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8년 전국지방동시선거 사전투표 진행 과정에서의 현행법 위반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규정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재판 결과에 여론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게다가 중앙선관위가 관련 사안에 대해 법원에 제출한 내용과 현행 공직선거법·공직선거관리규칙 규정 내용이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나 관심은 더해지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사법부를 대상으로 허위로 답변했거나 스스로 법령 위반 사실을 시인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중앙선관위 지난해 지방선거 사전투표용지 발급 방식은 위법”
10일 복수의 선거전문가에 따르면 현행 공직선거관리규칙 제71조 2항은 하나의 구·시·군위원회가 선거일이 같은 두 개 이상의 선거를 관리할 경우 선거 또는 선거구 별로 일련번호(No.)를 구분해 사전투표용지를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이를 무시하고 사전투표 시 관할 구·시·군 선관위 내 별개의 선거구들을 통합해 일련번호를 발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사전투표제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가 전국 어디서나 미리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송파구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송파 갑·을·병은 출마 후보자와 선거인이 서로 다른 만큼 선거구를 구분해 각각의 일련번호를 부여해야 한다. 송파구 갑·을·병의 사전투표자 수를 각각 3000명으로 가정할 경우 송파 갑 선거구의 일련번호는 1번~3000번, 송파 을은 3001번~6000번, 송파 병은 6001번~9000번 등을 부여하는 식이다. 규칙대로라면 송파 갑 선거구의 사전투표자가 송파구 전체 사전투표자 중 가장 마지막에 투표한다 해도 3000번 이하의 마지막 일련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중앙선관위는 지난 7월 민원인 K씨의 질의회신에서 “하나의 구·시·군위원회가 선거일이 같은 둘 이상의 선거를 관리하는 경우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라 투표용지의 일련번호는 선거별 또는 선거구별로 작성한다”고 답변했다.(사진 왼쪽) 반면 8월 법원제출 답변서엔 “일련번호는 사전투표 주소지를 관할하는 시·군·구 위원회 별로 부여하고 있다”며 다른 답변을 내놨다.(오른쪽) [사진=제보자]
중앙선관위는 이를 어기고 지난해 3개의 선거구를 하나로 묶어 구(區) 선관위 단위로 일련번호를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마지막 투표자는 선거구에 관계없이 가장 마지막 일련번호를 부여받게 된 것이다. 중앙선관위의 이 같은 선거업무 처리는 공직선거관리규칙 제71조 2항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 제20조 3항(지역구국회의원, 지역구지방의회의원은 의원의 선거구를 단위로 해 선거한다)의 조항과도 배치된다.
익명을 요구한 선거전문기관 인사는 “선거구 별로 일련번호를 발급하지 않고 구(區) 선관위 단위로 일련번호를 발급한다면 결번이 발생한다 해도 어떤 선거구에서 발생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사전투표용지의 일련번호가 난수(특정한 순서나 규칙을 갖지 않는 수) 형태로 돼 있어 결번으로 인한 다음 일련번호 또한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전투표용지의 난수번호 전체가 통합선거인 명부에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 즉 난수번호 원본이 전산에 저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전투표용지의 위조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2014년 동시 지방선거 이래로 사전투표용지 7자리 일련번호가 선거구가 아닌 구·시·군 선관위 단위로 발급되면서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7장의 사전투표용지 일련번호가 똑같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앙선관위가 구·시·군선관위 내에 엄연히 둘 이상의 선거구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현행법령을 위반해 구·시·군선관위 단위로 사전투표용지를 발급해 온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QR코드 사용으로 사전투표용지 위조의혹과 개인정보 유출의혹 등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사전투표용지 QR코드의 33자리~34자리(선거명 12자리+선거구명 7자리 또는 8자리+관할 시·군·구 위원회명 4자리+일련번호 7자리+투표용지 길이 3자리) 중 7자리의 일련번호는 0000001, 0000002, 0000003 등 순차적인 숫자가 부여돼야 한다.
그러나 사전투표용지 QR코드 판독 결과 0000001과 같은 일련번호가 아니라 558658E, 5586ACC, 558BA76 등과 같은 ‘숫자와 알파벳 혼합’ 형태인 것으로 나타나 “개인정보 유출을 위해 암호로 표기한 것”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이 발행한 선거용어사전엔 일련번호를 일률적으로 연속돼 있는 번호로 정의하고 있다.
“법원 답변서에 선거법 위반 시인……내년총선 149곳 선거구 부정선거 시비 가능성”
중앙선관위가 해당 사안의 위법 여부에 대해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를 두고도 잡음이 일고 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민간인인 K씨를 사전투표용지 관련 허위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고발했고 재판을 진행 중이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중앙선관위는 지난 8월 서울고등법원 제6형사부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일련번호는 사전투표 주소지를 관할하는 시·군·구 위원회 별로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 별·선거구 별로 일련번호 발급을 규정한 공직선거법·공직선거관리규칙과 배치되는 답변이다.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용지 QR코드 일련번호의 생성과정을 확인해 달라’는 법원의 사실조회 요청에 대해서도 사전투표용지 발급 프로그램 소스, 지난해 6월 전국지방선거 사전투표용지의 발급 디지털 기록파일 등의 제출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선관위의 법원 답변 내용은 현재 재판을 진행 중인 또 다른 K씨의 민원 답변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과 8월 K씨는 인터넷 민원을 통해 해당 사안을 문제 삼았으나 중앙선관위는 “하나의 구·시·군위원회가 선거일이 같은 둘 이상의 선거를 관리하는 경우,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라 투표용지의 일련번호는 선거별 또는 선거구별로 작성한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한 선거 전문가는 “중앙선관위가 선거 법규 위반이라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입장을 번복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며 “원칙이 무너진 한국 선거관리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단편적인 사례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전투표용지의 7자리 일련번호는 부정선거 방지를 위해 투표용지를 엄격하게 관리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고 강조했다.
이 전문가는 “내년 총선에서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하나의 구(區)에서 둘 이상의 선거구로 나누어져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이 같은 행위가 방치될 경우 사전투표용지의 진위 여부 논란으로 비화돼 부정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20대 총선 기준으로 현재 하나의 선거위원회에서 2개 이상의 선거구로 나눠진 곳은 서울 성동(갑, 을)·광진(갑, 을)·노원(갑, 을, 병)·강남(갑, 을) 등 36곳을 포함해 모두 149곳으로 전국 253개 선거구의 60%에 달한다.
한편 중앙선관위 공보실 관계자는 “일련번호는 구·시·군 위원회 단위로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다”며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 내용은 이같은 원칙적인 부분을 답변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2이상의 선거를 관리하는 경우 선거별선거구별 단위로 작성토록 돼 있지만 선거별과 선거구별은 ‘OR’ 개념이다”며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등 여러 선거의 동시에 실시될 경우 동일인이 투표용지에 있어서는 다른 일련번호를 받을 수 없다”고 밝히는 등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서울의 한 지역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의 경우 선거구별 구분 없이 하나의 구 선관위별로 일련번호가 부여돼 발급된다”며 “동시선거의 일반투표용지의 경우 동일인이 꼭 같은 일련번호를 부여받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중앙선관위 공보실 입장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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