력은 증가하게 된다. 사회적 평가불안은 관계적 폭력의 주요 유발요인이다.
두 번째는 사소한 폭력(관계적 폭력은 사소해 보인다.)에 의한 학교폭력 신고가 늘었다. 그래서 학폭위가 지나치게 악용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보도된 뉴스 중 ○○중학교에서의 학교폭력 신고 사유를 살펴보면, ▴방송댄스 활동 중 “나 공작같지 않니? ”라고 하니 “공작은 이쁘기나 하지”하면 웃었다고 신고. ▴해외여행 중 한방을 쓰게 된 학생이 방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아 다른 방에서 자고 오게 되었는데, 다른 방에서 자고 왔다는 것을 선생님에게 일러서 혼내주기를 반복, 하지만 해당교사가 정황을 알고 피해학생편만 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으로 신고 ▴학교 등하교 길에 “왜 너는 하고만 다니니? 나랑 같이 다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신고..
학부모도 학생도, 교사도 ’학교폭력‘이라는 말만 들어도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과민반응에 의해 사안이 오히려 더 악화된다. 학교폭력이 이슈가 되면 모두 한 목소리로 가해자 엄벌을 주장한다. 그러다 막상 학교폭력 당사자가 되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기보다 모두 무장을 하고 상대와 싸울 준비를 한다. 엄벌주의는 자기방어를 자극하기 때문에 서로를 향해 공격준비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현재 학교폭력대책법은 형사법적 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서, 학교는 점차 사법기관화 되어 가고 있고 교육적 기능은 약화되고 있다.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회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어떤 교육적 관점을 가져야 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 해법을 위한 교육적 관점에 대해 세 가지 측면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생태학적 관점
생태체계관점은 인간을 환경과의 독립된 유기체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상호작용의 산물로, 인간발달은 상호작용과 상호의존성으로 보고 전체 체계 내에서 검증하려는 접근을 의미한다. 인간발달의 생태학적 접근의 대표적 학자인 브론펜 브레너는 아동발달이 이루어지는 주변 세계와 더 넓은 세계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려고 하였고 아동들의 주변 세계에 대한 해석과 그 해석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초점을 두었다. 그는 네 가지 생태학적 상호 관련 체계로 미시체계, 중간체계, 외체계, 거시체계로 구분하였다. 생태학적 발달이론에 따라 학교폭력의 유발요인은 학생의 개인특성, 학교의 조직과 환경, 학생과 관련된 사회적 환경들인 가정과 지역사회 환경, 더 나아가 학생의 폭력적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환경과 상황까지 분석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동 및 청소년의 개인적 특성은 가족환경, 학교환경, 이웃환경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게 되고, 그들의 공격성과 비행에 영향을 주게 되어 궁극적으로 학교폭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고립되어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폭력문제 해결과 조치 과정에서도 생태학적 접근이 요구된다. 현 학교폭력문제 해결과정은 가해자를 확인한 뒤에 가해자가 처벌을 받으면 종료된다. 이는 생태학적 접근이 아니며,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피상적․형식적 조처에 머물게 하여 학교폭력 재발을 막지 못한다. 생태학적 접근을 위해, 가해자 개인도 처벌받고 책임을 져야하고 동시에 공동체 구성원들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가해학생의 폭력적 행동을 유발시키는 생태적 환경과 관계의 패턴에 변화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성장을 위한 지원과 도움이 필요하고,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연습 기회도 주어져야 한다. 가해학생의 생태 환경에 속한 구성원들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변화해야 하는지, 지원해야 해야 하는지 돌아보고 이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 이러한 생태학적 요인 분석과 생태학적 조치 과정이 학교폭력문제 해법의 첫 번째 실마리이다.
2. 회복적 정의 관점
회복적 정의는 현 응보적 사법 체계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응보적 정의는 처벌에 방점을 두는 반면에, 회복적 정의는 피해회복에 방점을 둔다. 처벌은 피해회복 과정에서 요구되는 것이지, 처벌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회복적 정의는 잘못하면 피해가 발생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 질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해 책임지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 있는 학생들은 자신의 잘못한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배워야 하는데, 처벌에만 방점을 두다보면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행위로 인해 타인에게,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피해로 인해 타인과 공동체가 어떤 고통에 처해있는지 공감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회복적 정의의 관점은 학생들에게 책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학교폭력을 회복적 정의로 다루어야 할 이유 중에는 학교폭력은 대부분 관계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응보적 접근인 형사사법적 방식은 증거재판주의로, 유죄 판결을 위해서는 입증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입증 증거가 불분명한 관계적 폭력인 경우가 많다. ‘나쁜 소문 퍼뜨리기, 이간질하여 우정관계 조작하기, 상처 입힐 목적으로 조정하여 편애하기, 집단에서 제외시켜 보복하기, 거짓말이나 무시하기, 험담하기…’가 관계적 폭력의 유형인데, 이러한 관계적 폭력의 특징은 당사자 외엔 알 수 없다는 것, 사소해 보이고 애매모호하며, 증거가 불분명하다는 것 이다. 회복적 정의는 관계적 문제에 대해 더욱 잘 적용이 될 수 있다. 관계적 문제는 법으로 대응할 때보다 대화로 접근할 때 더욱 잘 해결된다.
3. 강점 중심의 긍정심리학적 관점
심리학이 삶의 질을 나쁘게 하지 않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더 좋게 만드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긍정심리학은 교육학, 철학, 사회복지학, 정신의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 영향을 끼치며 널리 응용되고 있다. 긍정심리학이 주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관점은 인간에게는 질병, 질환, 고통이 발생하는 것과 동시에 미덕과 탁월함, 장점, 강점도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긍정심리학은 부정적, 비관주의적 대신에 긍정적, 낙관주의적 시각으로 인간의 본성과 인간행위 및 삶을 바라볼 것을 주장한다. 긍정심리학적 관점은 전통적인 학생에 대한 이해와 훈육의 관점 변화를 가져왔다. 전통적 훈육은 “미숙하고 불완전하고 자기중심적인 존재”라는 학생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긍정심리학적 관점은 “인간은 관용과 공감의 능력을 가질 수도 있고, 이기적이고 남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존재”라는 인간 이해에 영향을 주었다. 실제 생활에서 학생들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갖는 것은 매우 강력한 효과를 불러온다. 학생도 자신의 강점을 자각하고 계발하고자 할 때 훨씬 긍정적 결과를 이끌어 온다.
긍정심리학의 관점에서 학교폭력문제 해법과 예방은, 우울과 공격성, 폭력, 장애 등의 학교폭력요인의 소멸에 머물지 않고, 삶의 안녕, 만족도 증진과 성격강점의 계발 및 인간의 잠재력 개발 등 인간의 긍정적인 면을 촉진하는 개입과 접근을 강조한다. 또한 안녕과 행복, 성장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긍정정서 증가, 성격강점 개발, 긍정학교 만들기’를 제시하고 있다.
긍정정서의 증가
긍정정서를 느낄 때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하게 되고, 새로운 경험을 찾아 나서며, 창조적인 도전을 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긍정정서는 부정정서나 스트레스 후유증으로부터 안정된 평정상태로의 회복을 돕는다. 이를 위해 행복감, 안락감, 만족감, 사랑, 친밀감 등과 같은 긍정정서와 낙관적 생각과 희망, 열정, 활기, 확신등과 같은 긍정정서 증가를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예방과 대처에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성격 강점 활용
개인의 약점과 결함에 초점을 두고 교정하고 부정적 정서나 내면적 갈등을 다루는 것보다는 개인과 가족 등의 강점과 능력을 함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공감능력과 도덕적 양심의 부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사랑, 친절성, 사회지능, 용감성, 끈기, 진실성, 활력, 용서, 겸손, 신중성, 자기조절 등 학생들의 대표 강점을 탐색하고 인식하며 일상생활 상황 속에서 활용하도록 할 때. 학생들은 안녕감, 효능감, 풍부한 대인관계와 같은 긍정적 결과물을 산출하게 된다.
긍정적 학교 만들기
행복하고 성장을 지원하는 긍정적 학교 환경에서 학생은 행복할 수 있다. 긍정학교를 위한 여섯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심리적․육체적 안전한 분위기 제공, 교사와 학생 간의 민주적 신뢰관계 형성, 학교장의 긍정적 리더십, 사회적응과 개인의 행복․성장 지원하는 교과목,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적극적 참여, 개개인 학생들을 중시하고 그들의 노력과 향상에 보상하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마무리
아인슈타인은 ‘어떤 문제를 야기한 예전의 사고방식으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동안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고방식과 패턴들을 돌아보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학교는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사법적 기능을 강화하여 왔고, 자연스럽게 교육이라는 본질적 기능을 약화시켜왔음을 자각해야 한다.
학교의 교육적 기능 회복을 위해, 학교폭력해법을 위한 교육적 관점으로 생태학적 관점, 회복적 정의, 강점 중심의 긍정심리학적 관점을 제안한다. 이를 학교폭력문제 해결과정과 예방적 차원에서의 접근을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과 매뉴얼, 교육활동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