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十年來尋劍客 삼십 년 세월 동안 검객 찾느라
幾回落葉又抽枝 그 몇 번 낙엽 지고 새 잎 났던가.
自從一見桃花後 단 한 번 복사꽃 보고 나서는
直至如今更不疑 이날에 이르도록 의심 없다네.
최고의 고수를 만나 상승의 검법을 익히려고 삼십 년의 세월을 방황했었다. 낙엽 지는 가을 산과 꽃망울 부푸는 봄 뫼를 헤매기 그 얼마였던가. 그러나 정작 그가 그 방랑의 길에서 전신으로 만난 것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검객이 아니라, 어느 산 모롱이에 무심히 피어나던 복사꽃 한 떨기였다. 그 한 번의 만남으로 그는 지금까지 지고 다니던 의심의 자락에서 완전히 놓여날 수 있었다. 검객은 어디 있는가. 마음이 흘러가는 곳, 마음의 문이 열려 사물과 내가 하나 되는 자리에 있다. 함초롬 이슬 머금은 꽃잎 위에 칼끝 같은 깨달음이 있다.
-정민 지음 <한시미학산책> 중에서 발췌했습니다. 위에 발췌한 오도송을 쓴 지근선사는 복사꽃에서 어떤 구도의 깨달음을 얻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고수를 만나 상승의 검법을 익힌다 한 들 자연의 유구함에 못 미치며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중이지만 시절을 쫓아 꽃을 피워낸 한 생명에 대한 외경심보다 더한 것은 없다는 깨달음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마음의 문이 열려 사물과 내가 하나 되는 자리에 검객이 있다.’는 정민의 해석도 탁월하군요. 하루하루 묵묵히 수련하다 보면 언젠가는 칼끝 같은 깨달음이 오리라 감히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