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박가 제4장 자자건도를 마치며
마하박가 자자건도읽기가 지난 9월 15일 끝났습니다. 자자(pavāraṇā)는 스님들의 안거가 끝나는 마지막 날 행하는 승단의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입니다. 원래 이 자자는 이교도들이 행하던 묵언의 맹세를 일부 스님들이 행하는 것을 보신 부처님께서 ‘그와 같은 행위는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지적하시며 승단의 화합을 위한 자자를 행하라고 말씀하신데 그 기원이 있습니다. 이 자자는 안거 기간 중에 스님들이 서로 보았거나, 들었거나 의심되는 것에 해당되는 죄나 허물에 대하여 승단 구성원 전체가 모인 앞에서 지적해 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로서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죄행에 대해 다른 이가 지적하거나 충고해주고 지적받은 사람은 그에 따르는 참회나 시정을 함으로써 승단의 청정성을 유지해 나가게 됩니다. 얼핏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의 허물에 대하여 알리는 행위는 자칫하면 상대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도 있기에 대개의 사람들은 못 본채 하거나 그냥 덮어버립니다. 어쩔 수 없이 말을 할 때에도 상당히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상례이지요. 아마 일반인들의 경우 절친한 사이라도 이러한 말을 했다가는 절교를 당하거나 심한 봉변을 당할 수도 있기에 일부러 못 본 척 하거나, 못 들은 척 하거나 마음속의 의심조차 없는 것처럼 포장합니다. 그러나 승단에 있어 청정성의 확보는 생명줄과 같기에 스님들은 이날 자신들의 잘못과 허물에 대하여 서로 알려주고 충고하며 참회함으로써 화합을 이루어 나가려 노력했던 것입니다.
이 자자를 행함에 있어 승가의 최소 구성원은 5인 이상이지만 부처님께서는 4인 이하의 경우에서 1인까지의 경우에도 자자를 행할 수 있도록 시설하셨습니다. 특히 1인 자자 시에는 스님들이 돌아오는 장소나 누각이나 나무 밑을 청소하고 먹을 것을 준비해 놓고 다른 스님들을 기다리다가 오지 않을 시에는 스님 본인이 마음속으로 ‘오늘은 나를 위한 자자일이다’라고 결정한 후 자자를 행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외에도 자자참여의 위임과 동의 및 자자를 해서는 안 되는 경우와 자자를 행하다 차단되는 경우에 관해서도 시설하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모든 경우에도 부처님께서는 승단의 화합을 최우선시 하셨는데 심지어 승단에 항상 분쟁을 일으키는 승려들이 예기치 않게 자자일에 처소에 오게 되면 이 스님들이 묵을 자리의 마련은 물론 발 씻을 물과 발걸레 및 발우와 옷을 받고 목욕물까지도 물은 후 그들에게 감사하고, 자신들은 결계의 밖으로 가서 자자를 행하라고 까지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승단의 자자에 있어 진정한 문제는 다른 이의 잘못을 덮어주는 행위가 바로 범계로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장로스님께서 자자를 선언한 이후 개개의 스님들은 대중 앞에서 각자 자신의 죄를 고백할 때 이와 같이 선언합니다.
“스님들께서는 지난 안거 기간 동안 제가 잘못한 것에 대하여 보았거나, 들었거나, 의심되는 것이 있었다면 측은히 여겨 훈계하여 주십시오. 그 잘못된 것을 보게 되면 저는 시정할 것입니다.”
이때 이 말을 들은 대중들은 자자를 행하는 스님이 세 번에 걸쳐 선언할 때 그 사람의 허물에 대하여 감추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감추는 것 또한 허물이 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거짓말을 한 것이 되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알면서도 거짓말을 한 경우이기 때문에 편안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수행의 진보에 있어 큰 방해가 된다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자자를 행하는 목적은 자신이 범한 허물에 대해 타인의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성하며 승단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아름다운 수행의 실천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불기 2559년 10월 10일 신광 정기선
첫댓글 신광 거사님
마하박가 독송모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니 참으로 희유한 공덕입니다.
언제 저도 그 모임에 한번은 초대받고 싶습니다.
아침이라 올리신 글은 나주에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좋은하루 되십시요.
자자건도 -> 20건도의 하나. 해마다 우기(雨期)에 행하는 여름 안거의 마지막 날 대중 앞에서 안거 동안에 지은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여 대중의 꾸지람을 구하는 일을 밝힌 장단(章段). ⇒건도(犍度)
승단에 있어 청정성의 확보는 생명줄과 같기에 스님들은 이날 자신들의 잘못과 허물에 대하여
서로 알려주고 충고하며 참회함으로써 화합을 이루어 나가려 노력했던 것입니다.
선행거사님 이리 칭찬해 주시니 정말 감사하고 힘이 납니다
청정성이 확보는 생명과 같다는 말씀 참 와 닿고, 현시대에 필요하며, 재가의 방향이기도 하고,
승단의 모범이기도 하기에 마음에 새기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