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사과꽃 향기 유미애

[(와니)정완희]

사과꽃 향기
              
                                유미애
 
묵은길 더듬어 올라간다
바람이 덧니 박힌 이빨을 내밀자
사과꽃 향기가 푸른 아버지를 실어오고
함께 걸어가던 옛기억들이
이따금 저 살던 마을을 돌아본다
오랜 가뭄엔 떼도 부실하다고
새봄에도 눈뜨지 않는 아버지 열손마디엔
자손들 소식 송이송이 흰꽃처럼 열리는데
사막의 봉우리엔 마르지 않는 샘물 있다고
평생 단열매 한 번 못 삼키실거
그리 애써 키우셨는지 어쩌면
동그라미 그리는 이 목마름의 근원도
저 속 말라버린 아버지의 뿌리인지 모른다
생전에 즐기시던 술 한 잔 올리고
철새 같은 자식들 그만 잊고 편안하시라
사람 사는 쪽으로 길을 내는 햇살 지우고
늙은 나무 버리고 돌아서는데
저 철길은 눈 먼 지금도
반딧불 같은 마을 버려두고
낙타 등에 오르는 꿈을 꿀까
마을이 가까울수록 더욱 말라 쓰린 눈
언덕 위 고목에서
풋열매가  툭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