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8(토)
"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 송이송이 하얀 송이.........?"
눈 내리는 날 운동장을 안방처럼 뛰어 다녔을 그 때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다.
누비 목화솜 저고리를 한번 입으며 이듬해 봄 까지 입는다
그 때는 왜 누우런 콧물이 염치도 없이 그렇게 줄줄 흘러내려 소매 끝으로
이리 닦고 저리 닦고 해서
소매 끝은 늘 콧물이 말라 붙어서 빤짝 ~ 했다.
오랜만에 펄펄 내린 흰눈을 바라보며 괜스리 걱정이다
상가도 다녀와야 하고 ......?
약목면 교 1리 살고 계시는 농아인 아저씨댁에 청소도 가야하고
또 스터디도 오후 2시인데 포기해야 겠다.
교1리 겨울 들판에는 잔설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어느선가 겨울바람이 또 눈 바람을 몰고와
교 1리 경로당 마당 국기봉에 메달린 태극기가 찢어질것 같다
홀아비 방 향기를 맡아 보셨나요?
담배냄새와 찌든 홀아비 향기는 그만 탁 숨이 멎을 것 같다
우리가 간다는소식을 듣었는지 아저씨는 방바닥을 쓸고 계셨다
오늘 따라 얇은 스타킹을 신은 체 내디딘 방바닥은 냉골이다
그래도 용감한 우리 봉사대원들 이불정리하고 청소기로 방바닥을 밀고
눈 길을 쓸고 닦고 후다닥 ~~~~
옛말에 " 일도 여럿이 하고 먹는 것도 여럿이 먹어야 한다"고 했는데
실감이 난다
나는 발이 시러워 괜스리 마당만 왔다 갔다하는 사이 청소 끝~~~~
함께한 우리봉사 단원님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눈오는 날 주절 ~~ 두손모아봉사단 화이팅 입니다.
* 아래 시 는 경기대학교에 근무 하셨던 오탁번 교수님의
"폭설" 입니다.
처음 이 시를 접하는 날 책상을 두들기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언어의 매럭을 한번 느껴보세요.
폭설/ 오탁번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좇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좇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天地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行星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좇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宇宙의 미아迷兒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좇돼버렸쇼잉!
<시안> 2005,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