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명[心銘]
우두 법융선사(牛頭 法融禪師, 594~657)는 중국 선종 제4조 도신스님(道信大師)의 제자이자 5조 홍인스님(弘忍, 602~675)의 사형제였다.
우두종(牛頭宗)의 초조(初祖)이다. 스님은 속성을 위(韋)씨라 하고, 출생지는 윤주(潤州) 연릉(延陵: 江蘇省)이다.
1. 마음의 성품은 일어나지 않음이다
마음의 성품은 일어나지 않음이니 心性不生
지견이 무슨 소용 있으리요? 何須知見
본래 한 법도 없거늘 本無一法
어찌 가르침과 수련을 논하리오? 誰論熏鍊
오고감은 시작이 없어 往返無端
찾아보려 해도 보이지 않네 追尋不見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으니 一切莫作
밝고 고요하여 스스로 드러나네 明寂自現
과거는 허공과 같아 前際如空
무엇을 알았다 하면 근본 이치를 잃네 知處迷宗
분명하게 경계를 비추건만 分明照境
비추면서도 흐릿해지네 隨照冥蒙
일심에 걸림이 있으면 一心有滯
모든 법이 오해되네 諸法不通
가고 옴이 이와 같다면 去來自爾
궁구할 필요가 어디 있으랴? 胡假推窮
일어남(生)에는 일어나는 자취가 없고 生無生相
일어남과 비춤이 동일하네 生照一同
마음을 깨끗이 하고 싶으면 欲得心淨
무심으로 노력하라 無心用功
2. 시공에 두루 비춤이 없다
시공에 두루 비춤이 없으니 縱橫無照
이것이 가장 심오한 것이네 最爲微妙
법을 안다는 것은 모르는 것이며 知法無知
모르는 것이 핵심을 아는 것이네 無知知要
마음으로써 고요함을 지키려 하나 將心守靜
여전히 병을 떠나지 못하네 猶未離病
생사를 잊어버리는 것 生死忘懷
이것이 곧 본래의 성품이라네 卽時本性
지극한 이치는 설명할 수 없으니 至理無詮
자유로운 것도 매여 있는 것도 아니네 非解非纏
활달하고 사물에 조응하며 靈通應物
항상 그대의 목전에 있다네 常在目前
3. 목전에 아무것도 없다
목전에 아무것도 없고 目前無物
아무것도 없지만 일체가 뚜렷하니 無物完然
지혜를 수고롭게 하여 살피지 말라 不勞智鑿
본체 자체가 비어 있고 그윽하다네 體自虛玄
생각들이 일어나고 사라지는데 念起念滅
앞의 것과 뒤의 것이 다르지 않네 前後無別
뒷생각이 나지 않으면 後念不生
앞생각이 스스로 끊어지네 前念自絶
과거, 현재, 미래 안에 아무것도 없어 三世無物
마음도 없고 부처도 없네 無心無佛
중생에게는 마음이 없으니 衆生無心
무심으로부터 중생이 나온다네 依無心出
범속함과 성스러움을 분별하여 分別凡聖
번뇌가 갈수록 심해지니 煩惱轉盛
이리저리 따지다가 실재에서 멀어지고 計校乖常
진리를 구하면서 올바름을 등지네 求眞背正
둘 다를 버리는 것이 치유책이니 雙泯對治
투명하고 밝고 깨끗하네 湛然明淨
4. 힘들게 애쓰거나 재주 부릴 것 없다
힘들게 애쓰거나 재주 부릴 것 없네 不須功巧
어린아이 같은 행을 지켜라 守婴兒行
또렷하게 알아도 惺惺了知
견해의 그물이 더욱 늘어나고 見網轉彌
고요함 가운데 보는 바가 없이 寂寂無見
어두운 방에서 움직이지 않네 暗室不移
또렷하되 망상이 없고 惺惺無妄
고요하되 밝으면 寂寂明亮
모든 현상이 영원하고 참되며 萬象常眞
풍부하되 한 가지 형상이네 森羅一相
가고 오고 앉고 섬에 去來坐立
그 무엇에도 집착하지 말라 一切莫執
어떤 방향도 정함이 없으면 決定無方
나고 듦이 있을 수 있으랴? 誰爲出入
합칠 것도 흩을 것도 없고 無合無散
늦지도 빠르지도 않네 不遲不疾
5. 밝음과 고요함은 있는 그대로
밝음과 고요함은 있는 그대로여서 明寂自然
말로써 설명할 수가 없네 不可言及
마음에는 다른 마음이 없으니 心無異心
정욕을 끊을 것도 없네 不斷貪淫
성품이 공하여 스스로 떠나니 性空自離
마음이 뜨고 가라앉게 내버려 두네 任運浮沈
맑지도 탁하지도 않고 非淸非濁
얕지도 깊지도 않네 非淺非深
본래 옛것이 아니고 本來非古
지금도 새것이 아니네 見在非今
지금 그것이 머무름이 없고 見在無住
지금 그것이 본래의 마음이니 見在本心
본래 그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本來不存
본래가 곧 지금 이 순간이네 本來卽今
보리는 늘 있으니 菩提本有
그것을 지킬 필요가 없네 不須用守
번뇌는 본래 없으니 煩惱本無
없애려고 할 필요가 없네 不須用除
신령스러운 지혜가 스스로 비추니 靈知自照
만법이 여여함으로 돌아가고 萬法歸如
돌아감도 없고 받음도 없어 無歸無受
관하기를 그치고 지킴도 잊네 絶觀忘守
네 가지 덕은 생겨나지 않고 四德不生
세 가지 몸은 본래 있어 三身本有
육근이 경계를 만나도 六根對境
분별은 의식이 아니네 分別非識
6. 일심에 망념이 없다
일심에 망념이 없으면 一心無妄
온갖 연(緣)이 조화롭고 萬緣調直
마음과 성품이 본래 평등하여 心性本齋
함께 있으되 서로 이끌지는 않네 同居不携
일어남이 없이 만물에 수순하고 無生順物
어디서나 그윽이 머무르네 隨處幽棲
깨침은 깨치지 못함에서 일어나고 覺由不覺
깨쳤다 해도 깨친 바가 없네 卽覺無覺
얻고 잃음의 두 가지에 대해 得失兩邊
어떻게 좋고 나쁨을 말하리오? 誰論好惡
일체의 유위법은 一切有爲
본래 만들어진 바가 없다네 本無造作
마음은 마음이 아님을 알지니 知心不心
병도 없고 약도 없다네 無病無藥
미혹되었을 때는 일을 버릴지니 未時捨事
깨닫고 나면 하등 다를 바가 없다네 悟罷非異
본래 취할 것이 없으니 本無可取
지금 버린들 무슨 소용 있으랴? 今何用棄
누가 마군(魔軍)을 본다고 말한다면 謂有魔興
공(空)을 말할 수는 있으나 현상은 있다네 言空象備
7. 범부의 정(情)을 없애려고 하지 말라
범부의 정(情)을 없애려고 하지 말고 莫滅凡情
생각을 그치는 법만 가르쳐 주라 唯敎息意
생각이 없으면 마음이 사라지고 意無心滅
마음이 없으면 행위가 끊어지네 心無行絶
공(空)을 확인할 필요가 없으니 不用證空
자연히 명징한 이해가 있다네 自然明徵
생사를 완전히 소멸하고 滅盡生死
심오한 마음이 이치 속으로 드니 莫心入理
눈을 뜨고 형상을 보면 開目見相
마음은 경계를 따라 일어나네 心隨境起
8. 마음 안에는 경계가 없다
마음 안에는 경계가 없고 心處無境
경계 안에는 마음이 없네 境處無心
마음으로써 경계를 없애려 들면 將心滅境
둘 다가 요동하리 彼此由侵
마음이 고요하고 경계에도 여여하여 心寂境如
버리지도 않고 붙들지도 않네 不遺不拘
경계는 마음을 따라 소멸하고 境隨心滅
마음은 경계를 따라 소멸하네 心隨境無
그 어느 것도 일어나지 않으면 兩處不生
고요함과 무한한 밝음이 있고 寂靜虛明
보리의 영상이 나타나네 菩提影現
영원히 맑은 마음의 물 안에서 心水常淸
덕의 성품은 바보와 같으니 德性如愚
가깝고 멂을 세우지 않네 不立親疎
9. 총애와 수모에 변치 않다
총애와 수모에 변치 않으며 寵辱不變
머무는 곳을 가리지 않네 不擇所居
모든 연관이 단박에 그치니 諸緣頓息
일체를 잊어버리네 一切不憶
영원한 낮은 밤과 같고 永日如夜
영원한 밤은 낮과 같네 永夜如日
겉보기에는 아주 어리석은 것 같으나 外似頑嚚
안으로는 마음이 텅 비고 올곧다네 內心虛直
경계를 마주하여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對境不動
강하고 큰 사람이라네 有力大人
10. 사람도 없고 봄도 없다
사람도 없고 봄도 없네 無人無見
봄이 없으되 항상적인 나타남이 있고 無見常現
일체를 훤히 통달하여 通達一切
도처에 편재하지 않은 적이 없네 未嘗不偏
생각하면 오히려 혼미해지고 思惟轉昏
정신을 가라앉히고 어지럽히네 汨亂精魂
마음으로써 움직임을 그치면 將心止動
그칠수록 더욱 날뛴다네 轉指轉奔
만법은 없는 곳이 없으나 萬法無所
오직 하나의 문이 있으니 唯有一門
들어가지도 않고 나오지도 않으며 不入不出
고요하지도 않고 시끄럽지도 않네 非靜非喧
11. 오묘한 지혜만이 존재한다
성문과 연각의 지혜는 聲聞緣覺
그것을 설명할 수 없네 智不能論
실제로는 한 물건도 없고 實無一物
오묘한 지혜만이 존재한다네 妙智獨存
본래면목은 무한하여 本際虛沖
마음으로 헤아릴 수 없네 非心所窮
바른 깨달음은 깨달음이 없고 正覺無覺
참된 공(空)은 공하지 않다네 眞空不空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은 三世諸佛
모두 이 기본 원리에 의거하나 皆乘此宗
이 기본 원리의 털끝 하나도 此宗毫未
항하사같이 무수한 세계를 포함하네 沙界含容
12. 일체를 돌아보지 말라
일체를 돌아보지 말고 一切莫顧
마음을 어디에도 두지 말라 安心無處
마음을 어디에도 두지 않으면 無處安心
무한한 밝음이 스스로 드러나리라 虛明自露
고요하여 일어나지 않으니 寂靜不生
무한한 시공 속에 자유롭게 놓아두네 放曠縱橫
무엇을 하든 아무 걸림이 없고 所作無滯
가고 머무름이 모두 평등하네 居住皆平
지혜의 해가 고요하고 慧日寂寂
선정의 빛이 밝다네 定光明明
항상 없는 정원을 비추고 照無相苑
열반의 도시에서 빛난다네 朗涅槃城
모든 인연을 잊어버리고 나면 諸緣忘畢
정신이 이해되고 본체 안에서 안정되네 詮神定質
법의 자리에서 일어남이 없이 不起法座
텅 빈 방에서 편안히 잠을 자네 安眠虛室
도를 즐기면서 편안하고 樂道恬然
마음대로 노닐면서 진실하다네 優遊眞實
함이 없고 얻음도 없이 無爲無得
무엇에도 의지함 없이 저절로 나온다네 依無自出
4무량심과 6바라밀은 四等六度
모두 일승의 한 길 위에 있으니 同一乘路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心若不生
법들이 서로 다른 바가 없으리 法無差互
일어나도 일어남이 없음을 알면 知生無生
영원한 실재가 현전하네 現前常住
지혜로운 이들은 알겠거니와 智者方知
말로는 깨달음을 설명하지 못한다네 非言詮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