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시 다른 승객의 목숨을 구하다 숨진 의인(義人)들을 의사자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경기도와 안산시는 세월호 침몰 당시 최초로 신고한 단원고 2학년 학생 A군을 의사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4일 침몰한 선미에서 A군의 시신이 발견됨에 따라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면 유족과 협의해 의사자 지정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A군은 세월호 침몰 당일인 16일 오전 8시52분 휴대전화로 전남소방본부에 '배가 침몰한다'고 알려와 많은 승객을 살릴 수 있었다. 이는 세월호가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보낸 첫 신고보다 3분 앞선 시각이다.
해경은 A군의 신고전화를 소방본부에서 건네받고 구조선과 헬기 등을 보내 승객 174명을 구조했다. 박수영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수많은 승객을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는데 정작 자신은 살아오지 못했다"며 "의로운 행동을 기리고자 의사자 지정작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또 인천시는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ㆍ김기웅·정현선씨 커플 등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숨진 이들에 대해 의사자 선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25일 인천시는 “고인인 박씨와, 김씨, 정씨의 주소지가 있는 인천에서 이들의 의사자 지정 신청 서류를 준비중이다. 특히 박씨의 경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양을 의사자로, 국립묘지에 모십시다'라는 글이 올라와 25일 현재 4만5753명이 서명에 참여하는 등 국민들의 청원도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국민적 감정을 고려해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의사자 지정 신청서가 접수되면 빠른 시일안에 심사위원회를 열어 의사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밖에 인터넷과 쇼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는 세월호가 침몰할 당시 목숨을 걸고 친구, 제자, 승객을 구한 5인의 희생자들을 기억하자는 글이 주목받고 있다.
`잊어선 안 될 5인의 세월호 의인들'이라는 제목의 글은 단원고 2학년 정차웅군(18), 남윤철 교사(35), 최혜정 교사(24ㆍ여), 박지영(22ㆍ여) 세월호 승무원, 양대홍(45)세월호 사무장의 마지막 말과 사연을 간략하게 담았다.
정차웅군은 사고 당시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줬다. 검도 3단의 유단자로 체육학도 꿈을 키우던 정 군은 또 다른 친구를 구하려다가 생일을 하루 앞두고 희생됐다.
남윤철 교사는 침몰 마지막까지 제자들의 탈출을 도움을 돕다가 끝내 세월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올해로 교사 생활 7년째인 남 교사는 평소 친구 같던 선생님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교편을 잡은 최혜정 교사 역시 끝까지 제자들을 구조하다가 자신은 배에남게 됐다.
박지영 승무원은 배가 침몰하자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고 걱정하는 학생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대홍 사무장은 아내와 전화통화에서 "수협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큰아들 학비 내라.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한다"며 서둘러 통화를 마쳤다.
이들 5명을 기리는 글이 퍼지는 것과 함께 의사자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지면서 청원운동까지 벌어진 상황이다.
의사자 지원제도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재산을 구하다가 숨진 사람이나 그 유족을 지원하는 제도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유족에게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 의료급여, 교육보호, 취업보호 등의 예우가 주어진다. 의사자 시신은 국립묘지에 안장·이장이 가능하다.
의사자로 선정되면 유족에게는 의사자증서와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 2억291만3000원(2014년 기준)과 의료급여, 교육보호, 장제보호, 취업보호 등의 예우가 제공된다. 의사자 시신은 국립묘지에 안장·이장이 가능하다. 복지부는 60일간 심사를 거쳐 의사자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