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에 담긴 풍수지리적 의미
『파묘』 주요 출연진은 풍수사 김상덕(최민식), 무속인 화림(김고은), 법사 윤봉길(이도현), 장의사 고영근(유해진)이 한 팀이 되어 활약한다.
『파묘』의 큰 줄거리는 할아버지 묘를 쓴 이후 장자에게 최첨단 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이 대물림되자 미국에 사는 손자가 무속인에게 그 연유를 물으면서 시작된다.
그러자 무속인은 신기(神氣)가 발동해 그 집안의 원인 모를 병은 묫바람 때문이라 단정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풍수사, 장의사 등과 힘을 합치기로 한다. 그리하여 강원도 고성 높은 산에 있는 조부의 묘를 감정하는데, 묘지 주변에 여우 떼가 있는 것을 보고 불길한 예감을 갖는다.
그리고 풍수사는 묘터에서 냉기가 감도는 섬뜩한 기운을 느껴 “이곳은 절대 사람이 누워 있을 곳이 아닌 악지”라고 평하게 된다.
그러자 의뢰인은 조부 묘가 그렇게 좋지 못한 곳이라면 화장을 해서 없애버릴 것을 요구한다. 묫바람 때문에 원인 모를 병이 대물림되는 것이라면 그 근원의 싹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다.
풍수사는 화장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자칫하면 묘를 건드린 사람까지 잘못될 수 있다며 거부하지만, 거액의 사례금 유혹에 결국 파묘를 하게 된다.
하지만 풍수사 예감대로 묘를 잘못 건드린 동티가 난 것인지 관련된 사람이 여럿 죽게 되면서 알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이때쯤 묘 자리 주인이 일제 강점기 때 고관대작을 지낸 친일파였음을 알게 되고 그 터를 잡아준 사람은 기순애라는 스님인데, 그의 진짜 정체는 일본인 음양사(풍수사) ‘무라야마 준지’라는 것도 알게 된다.
여기서 잠깐 영화 속 100년 전으로 돌아가 본다.
일본의 풍수사 ‘무라야마 준지’는 호랑이 형상을 닮은 한반도의 기운을 꺾고자 호랑이 척추에 해당하는 곳에 쇠말뚝을 박는 주술적 행위를 하게 된다. 다만 주술의 주체가 쇠말뚝이 아닌 400년 전 죽은 사무라이 장수의 시신을 이용하기로 한다. 그는 전쟁의 신으로 불리는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였다.
‘무라야마‘는 일본에서 옮겨온 9척 거구의 사무라이 장수 유골을 한반도의 척추 지점에 수직으로 묻는데, 흉포한 정령이 그 땅을 지키게 함으로써 한반도의 척추가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불구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초강력 저주이자 주술인 것이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 때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 1891-1968)’이란 풍수사가 실제 있었다. 그는 조선총독부 지시를 받고 조선의 방방곡곡을 다니며 한반도 지형을 낱낱이 조사했던 실존 인물이다. 그리하여 1931년 『조선의 풍수』 책을 펴낼 정도로 한반도 곳곳의 지형을 꿰뚫고 있던 풍수사였다.
감독은 비슷한 이름의 풍수사를 통해 쇠말뚝의 저주가 개인의 소행이 아닌 일제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음모였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 일제의 풍수사 ‘무라야마 준지’는 사무라이 장수의 정령으로 한반도 국토에 저주를 박은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사무라이 장수 묘 위에 일제 강점기 때 고관대작을 지낸 친일파의 묘를 명당이라 부추겨 쓰게 한다. 당시 음택의 명당을 선호했던 조선 세도가들 심리를 역이용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를 첩장(疊葬)이라 하는데, 시신 위에 또 다른 시신을 포개어 장사지낸 것을 말한다.
고관대작 묘가 있으면 쇠말뚝 역할을 하는 사무라이 관을 파내지 못할 것이며, 한반도에 내린 저주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치밀한 계산에 의한 것이다.
결국 친일파 묘는 한반도의 기운이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이중으로 틀어막는 도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친일파 묘는 사람 만명을 죽였다는 흉악한 정령과 같은 땅속에 있으면서 극도로 불편한 흉지가 된 것이다.
그 뒤부터 후손들이 연속해서 죽거나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리게 된다. 이를 풍수에서는 동기감응이라 하는데, 조상의 묘가 불편하면 후손도 불편하고 조상의 묘가 편안하면 후손도 편안하다는 음택풍수의 핵심인 것이다.
감독은 묫바람을 통한 풍수의 동기감응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친일파의 묘를 화장했지만 계속되는 미스터리 한 일에 풍수사는 친일파의 파묘한 터 아래서 정체불명의 관을 발견하면서 차츰 이 땅에 묻힌 진실을 알게 된다.
일본의 음양사 ‘무라야마 준지’는 철저한 계산에 의해 명당이라 속여 친일파의 묘를 쓰게 했고 그 진실은 한반도의 기운을 누르려는 불순한 저의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풍수사 김상덕은 비록 땅을 파서 먹고 사는 속인이지만, 우리의 땅은 후손들에게 온전하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 땅의 저주를 풀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위험을 무릅쓰고 사무라이 장수의 관을 파낸 뒤 어벤저스급 팀웍을 발휘해 흉악한 정령의 기운을 완전히 소멸시키면서 일제의 저주와 주술에 다친 땅을 치유하게 된다.
감독은 영화 속 대사를 통해 풍수지리와 물리학을 연관시켜 풍수가 미신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고, 풍수에 기독교와 무속을 매칭시켜 종교를 초월한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묫바람을 통한 풍수의 동기감응을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땅의 힘을 말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우리의 산하를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풍수라는 화두를 통해 말하고자 했다.
https://youtu.be/yh50L7Zqc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