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와 춘천의 정규리그 최종전. 선제골의 주인공은 춘천이었다
몸은 김포에 있었지만, 마음은 양평에 가 있었다. ‘2016 K3리그’ 정규리그 최종전(19라운드)이 열렸던 24일, 김포공설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은 겉으로는 티내진 않아도 속으로는 모두 한 마음이었다.
K3리그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는 흥미로운 요소들로 가득했다. 선두 싸움도 그랬고, 승격 플레이오프행을 가리는 중위권 싸움도 그랬다. 특히 선두 싸움은 최고의 관심사였다. 18라운드까지 순위표를 보면 알 수 있다. 1위 포천시민축구단(승점 47점)과 2위 김포시민축구단(승점 46점)의 승점 차는 단 1점이었다. 이는 즉, 포천이 무승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김포가 이긴다면 막판에 1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 경기에서 포천은 양평FC 원정을 떠났고, 김포는 춘천시민축구단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는 김포의 홈경기를 찾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도착하자마자 김승기 감독에게 먼저 달려갔다. 담담한 표정의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1위 등극에 대해) 특별히 이야기한 건 없다. 우리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1위에 연연하지 말고 이 경기 플레이에만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결과가 매번 우리 뜻대로 나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기 준비에 한창이던 노철종 사무국장도 “1위라는 목표를 어느 정도 마음속에 품고 있어서 부담은 좀 되지만, 욕심을 버리고 2위로 가자고 서로 얘기했다. 이 경기를 승리하는 데만 주목하자고 다짐했다. 포천에 신경을 쓰다 보면 이 경기를 못하게 된다. 2위만 되도 최고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과연 경기 전에 유지했던 이 초연함이 경기 중에도 계속 이어졌을까?
휘슬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됐다. 그런데 선제골의 주인공은 춘천이었다. 춘천은 전반 19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재훈이 올린 킥을 윤성우가 슈팅으로 연결해 김포의 골망을 흔들었다. 수비가 순간적으로 윤성우를 놓쳤다. 1-0 춘천의 리드. 동시에 노원마들구장에서 열리는 서울유나이티드와 청주시티FC의 경기에 관심이 갔다. 청주시티가 서울유나이티드를 4점 차로 이기고, 김포가 지면 1위는커녕 3위로 내려앉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스코어를 확인해보니 청주시티의 2-0 리드였다. 관계자들의 표정에 얼핏 심각함이 보였다.
김포는 곧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저력의 김포는 곧 경기를 뒤집었다. 전반 35분 상대 수비벽 맞고 사이드로 흐른 볼을 전훈이 골로 연결했다. 1-1로 균형이 맞춰졌다. 이어 5분 뒤 ‘득점왕’ 김성민이 짜릿한 역전골을 넣었다. 춘천 진영 아크써클 오른쪽 프리킥 상황, 키커로 나선 김성민이 절묘하게 감아 찬 슈팅이 춘천 골대 구석에 꽂혔다.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한 춘천은 흔들렸다. 전반 42분 허건의 자책골까지 더해지면서 김포가 3-1로 점수를 벌렸다.
전반전이 끝났다. 하프타임에 포천과 양평의 경기 상황을 확인했다. 포천의 2-1 리드였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역시 포천’이라는 분위기가 대두했다. 그래도 아직 1점 차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 사람도 있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후반전 45분 동안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한 치도 예측할 수 없었다. 김포의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후반이 시작됐다. 김포가 또 골을 넣었다. 후반 7분 김포의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배대원이 정확하고 날카로운 헤딩골로 득점에 성공했다. 김포의 4-1 리드. 그야말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이제부터는 김포와 춘천의 경기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노철종 사무국장에게로 달려가 포천과 양평의 경기 상황을 물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노철종 사무국장은 “긴장이 된다. 일부러 (포천의 경기 상황을) 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양평이 후반 6분 유동규의 골로 포천과 2-2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이대로 끝난다면 김포가 1위였다. “지금 당장 양평으로 달려가 보고 싶은 심정”이라는 노 사무국장의 말에 진심이 가득 담겼다.
자연스레 경기장 사이드라인에 시선이 갔다. 경기 사진을 찍고 있던 사진기자 뒤로 몸을 풀고 있던 김포의 후보 선수들은 한 명씩 번갈아가며 사진기자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사진기자는 “선수들이 실시간 스코어만 계속 물어봤다. 포천과 양평이 2-2였을 때는 우승보너스를 얘기하더라”며 웃었다.
포천의 5-2 리드 소식이 들리자 김포의 관계자들은 모든 걸 내려놨다. 2위 기념 현수막을 준비하는 모습 하지만 포천은 10분 만에 김포의 꿈(?)을 꺾었다. 후반 15분 지경득의 골로 3-2 리드를 잡았다. 기자가 이 소식을 전하자 김포의 관계자들은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망했네, 망했어”라며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노철종 사무국장은 경기장 구석에서 조용히 핸드폰으로 포천과 양평의 인터넷 중계를 시청했다. 그는 “양평이 이긴다면 진짜 술이라도 사야 할 것 같다”며 잔뜩 긴장했다.
바람은 현실로 이뤄지지 않았다. 포천은 후반 31분(김찬희)과 후반 43분(장용익)에 연속골을 넣으면서 승리를 굳혀갔다. 실시간으로 기자에게 스코어를 물어보던 김포 관계자들은 포천의 다섯 번째 골이 터지자 결국 모든 걸 내려놨다. 노철종 사무국장은 “현수막을 1위와 2위 버전으로 두 개 준비했는데, 2위 기념 현수막을 가져와야겠다”며 비로소 편안하게 미소를 지었다. 김포는 후반 44분 장조윤의 쐐기골로 5-1 승리를 확정했지만, 양평에 5-2로 승리한 포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정규리그 최종 2위를 확정했다.
잠시나마 1위를 향한 꿈을 가졌던 김포였지만, 2위도 충분히 잘한 성적이다. 김승기 감독은 “경기 중에도 포천 쪽 상황이 자연스레 확인이 되더라”면서도 “어쨌든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해줘서 고맙다. 이제 플레이오프에서 목표했던 걸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골로 정규리그 득점왕을 확정한 김성민은 포천 쪽 상황에 대해 일체 신경을 쓰지 않고 춘천전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 경기에만 집중했다. 무조건 오늘 춘천을 이겼어야 했다. 코칭스태프들로부터 경기 중 포천 쪽 상황에 대한 사인을 받지 않는 걸로 이야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챔피언십 플레이오프는 단판 승부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컨디션 싸움이다”라고 강조했다.
사람이기 때문에 욕심이 있다. 가능성이 있다면 포기할 수 없다. 김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지만, 결국 벽을 넘지 못했다. 그래도 챔피언십 플레이오프라는 또 다른 기회가 있다. 과연 김포는 그 곳에서 정규리그 최종전 때 못 이뤄낸 반전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김포=안기희
사진=한규빈 명예기자
김포는 챔피언십에서 정규리그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을까
출처=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