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없는 경찰의 한>
나는 2004년 8월 삼성SDS를 고소한 이후 대한민국 곳곳에 만연한 부조리의 근본에 삼성이 있다고 의심했다. 삼성SDS가 사기를 쳤음을 입증하고도 남을 충분한 증거를 제출했지만 검찰은 매번 증거가 불충분 하다는 핑계로 무혐의 처분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다루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기 때문은 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2007년 10월 29일,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를 뒤 흔든 커다란 사건 하나가 터졌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비자금과 관련해 양심선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2004년 8월, 삼성SDS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을 당시 검사장이었던 이종백 검사가 ‘떡검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2005년 9월, 대검찰청에 재항고 했을 당시 수사지휘 선상에는 이귀남 대검중수부장도 ‘떡검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 현실이 이렇다면, 내가 고소했던 사건은 공정한 수사자체가 불가능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2008년 초 삼성SDS를 서울중앙지검에 재 고소했다.
검사의 ‘증거불충분 혐의 없음’ 처분은 새로운 증거만 있다면 언제든지 재 고소가 가능하다. 재 고소를 위한 새로운 증거는 2006년 2월 22일 SBS <뉴스추적>에서 방송한 녹취록 이었다. LG CNS 담당자가 방송 인터뷰 시, 우리은행에서 구두로 입찰조건이 변경되었다고 했지만 “그런 사실이 없었다.”는 증언이었다. 나는 녹취록을 만들어서 삼성SDS를 서울중앙지검에 재 고소했다. 하지만, 이미 ‘떡검’의 존재가 세상에 밝혀진 이상 공정한 수사에 대한 믿음은 거의 없었다.
더군다나 검찰에서는 한번 무혐의 처분을 내린 사건은 대부분 기각하기 때문이다. 다들 ‘검사동일체’ 라고 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의 하OO 검사는 전격적으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수사지휘를 내렸다. 나는 정의가 살아있는 검사를 만났다고 흥분이 되었다. 사건은 수서경찰서 경제3팀 김00 경위에게 배당되었다. 그리고 고소인 조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사전에 사건을 요약하여 김 경위가 사건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런데 김 경위는 사건내용을 충분히 파악하면서도 걱정스럽다는 투로 이렇게 말했다.
“대검까지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나에게 해달라고요? 아무리 증거가 확실해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하면 그냥 끝입니다. 우리가 죽어라 수사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또, 우린 수사권이 없어서 열심히 수사하다가도 검사가 도로 달라고 하면 줘야합니다.” 했다. 나는 그래도 김 경위에게 나의 억울한 사정을 잘 이야기해서 최대한 열심히 수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럴 때 마다 김 경위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힘들 것이란 이야기다. 그렇게 수사가 진행될 무렵, 김 경위는 삼성 변호사가 찾아왔었다고 했다. 고소인 조서를 작성할 때 조서 양식에 합의를 묻는 부분이 있는데 김 경위는,
“삼성과 합의 할 생각은 있으세요?” 라며 물었다. 나는,
“그럴 생각도 없고 또, 그러지도 않을 사람들입니다.” 했더니,
“합의하면 어쩔 건데요... 삼성이 합의한다니까요.” 했다. 이젠 그만 끝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수사가 진행 되던 중에 하OO 검사가 전주지방검찰청의 지청으로 발령이 나고 대신 안OO 여검사가 담당 검사로 교체되었다. 나는 순간 삼천포로 빠지겠구나 했다. 아니다 다를까 안OO 여검사는 서울중앙지검에 부임하자마자, 김 경위에게 경찰이 각하의견을 달아서 송치하라는 상식이하의 수사지휘를 내렸다. 각하를 시키려면 검사 본인이 하면 될 일을 경찰이 하도록 시킨 것이다.
이에 김 경위는 “시발, 지가 각하시키지 꼭 더러운 짓은 우리 경찰보고 하라네...”
2008년 4월 2일 나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하도 기가 막혀서 KBS에 제보했다. 그리고 취재기자가 안OO 여검사에게 사실 확인 차 전화를 했다는데, 안OO 여검사는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말도 못했다고 했다. 이 나라 검사는 힘없는 약자의 피눈물은 외면하면서 힘 있는 방송국 취재기자는 두려워하는 것만 같았다. 결국, 안OO 여검사는 중소기업의 피눈물을 외면하고 끝끝내 각하시키고 말았다.
이 내용은 2008년 4월 7일 <아이뉴스 24>에서 심층 보도 함
첫댓글 제가 다 억울하네요. 어쩜 이렇게 중소기업을 철저히 죽일수가 있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가 끝까지 가보겠습니다.
조성구님 속이 상해서 어떻게 지내시나요?
요새 삼성에 대해서 보다보니 삼성마피아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어떤 분은 삼성 비자금 형성 과정에 대한 기사를 썼다가 실형까지 살다오신 분도 있더라고요.
http://cafe.daum.net/sec.audit
삼성보다 더 미운 것이 법을 집행하는 집행기관입니다.
제 속은 오래전에 다 타고 없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