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고대 문명의 몇 몇 도시들을 빼고 나면 과연 이 도시만큼 기구한 역사와 비극적인 슬픔을 간직한 도시가 또 있을까? 1953년,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하고 나서도 베트남-미국 전쟁의 여파로 혼돈과 비극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 캄보디아의 현대사가 이 도시 곳곳에 새겨져 있다.
베트남군을 잡는다며 이 나라의 산과 들판에 비처럼 폭탄을 내리는 미군 전폭기를 피해 도시로 도시로 모여든 시골 사람들. 그렇게 모여든 이백 만의 시민들을 농업에 기반한 '근본주의적 공산주의 국가'를 실현하겠다며 '여기 남아 있다가는 다 미군폭격으로 죽는다'고 겁박을 주고 그래도 도시에서 살겠다고 하면 문고리에 손발 묶어놓아 굶겨 죽이고, 안경?다고 죽이고, 책 좀 읽었다고 죽이고, 손에 굳은 살 없다고 죽이고, 손톱에 메니큐어 발랐다고 죽이고 하는 지옥도를 연출한 끝에 남은 도시인은 고작 6천여 명.
그 뒤 사 년 여를 유령의 도시로 남았다가 폴포트로 대표되는 크메르루즈 권력이 산간 밀림으로 ?겨 나고서야 다시 사람들이 되돌아 올 수 있게 된 도시. 그러나 당시 인구의 삼분의 일은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하고 사원에, 들판에 뼛조각으로만 남을 수 밖에 없었던 그 비극의 도시가 프 놈 펜이다.
이백만 명이 육천 명으로 줄어들 때까지 계속되었을 폭력, 불법, 학살에 노출된 채 맨 몸으로 견뎌내야 했을 이 순수한 농경민족의 운명을 생각하다보니 해방과 분단의 와중에 주민의 삼분의 일까지 소멸되었다는 남도 섬의 운명하고도 겹쳐지는 것이다.
그래서 프놈펜은 우울하고 무겁다.
|
출처: 길에서 자라는 아이들 원문보기 글쓴이: 광나루 물밥
첫댓글 그래서 그런가 정말 사진이 다 우울해 보입니다...
가슴아픈 역사를 담고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