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굴＞1,409톤 수입에 28점 표본검사 “해명은 했지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별의정원]

정부의 일본산 가리비 껍데기 굴양식 해명에 대한 녹색당 논평
1,409톤 수입에 28점 표본검사 “해명은 했지만,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 11월 19일 녹색당은, 일본산 가리비 껍데기를 이용한 굴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에 대해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관리 당국에 대한 논평을 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11월 30일, 서울신문에서 “‘日 방사능 굴’ 괴담 도는데… 뒷짐 지는 정부”라는 기사가 나가자 정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발표하였다. 방사능 대책은 ‘느려도’ 해명은 참 ‘발 빠른’ 정부가 아닐 수 없다. 아래 정부 해명내용을 그대로 옮긴다.

○ 지난 5월 농림수산식품부 검역검사본부가 굴 양식장에서 사용 중인 일본산 굴 채묘용 가리비 껍질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 한편, 관세청에서는 일본에서 굴 채묘용으로 수입되는 가리비 껍질에 대하여 산지증명서와 방사성 검사증명서 첨부를 의무화(8.1~)하여 통관 단계에서 방사능 오염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양식장에서 사용된 가리비 껍질은 일본에서 방사능검사증명서나 업체의 확인서를 받고 수입하여 유통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 농식품부에서는 굴 양식장에서 패각 및 굴에 대한 방사능 모니터링을 실시하여 생산단계에서의 방사능 관리를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 아울러 수입항에서도 방사능 검사기를 설치하여 일본산 가리비 채묘용 껍질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원자력위원회와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또한, 미국의 국내산 굴 수입 중단조치는 굴 생산 해역의 육·해상 오염원 관리 미흡에 따른 잠정 중단 조치로 방사능 문제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방사능 의심 가리비 굴에 대한 정부 해명자료(농림수산식품부 양식산업과 11월30일)

‘근거 없는’ 해명자료 - 직무유기 시인

정부 해명자료의 특징은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농림수산식품부 검역검사본부가 일본산 가리비 껍질에 대한 검사를 했다면 검사방법과 결과에 대해 자세히 밝혀야 하지만 “검출되지 않았다”라는 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5월까지 수입된 일본산 가리비 껍질의 총량, 검사 방법과 검사 표본 수, 방사성 검사증명서 첨부가 의무화된 8월 이후 확인된 가리비 껍질의 방사능 오염 정도 등 어느 것 하나 분명하게 해명된 것이 없다.

해명자료의 밑줄 친 부분에 따르면, 결국 정부는 국민의 신고와 언론의 경고에도 가리비껍질과 굴에 대한 방사능 모니터링을 실시하지 않아왔으며, 직접 방사능 검사를 통한 모니터링 대신 방사능검사증명서 제출만으로 부실한 검역체계를 무마하려 했음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방사능가리비 껍데기 수입에 대한 보도는 5월 달이었다. 검역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결국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었다. 

1409톤 수입에 28점 표본추출검사, 가리비 껍질 수입지는 일본 정부가 인정한 스트론튬 오염지역

JTBC 5월 1일자 보도에 의하면 올해 5월까지 수입된 일본산 가리비 껍질은 1,409톤으로, 정부는 이중에 “10곳의 양식장에서 28점을 채취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서울신문, 10월 30일). 수입량에 비해 조사량이 턱없이 부족하며, 검사 방법도 알려지지 않았다. 더구나 그렇게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었다면, 언론보도 이후 논란이 되었을 당시 국민들에게 조사한 내용을 공개하고 의혹을 없애야 했었다. 녹색당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런 발표 없이 넘어갔을 일이다.

일본에서 수입된 가리비껍데기의 주요 출처는 훗카이도, 아오모리, 이와테, 미야기현으로, 이미 다량의 세슘과 함께 골수암, 백혈병 등을 발병시키는 스트론튬 90이 검출된 곳이다(KBS, 7월25일 일본문부과학성 인용 발표). 따라서 정부는 5월에 실시했다는 방사능 검사에 스트론튬 90도 포함되어 있었는지, 포함돼 있지 않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 더불어 10일간 실시했다는 28건의 방사능 검사결과를 정확한 수치, 검사 핵종, 검출한계, 기계, 기관 등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국민도 국민 나름? 정보 요청인에 따라 말 바꾸는 검역당국

이번 사안을 조사하면서 녹색당 당원들과 정책위원이 관계당국에 정보 요청을 했을 때, 당국의 반응은 “누군데 전화를 걸어서 이런 것을 물어보느냐”고 따지기가 일쑤였다. 한 담당자는 언론 보도 상의 통계(1,409톤 수입)를 언급하자 그런 통계는 집계해 본 적이 없다면서 오히려 해당 기사의 기자 이름을 대라고까지 하는 상황이다. 

뿐만이 아니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담당자의 말은 일반 시민이 전화를 할 때, 녹색당 정책위원이라고 밝히고 전화할 때, 기자가 전화를 할 때마다 대답이 시시각각 달라졌다. 후쿠시마 이후 국민들의 식품 방사능 오염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련한 정보를 상세히 공개하기는커녕 정보 요청인에 따라 차별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검역당국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접근성·투명성·시민참여 보장되는, 방사능 사각지대 없는 식품안전체계 구축해야

국민이면 누구나 자신의 건강‧안전에 관한 정보를 쉽게 보고 요구하고 문제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식품안전체계 정보에 대한 ‘접근성’, ‘투명성’, ‘참여성’을 보장해야 한다. 식품 방사능 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구멍 뚫린 검역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5월까지 수입된 방사능가리비 껍데기에 대해 식약청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는 가리비 껍데기가 식품이 아니기 때문에 검사를 하지 않았고, 관세청은 식품 검역 대상이 아니라서 통관시켰다는 반응을 보였다. 환경부는 가리비 껍데기가 폐기물로 신고 된 바가 없다고 발뺌했다. 이렇게 담당부처가 정해지지 않은 사각지대가 발생했을 경우 부처 간 협의 등 총괄할 수 있는 검역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식품 검역 및 대응체계의 허술함은 비단 방사능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수차례 지적되어 왔고, 그때마다 정부는 시스템 개혁과 효율성을 다짐했다. 예를 들어 MB정부 초기 멜라민 파동 당시에도, 식품검역체계가 보건복지부와 농식품부로 나눠져 있고, 농식품부 내에서도 농산물‧수산물‧축산물로 분화돼 효율적인 업무가 어렵다는 지적에 식품검역체계 단일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정부의 무책임과 늑장 대응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민들의 밥상 안전은 물론이고, 굴을 생산하는 어민들에게도 이러한 불확실성은 오히려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이에 녹색당은 정부에 다음과 같이 공개적으로 질의 및 요구를 하고, 방사능 가리비 껍데기의 의혹이 풀리는 날까지 이 문제를 추적할 것임을 국민들에게 약속드린다. 

첫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수입된 일본산 가리비껍질의 원산지, 수입물량 등 월별 현황을 공개하라.

둘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수입된 일본산 가리비껍질에 채묘된 굴의 출하 여부를 조사 및 공개하라.

셋째, 지난 5월 언론보도 이후 일본산 가리비껍질 및 채묘 굴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과 대책에 대한 관련 부처 논의를 공개하라.

※ 부처 내, 부처 간 업무 보고와 협의, 회의 자료 등

넷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산 가리비껍질에 대해 실시한 방사능 검사 현황을 공개하라. 

※ 주관 부처, 검사 기간, 표본 수, 핵종, 검출 한계, 검사기계, 검사기관, 결과 수치 등

다섯째, 8월 1일 일본산 가리비껍질에 대한 산지증명서/방사능검사증명서 제출 의무화를 결정한 과정에 대해 공개하라

※ 관련 업무 협의, 회의자료, 지침 등

여섯째, 8월 1일 이전에 통관 시 산지증명서/방사능검사증명서/업체 확인서를 제출받은 경우가 있는지, 있다면 그 내용을 공개하라

일곱째, 8월 1일부터 제출된 산지증명서/방사능검사증명서/업체 확인서 일체의 정보와 통과 (방사능)기준치를 공개하라

※ 녹색당은 논평과 함께 원자력안전위원회, 농림수산식품부,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식약청, 관세청에 위 내용을 포함한 구체적인 질의와 요구사항에 대해 공문을 발송하고, 정보공개를 청구합니다. 답변이 오는 대로 공개하겠습니다. 

2012년 12월 4일

[별의정원]

해명 자료를 발표할 때 금요일 오후에 정부측이 발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고의가 아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