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교육부 공고 제2017-331호)에 대한 우리의 입장
교육부는 2017년 12월 27일, 교육부 공고 제2017-331호를 통해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우리 ‘정의교육시민연합’은 다음과 같이 우리 단체의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하고자 한다.
Ⅰ. 개정 조문
가. 학교공모교장심사위원회 구성 개선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5제2항)
(현행법령) 제1항에 따른 공모교장심사위원회 또는 공모원장심사위원회는 10명 이상 2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이 경우 위원의 3분의 1 이상은 ⌜초중등교육법⌟ 제31조제1항에 따른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유아교육법⌟ 제19조의3제1항에 따른 유치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학부모 중에서 학교 또는 유치원의 장이 위촉한다.
(개정령 안) 제1항에 따른 공모교장심사위원회 또는 공모원장심사위원회는 10명 이상 2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이 경우 위원의 구성은 다음 각 호에 따르며 위원 중 ⌜초중등교육법⌟ 제31조제1항에 따른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유아교육법⌟ 제19조의3제1항에 따른 유치원운영위원회 위원은 전체 위원의 50%를 초과할 수 없다.”로 하고, 같은 항에 각 호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1. 전체 위원의 100분의 40내지 100분의 50은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학부모
2. 전체 위원의 100분의 30내지 100분의 40은 교직원 전체 회의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된 교원(교장은 교원에서 제외한다)
3. 전체 위원의 100분의 10내지 100분의 30은 지역사회 인사, 동창회 임원 등 학교 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외부 위원
나. 내부형 교장자격증 미소지자 임용 제한 비율 폐지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2조6제2항)
(현행법령) 제12조6(공모 교장의 자격기준 등) 제1항제2호 각 목의 학교 중 자율학교로 지정된 학교와 제1항제3호의 자율형 공립고등학교의 경우에는 교육감이 사전에 학교의 신청을 받아 제1항제2호에 따른 자격을 갖춘 사람이 교장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를 정하여 공고하여야 한다. 이 경우 교육감은 신청한 학교 중 15퍼센트의 범위에서 제1항제2호에 따른 자격을 갖춘 사람이 교장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를 정하여야 한다.
(개정령 안) 제12조6제2항 폐지
Ⅱ. 개정 내용의 요약 및 취지
가. 학교공모교장심사위원회 구성 개선(안 제12조의5제2항)
현행 학부모 위원의 참여뿐 아니라 교원과 외부 위원 참여를 보장하고, 위원 선정 방법을 명확히 하고자 함
나. 내부형 교장자격증 미소지자 임용 제한 비율 폐지(안 제12조의6제2항)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원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학교를 신청 학교의 15% 이내로 한 제한을 폐지하고자 함
Ⅲ.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령안에 대한 우리 단체의 입장
가. 학교공모교장심사위원회 구성 개선(안 제12조의5제2항)에 대하여
이 조문의 개정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학교공모교장심사위원회 구성에 있어 학부모 위원의 비율을 40∼50%, 교원의 비율을 30∼40%, 지역인사 및 동창회 임원 등 외부인사의 비율을 10∼30%로 하고, 각 위원의 선정 방법을 명백히 규정한 것은 공모 교장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선출하기 위한 적절한 규정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교육공무원임용령은 공모교장심사위원회 위원 10∼20명 중 위원의 3분의 1 이상만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학부모 위원 중 학교장이 위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학부모 위원으로 위원 총 수의 3분의 1만 채우면, 나머지 위원은 학교장이 자신의 생각에 우호적인 인사로 얼마든지 위촉할 수가 있다. 학교장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공모 교장을 선출한다면 현행 법령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학교장은 자신이 선호하는 공모 교장을 뽑기 위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로 나머지 3분의 2에 해당하는 위원을 선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추천하는 학부모 위원 중에도 학교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나머지 사람들도 학교장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면 공모 교장은 학교장의 복심에 의해 그 선출 여부가 결정되게 될 것이다. 학교장은 상급 기관인 교육청이나 교육부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응모 중인 공모 교장 중 특정 후보와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또 학교장의 이념 성향에 따라 특정인을 기피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질과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아니라, 학교장이나 상급 기관의 인맥을 동원한 사람이 공모 교장으로 뽑힐 가능성이 대단히 큰 것이 현실이다.
이번 개정령안처럼 공모교장심사위원회 위원의 비율과 구성 방법을 법령으로 규정해 놓으면 학교장이나 상급 교육기관의 영향력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공모 교장제의 도입 취지가 학식과 덕망과 자질을 갖춘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학교장을 뽑기 위한 것이라면, 이 조문의 개정은 이 제도를 살리기 위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학교 운영의 주요 주체가 교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사 전체 회의에서 선출하는 위원의 비율을 40% 이상으로 하고 학교장의 영향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학부모 위원의 비율을 40%, 외부 인사의 비율을 20% 이하의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 내부형 교장자격증 미소지자 임용제한 비율 폐지(안 제12조의6제2항)에 대하여
교장 공모제는 승진위주의 교직문화를 개선하고 능력있는 교장을 공모해 학교 자율화와 책임 경영을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2007년에 도입된 제도이다.
교장 공모제에는 ‘초빙형’, ‘내부형’, ‘개방형’ 등 3가지 유형이 있다.
초빙형공모제는 교장자격증을 소지한 사람 중에서 공모를 통해 학교에서 교장을 초빙하는 제도다. 내부형공모제는 교장자격증 소지자뿐만 아니라, 교장자격증이 없는 평교사(교육 경력 15년 이상)도 참여가 가능한 공모제이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사를 거쳐 교장 후보자 3명을 추천하면 교육청이 최종 1명을 임명하는 제도다. 개방형공모제는 자율학교 중, 특성화 중·고, 특목고, 예체능계 고교에 적용되는 공모제로 교육공무원 중 교장자격증 소지자, 해당학교 교육과정에 관련된 기관 또는 단체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가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다.
교장 공모제라 해도 교장, 교감 자격증을 요구하는 초빙형공모제는 사실상 무늬만 공모제이지 기존의 임명제 교장제도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교육 경력을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 개방형공모제도 병행 시행되었지만 교육계의 배타적 폐쇄성 때문에 큰 성과는 없었다.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원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는 내부형공모제도 교육부와 교육청의 소극적 태도와 학교장의 암묵적 저항으로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개정되는 부분은 ‘내부형공모제’에 관한 부분이다.
내부형공모제는 모든 학교에서 실시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일반 학교에서는 내부형공모제를 실시할 수 없다. 내부형공모제를 실시할 수 있는 학교는 자율학교 및 자율형공립고만이 가능하다. 이러한 학교는 전체 학교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것도 교장이 공석 상태이고 교장 공모를 신청하는 자율학교 및 자율형공립고의 15% 이하만이 공모학교로 지정된다. 그러므로 사실상 내부형 공모교장제를 실시하는 학교는 극히 적다. 2017년 3월1일 기준으로 공모제를 통해 교장을 선발한 1792개 학교 중에서 내부형 교장 공모로 평교사가 교장이 된 경우는 56명으로 전체 공모 교장 수의 3% 정도에 불과했다.
이번에 개정되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안은 교장 공모를 신청할 수 있는 자율학교 및 자율형공립고에 대해 교육감이 15%의 범위에서만 공모학교로 지정토록 한 조항을 삭제한다는 것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실시할지의 여부는 자율학교 및 자율형공립고의 학교운영운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단위 학교에서 판단할 일이고, 교육관청은 그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항이 삭제된다고 해도 내부형 교장 공모를 할 수 있는 학교는 자율학교 및 자율형 공립고만이 가능하다. 전체 학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학교는 여전히 현재와 같이 임명제 교장이 임용된다. 이 조항의 폐지로 마치 대한민국의 모든 초중고 학교가 내부형 교장 공모를 하는 것처럼 호들갑떨 일이 아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에 응모할 수 있는 자격은, 교장자격증 소지자, 교감자격증 소지자, 그리고 15년 이상의 교육 경력을 가진 평교사이다. 교장자격증 소지자나 교감자격증 소지자도 얼마든지 내부형 공모교장에 지원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내부형 공모 교장제를 실시한다 하더라도 교감자격증이나 교장자격증을 가진 기득권 계층이 불리할 것이 전혀 없다. 평교사와 똑같이 교장 공모에 응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조건에서 공모교장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게 하자는 것이다. 기회는 공평하게 주고 능력의 평가는 공모교장심사위원에 맡기자는 것이다.
이번 임용령 개정에 반대하는 일부 사람들은 평교사를 무자격 교장이라고 폄하한다. 교장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들의 주장대로 평교사가 무자격자이고 교장 직무를 올바로 수행할 수 없는 무능력자라고 한다면, 교장자격증이나 교감자격증을 가진 이들이 내부형 교장공모에서 절대로 불리할 까닭이 없다. 학교의 공모교장심사위원회에서 무자격‧무능력 평교사를 공모 교장으로 선출할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교장자격증이나 교감자격증이 자질과 능력의 인증서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대학의 총장도 평교수 중에서 선출된다. 총장 자격증을 받아 총장이 되는 게 아니다.
학교에는 교장, 교감, 장학사, 연구사 등 승진구조에는 아예 관심도 없이 교육과 연구와 학생 돌봄에 가치를 두고 근무하는 교사도 적지 않다. 학업을 계속하여 국내외의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 교과서 집필과 교육 연구에 열심인 사람, 교육청과 교육부의 정책 연구에 중심이 된 사람, 현장 연구와 학교의 화합에 힘쓰는 사람, 뛰어난 리더십으로 동료 교사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 교육시민단체에서 교육 정책의 제안과 개선에 힘쓰는 사람,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사람 등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다. 이들이 그나마 위기에 빠진 공교육을 붙들어 세우고 학교의 등불이 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평교사들이 교장자격증이나 교감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보다 학식이나 능력이나 인품이 뒤떨어진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교장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질과 능력, 그리고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다. 지금 공교육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다. 교장이라는 자리가 교감자격증이나 교장자격증을 가진 기득권층의 밥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 현장을 살릴 수 있는 자질과 능력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교장은 학교 내에서 절대 권위를 행사하는 최고 권력자이다. 교장이 무능하면 학교가 죽고 교육이 죽는다.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가 힘들어진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주도하는 임명제 교장으로는 현재의 한국 교육의 위기를 풀어나갈 수 없다. 교장의 임기는 4년이고, 1차례 4년을 더 할 수 있다. 4년 임기 후에 무사히 4년을 더 하려면 상급기관의 눈 밖에 나서는 안 된다. 학교 내 교사들의 전근이나 승진, 포상 등에 대해서도 교육청과 대립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 교육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한 교육 정책의 건의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현장성을 갖지 못한 외국의 교육 제도가 무분별하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그래도 교장은 거부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한국교육이 죽어가는 이유다.
이번 임용령의 개정으로 자율학교와 자율형공립고의 경우에는 학교의 결정에 따라 내부형공모제가 가능할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반 학교의 경우에는 내부형 교장공모가 여전히 불가능하다. 장차 이 조항도 개정하여 교장이 공석인 모든 학교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확대‧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유능한 교장이 있어야 학교도 살고 교육도 살고 대한민국도 산다.
2018. 1. 23.
정의교육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