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박가 제5장 피혁건도(Cammakkhandhaka)를 마치며
마하박가 피혁건도읽기가 지난 10월 6일 끝났습니다. 이 장은 피혁 즉 가죽과 관계되어 시설된 계율과 그 유래를 담고 있습니다. 그 유명한 ‘비파의 비유’가 바로 이곳 피혁건도의 첫 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재가자였던 쏘나 꼴리비싸는 매우 부드러운 발을 가지고 있었으며 심지어 발에도 털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환희에 찬 쏘나는 부처님으로부터 구족계를 받고 출가한 뒤에 용맹정진을 거듭합니다. 그런데 워낙 부드러운 발을 가진 사람인지라 발이 금방 부르텄고 발에 상처가 나 피를 많이 흘려서 수행처가 마치 도살장처럼 피를 흘렸습니다. 이때 쏘나 존자의 마음에는 용맹정진에도 불구하고 번뇌로부터 해탈하지 못하자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러자 쏘나의 이러한 마음을 읽으신 부처님께서는 쏘나 존자의 경행처를 찾아오셔서 쏘나에게 설법을 하셨으니 이것이 바로 ‘비파의 비유’설법인 것입니다. 문답식으로 진행된 부처님의 설법은 쏘나로 하여금 수행에 있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간결하면서도 내용과 형식을 갖춘 훌륭한 비유설법의 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입니다.
설법의 내용을 잠시 살펴보면 부처님께서는 쏘나에게 “출가 전에 비파를 잘 연주 했느냐?”고 묻습니다. 이에 쏘나는 “비파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압니다.”라고 대답하지요. 이어서 부처님은 “비파의 현을 너무 당기거나 느슨하게 하면 소리가 잘 나느냐?”고 묻습니다. 이에 쏘나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수행 또한 마찬가지여서 “너무 지나치게 열심히 정진하면 흥분으로 이끌어지고, 느슨하게 정진하면 나태로 이끌어진다.”라고 말씀하시며 쏘나를 올바른 수행 정진의 길로 이끌어 주십니다. 제자에 대한 연민과 자비로써 쏘나를 깨달음으로 이끄시는 부처님의 이 설법 끝에 쏘나는 거룩한 님 가운데 한 분이 되었습니다. 이어서 부처님은 쏘나의 발을 위하여 한겹의 안창을 댄 신발을 허용하셨는데 쏘나는 자기 혼자만 신발을 신게 된다면 “부자였던 쏘나는 신발에 연연한다.”라고 사람들의 비난이 있을 것이므로 만일 수행승 전체에게 신발을 허용하신다면 사용하겠다고 말하여 부처님의 허락을 구합니다. 이로 보아 이 일이 있기 이전까지는 부처님의 제자들은 맨발로 유행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신발 착용의 허용이 있은 후 교단에는 이 신발과 관련되어 여러 가지 세부적인 율이 시설됩니다. 여기에는 신발의 색과, 여러 겹의 안창을 댄 신발에 관한 조항, 나무신발의 착용 금지 및 어린 야자수를 잘라 만든 신발 등 특별한 신발의 착용에 관한 내용들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은 부처님께서 신발도 없이 경행하시는데 육군비구들이 신발을 신고 경행하자 비난이 들끓었습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궤범사(아사리)나 친교사(화상)가 신발 없이 경행할 때에는 수행승들도 신발을 신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재가자들도 스승에 대하여 존중하는데 출가자들은 말 할 것도 없는 것이지요. 이전에도 알아보았듯이 이러한 신발의 착용금지 또한 재가자들로부터의 비난과 혐책에 민감한 교단의 모습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출가교단이 수행과 교화에 힘을 쏟는다면 재가교단은 그 출가교단을 외호하고 공양을 책임지는 관계에 있으므로 이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됩니다. 출가와 재가의 이러한 관계는 오늘의 불교교단에도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할 것입니다.
불기 2559년 10월 10일 신광 정기선
첫댓글 비파의 비유 - 느슨하게도, 너무 강하게도 하지 않으면서 긴장감을 잃지 않고 방일하지 않는 것...
피혁에 대한 계율은 필요에 따라 계율을 만들지만 그로인한 부작용도 늘 염려하여 세밀하게 정하였던 것을 알게해 줍니다.
근데 육군비구는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요??
불교사전에는 부처님 계실 때에 떼를 지어 나쁜 일을 많이 하던 6인의 악한 비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육군비구라는 명칭은 율장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데 항상 교단에 문제를 일으키던 사람들로서 이들로 인해 여러가지의 계율이 제정됩니다. 전재성 박사의 마하박가-율장대품의 주석에 의하면 '항상 여섯 명이 한 무리가 되어 수행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을 하는 수행승들을 말한다. 앗싸지, 뿌납바쑤, 빤두까, 로히따까, 멧띠야, 붐마자까가 그들이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