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내력 - 이 순분
입춘 경칩 춘분도 지나
겨울 한기가 슬금슬금 꽁무니 뺄 즈음
꽃샘추위에 발목 잡혀 한눈파는 사이
봄이 왔다
벚나무는 폭죽을 우듬지마다 숨겨두고
햇빛을 신고 나온 발소리에
당나귀 귀를 하고 틈새를 엿보고 있다
천지 사방에 불을 지를 모의를 하며
선한 눈매를 한 햇살과 바람이 슬몃 다가와
창백해진 벚나무와
은밀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방화 사건을 미궁에 빠뜨릴 계책도 마련했다
비구름에게 바람을 보내
폭죽의 도화선을 은폐하도록
일시에 꽃비를 내려
흔적들을 덮자 도모한다
남쪽에서 올라오는 길목마다
포식자의 얼굴로 막아서는 코로나
만삭의 버거운 몸짓으로 때를 맞춰
폭죽을 가지 끝에 터트렸다
삽시간에 번진 불꽃은
젖은 솔기의 시간을 박음질하고
붉어진 볼을 매만진다
봄은 왔다
폭죽이 해산한 찬란한 불꽃 아래서도
붉게 충혈된 눈이 있다
봄볕 앞에서 빗장이 잠긴 문이 있다
봄을 잃은 시린 가슴이 있다
시리고 시린 가슴아
휘파람으로 겨울바람 견딘 여윈 가지를
꽃샘바람이 모질게 흔들던 날에도
저미는 가슴으로 저토록 환한 꽃을 피웠구나
시리고 시린 가슴에도
오늘 작은 꽃씨 하나 심어 놓자
움이 돋고 무성한 가지로 자라
가슴 가득 봄꽃으로 출렁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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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꽃 피는 내력 - 이순분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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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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