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중한 아들 그리고 딸들에게
오늘이 어버이 날이구나!
오늘은 어른 흉내라도 내야 할 것 같다.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편지를 쓴다.
내 사랑하는 아들, 딸들에게 편지를 쓴다.
어린이날 어린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선물이 책이라고 한다.
어버이날 어버이가 가장 싫어하는 선물이 책이라고 한다.
거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스승의 날 선생님들이 가장 싫어하는 선물도 책이라는 통계를 보면서는
가슴이 조금 아려온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사람은 누구나 충고를 싫어하나 보다.
살아가는 데 유익한 충고는 사람 귀에는 거슬리나 보다.
그게 다 잔소리로 들리나 보다.
나는 가르치는 일을 한 덕분에 그것을 조금 빨리 깨우쳐 알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죽는 날까지도 충고를 멈추지 않았으리라.
그게 사랑이라고 착각하면서 고통스럽게 살았으리라.
하지만 오늘은 몇 마디 충고를 해도 받아들일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귀에 거슬리지 않게 조심조심 몇 마디 한다.
아빠이기에 어쩔 수 없는 거란다.
이해하고 들어라.
최대한 짧게 할 테니 끝까지 읽어라.
읽다가 아빠 마음이 보이거든 잘 접어 둬라.
아빠가 언제까지 너희 곁에 있는 게 아니니 나중에 아빠 생각날 때 읽어도 좋을 것이다.
먼 훗날 네 자식들에게 읽어줘도 괜찮을 것 같다.
내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살다 보면 급한 일이 있고,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갈등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게 사람이다.
하지만 갈등하지 마라.
급한 일을 뒤로 미루고 중요한 일부터 해라.
사실 급하다고 생각하는 게 정말 급한 일인 경우는 많지 않다.
살고 죽는 일 아니면 뒤로 미루고 중요한 일부터 해라.
이해가 잘 안 될 수도 있겠다.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렇게 해야하는 이유까지 써야겠다.
지금 급한 일을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급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너는 계속, 계속, 계속 급한 일만 하며 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살지 말아라.
지금 급한 일 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 먼저해라.
지금은 급하지 않아서 뒤로 미루고 싶을 테지만
중요한 일이 너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내게 소중한 사람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 일은 다음에는 할 수없는 일이다.
지금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내일의 행복이 보장되는 일이다.
급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먼저해라.
아빠가 되고 보니 이제 조금 알 것같다.
아니다, 할아버지가 되어서야 조금 이해가 된다.
아빠로서, 할아버지로서 꼭 남겨주고 싶었다.
내 아들들, 내 소중한 딸들아!
사랑한다.
2019년 5월 8일
어버이 날에 김범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