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중요성은 항상 강조되어 왔다. 그 이유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이야말로 ‘현존하는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땅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주인공이기에 미래는 언제나 청소년과 젊은이 속에 현재형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미래에 투자하는 사회일수록 젊은이들의 능력증진에 정책적 키워드를 맞추어 왔던 것이다.
유사이래. 청소년과 젊은이는 항상 존재했다. 먼 옛적 외침의 선봉에 서서 스스로의 조국과 내 민족을 구한 이들도 신체 건장한 청년이자 젊은이요, 일제침략으로 해방을 위해 몸을 불사른 윤봉길, 안중근의사 역시 이 땅의 젊은 청년이다. 해방된 조국의 재건을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갖가지 모양으로 공직에 진출하거나 산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사회는 날이 갈수록 부패의 수렁에 빠졌고 급기야 현재는 온 나라가 총체적 부패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지경이다. 정치권, 언론, 학교, 기업, 시민단체 등, 어디 하나 부패하지 않은 곳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분명 이 땅에 청소년과 젊은이가 존재하지 않던 적이 없었고 숱한 젊은 청춘들이 나라와 민족, 그리고 정의를 지키고 행동하겠다고 부르짖었음에도 왜 우리 사회는 이토록 부패 일변도일까? 현존하는 미래로서의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사회는 어떤 책임의식 가운데 의무를 다했을까? 또한 현존하는 미래로서의 청소년과 젊은이들은 스스로의 가치관을 가지고 자신들을 바르게 가꾸어 왔을까?
대학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탓에 많은 학생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인생 진로상담을 요청받곤 한다. 그 때마다 누구 하나 소홀이 대할 수 없음은 이 땅의 젊은이는 현존하는 미래이기에 기성세대로서의 양심이자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행동을 거부할 수 없음이다.
사회가 병들고 혼탁하면 할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역사와 시대가 새로워지기를 바랄수록 우리는 그들에게 더 큰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그처럼 청소년과 젊은이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병리적 사회일수록 그 속에 살고 있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이 사회에 만연한 병리현상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법률소비자연맹이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8일간 전국 고교생 3,485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학생의 70%는 “우리나라 법률은 불공정하다”고 답했다 한다. “법보다 권력이나 돈의 위력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응답자의 87.43%로 집계돼 법질서에 대한 청소년들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법을 어기는 집단엔 정치인, 고위공무원이 첫 순위(78.51%)로 꼽혔으며, 더욱 놀라운 현실은 44.53%의 학생들이 “성공을 위해 어느 정도 법을 어길 수밖에 없다”고 응답해 준법의식에 위기감을 자아냈다. 이들이 사회진출도 하기 전에 이미 사회병리현상에 물들어 버렸다면 우리가 바라듯 정의가 바로서는 누구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아니라면 그들 역시, 새로운 사회 부조리의 공범 혹은 주범으로 살아갈 수밖엔 도리가 없는 것일까?
역사의 교훈을 뒤집어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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