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재정책임 떠넘기지 말고 누리과정 예산 지원하라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위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현재 서울과 전남 일부 교육청이 정부의 목적예비비 지원을 전제로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편성하겠다고 했고, 경기도는 지자체가 최소한의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하겠다고 하더군요. 부모들의 속은 타들어 가는데 정치권은 당장의 이해관계만 따지면서 또다시 임시방편으로 봉합하려는 하는 것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책임보육’이란 약속을 믿었던 부모들로서는 해마다 반복되는 ‘보육대란’ 위기로 정부에 대한 배신감과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정책을 책임 있게 집행해야 할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은 채 재정적 부담을 교육청과 지자체에 떠넘기면서 그 피해를 아이들과 부모들이 보고 있습니다.
누리과정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당장 개별적 지출을 해야 되는 각 가정의 가계경제가 타격을 받고, 아이들과 여성이 1차적으로 피해를 볼 것입니다. 또한 유치원과 어린이집 이용 원아가 줄어들게 되면서 교사들의 해고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운영비 삭감으로 전기세, 수도세, 난방비 등을 줄이고 있고, 학교비정규직 처우가 더욱 열악해졌습니다. 또한 무상급식이 공격을 받으며 아이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별도로 지원해 주지 않으면서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는 것은 실질적 교육예산 삭감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학교에도 피해를 미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조처는 유아 ‘동생들’을 위해서 초·중·고 형님들이 더 양보해야 한다며 보육계와 교육계의 분열을 조장하는 동시에 복지확대에 열망을 억누르는 것입니다. 또, 정부가 복지 확대를 가로막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일부 진보 교육감들과 지자체장들이 복지를 확대 하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누리과정 예산 싸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정부는 이미 무상보육을 시행하면서부터 재정적 책임을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려고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2012년 정부와 새누리당은 ‘제3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무상보육 비용을 교육청에 떠넘기기로 결정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시행령을 강화하면서 이를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2015년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전가하려 할 때는 진보교육감들의 저항과 교육과 보육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있는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에 이에 부담을 느낀 정부와 시·도교육감이 일시적으로 타협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일시 봉합하면서 올해는 더 첨예한 갈등 속에 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 65%가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앙정부가 부족한 예산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65.2%로 집계됐습니다. 또한 교육재정국본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31만 4천7백57명이나 되는 사람이 ‘누리과정 예산 정부 부담과 교육재정 확대 촉구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같이 대다수의 사람들이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책임져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유아를 둔 다수의 부모들도 예비학부모로서 교육재정에 타격을 주는 지금과 같은 예산편성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여론을 호도하며 책임 떠넘기기를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원하는 복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2018년 인구절벽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정부가 2020년까지 출산율 1.8명을 목표로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그나마 지원되는 보육료마저 줄어든다면 저출산 극복은 어렵다고 봅니다. 갈수록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현대사회는 사교육비 등 엄청난 양육비용으로 아이 키우는 것이 부담스러운데 국가가 보육과 교육 재정을 축소한다면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습니까? 정부는 당장의 정치적 효과와 재정적 효율성만 꽤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한 삶이고 미래를 위한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없는 복지’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법인세, 종부세 인상 등 부자증세를 통해 자신의 복지공약을 이행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