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의 본질은 고대부터 효과적으로 적을 죽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즉 적은 힘으로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가하는 것이었지요. 무기의 시작도 그러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화약무기가 등장함에 따라 그 양상은 조금씩 변해가게 되었는데, 초기에는 화약무기의 작동이 지나치게 느려, 근접전에서는 신체와 간단한 무기를 쓰는 무술이 사용되었지요.
근대 산업화 과정에서 화약무기의 발전은 비약적으로 이루어져 총의 발사거리가 늘고 정확해짐과 동시에 빠른 작동으로 인해 그 어떠한 무술보다도 치명적이고 효과적인 데미지를 줄 수있게되자, 무술은 본절적인 면에서 용도폐기의 위기에 처하게 된것입니다. 즉 산속에서 맹수를 단숨에 해치울 검술과 권법을 평생 연마한 무술인이 어린아이의 방아쇠 오작동으로 한순간에 죽을 수 있는 시대니까 말입니다.
그러자 무술이 목적을 달리하며 변하게 됩니다.
즉 신체단련의 기능을 극대화하고, 정신적인 컨트롤을 지향하게됩니다. 건강한 신체가 없으면 그 어떠한 싸움도 지속적으로 이길 수 없으며, 정신적인 컨트롤이 없는 무력은 적보다도 더 큰 위험에 처해 질 수 있기때문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무도로서의 무(武)의 시작입니다.
무(武)에 대한 용어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그 쓰임을 달리하여 왔는데, 이는 아마도 문화적인 차이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중국은 武에 대한 개념을 기술적인 것으로 여겨 그것을 전승하는 대상과 신분이 명확하게 구분이 되었었습니다. 오늘날 중국의 공원 등에서 보여지는 일반인들의 타이취(태극권)은 근대화 이후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특정대상의 전유물로 여겨 "무술"이라 표현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무술이라는 용어가 아닌 "무예(武藝)"로 표현하여 심신수양을 위한 체계적인 수련방법으로써, 기술적인 측면만이 아닌 예술적인 승화에 목적과 의의를 두었다고 여겨집니다.
왜 무의 뒤에다 재주 '예(藝)'를 붙였을까 하는 의문에 개인적인 견해지만 무를 익히는 일은 상당히 감각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좀더 비약적으로 말한다면 무예는 문학의 시어처럼 간결함과 절제미가 함축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이러한 동작 속에는 그 내용과 의미가 담겨져 있어야합니다. 흔히 무술을 영어로 말할 때 "마샬아트(Martial Art)"라 하는데 전쟁과 무를 이야기하는 Martial과 예술을 일컫는 Art가 합쳐져서 구성된 단어입니다. 이때의 Art는 기술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즉 Artistic 해야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 과거의 기록을 보아도 조선중기에 발간된 "무예제보"와 "무예신보"등이 있었으며, 정조에 와서는 무에 대한 전반적인 교본으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편찬하기에 이르릅니다.
일본에 있어서는 16세기말부터 도(道)를 붙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차를 마시는 일(茶道), 글을 쓰는 일(書道), 심지어는 꽃꽂이 조차 도를 쓰기에 이르렀습니다.(花道) 그러니 칼을 쓰고 활을 쏘고 적을 제압하는 기술 등도 '道'라는 이름을 쓰게 되어 '道'아닌 것이 없는 시대를 구가하게 되었던 것이죠.(유도,공수도,거합도,검도,당수도 등) 특히 무도(武道)에 있어서는 일본을 서양에 소개한 근대학자 니토베 이나조가 1899년 발간한 "부시도(武士道)"에 의해 완전히 정착된 용어입니다.
이러한 '무'의 유형에 대해서 도를 붙여쓰는 것이 적합한가 하는 문제는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의 '도'는 길, 방향 즉 지향점이란 의미에서 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에 이르러 '무'의 개념은 심신수양의 표본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글과 좋은 음악은 마음을 수양하기에 더없이 좋습니다만, 강건한 육체를 기르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서양속담에 A sound mind in a sound body!(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육체와 정신이 하나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인생의 길이요, 즉 道입니다.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없는 항해는 부평초처럼 표류하다 끝나는 여행이며, 피안의 세계를 향하고자 하나 튼튼한 뗏목이 없으면 허망한 꿈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리의 몸은 대단히 정교한 메카니즘을 가지고 자연의 원리에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자르면 채우고, 남으면 순환하고, 움직임과 고요함을 때에따라 이루어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 자연스런 순환을 잘 따르고 조화롭게 유지하면 질병과 고통이 없는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됩니다.
마음 또한 대단히 정밀하여, 몸의 상태가 마음에 영향을 주고 마음의 상태가 몸을 이끌기도 합니다.
몸과 마음은 둘이면서도 하나요, 하나이면서도 둘인 관계입니다.
이제 무의 근본적인 의미는 남을 이기기 위한 기술에서 나를 이기는 극기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몸의 자연스런 이치가 마음의 자연스런 이치로 연결될 때, 온전한 삶으로서의 인간이 완성되어지는 것. 그것이 무도의 근본인 것입니다.
오늘날 사회 조직 속에서 구성원으로서 충실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의 삶에 대해 인식하고 행복하게 살기위함이 우리가 무도를 수련하는 이유입니다.
첫댓글 요즘은 TV 오락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줄임말도 '무도'라고 한다는데요... 이거 원~~~
사범님~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