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제 가을이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동네 한 바퀴를 한다.
일부러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먹을 것 다 먹고, 놀 것 다 놀면서
동네 한 바퀴만으로 8키로를 줄였으니
내게는 참 유용한 놀이이다.
운동이라든가, 땀빼기 혹은 다이어트라고 생각하면 고될 것이지만,
내게는 <느리게 걷기>라는 놀이이고,
그런 놀이 중에 온갖 꽃과 나무들 참견하게 되니 또 즐겁다.
오늘은 집을 나와 상공회의소 쪽으로 길을 잡았다.
서쪽으로 가서 북쪽으로 꺾어져 다시 남쪽으로 와서
동쪽으로 꺾어지는 긴 코스이다.
평지는 몇 시간을 걸어도 견딜 만하니 일부러 멀리 잡았다.
자 출발이다.
상공회의소를 지나 <복사골공원>으로
벤치에 앉은 노인이 아니라도 쓸쓸하다.
완연한 가을 분위기.
나뭇잎은 물들었고 낙엽이 뒹군다.
단풍나무는 아니지만 유난히 붉게 물든 나무.
65층 리첸시아가 멀리 보인다.
공원을 나와 한적한 길을 걷는데 보이는 것은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들이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난 길은 완전히 낙엽에 덮였다.
저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부곡중학교를 횡단한다.
상가 앞에 꾸며 놓은 화단.
워낙 참견을 잘 하니 저기서 꽃구경 좀 하고 간다.
가게 앞 화단 꾸며 놓은 것에서 주인장의 마음을 읽는다.
롯데백화점 쪽으로 자전거 도로를 따라 걷는다.
지나가는 자전거 한 대 없다.
또 공원이다.
지자제가 실시 된 이후 장년층을 위한 쉼터는 곳곳에 있다.
구민회관이나, 문화원에도 장년층을 위한 온갖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마을 공터를 이렇게 공원화한 것도 다 장년층 노년층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청소년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학생들이 학교 밖에 나와 쉴 곳은 없다.
단체장이나 의원들은, 즉 정치인들은
초중고생과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왜?
그들은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 선거에 또 당선되려면 중장노년층을 위한 시설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지자제가 낳은 후유증이다.
비온 뒤라 그럴까. 유독 낙엽이 눈에 많이 뜨인다.
비가 내린 탓만은 아닐 것이다.
구월이 지나고 윤구월 초하루이다.
그래, 이제가 아니라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이 왔으니 낙엽은 떨어지는 것.
시간은 참 정직하다.
그리고 자연은 그 시간에 참으로 아름답게 순종한다.
우리네 삶이 그러하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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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런 꽃들을 참견했다.
감나무에 감이 바알갛게 익었다.
<감국>은 이제 시들었다.
이게 분명 <과꽃>인데~~~
이 녀석은 뭘까. 처음 보는 녀석이다.
꽃잎과 줄기 그리고 잎을 한참 살핀다.
이 녀석도 초면이다.
얼레리~~ 이 녀석도 낯설다.
손전화 사진기에 담았다가 오는 길에 꽃집에 들어가 물어봤다.
꽃은 사지 않고 종종 지나가다 물어봐도 주인 아낙은 참 친절하게도 알려준다.
마침 그 꽃집에도 있었다.
<다 과꽃이에요. 이종교배로 나온 건데 나도 오늘 처음 봤어요.>
과꽃과 국화를 교배하여 만든 꽃들.
누구 성을 따라야 할까.
그래도 뭔가 이름이 있을 테지만,
원예종은 워낙 복잡하여 그냥 <과꽃>으로 부르기로 한다.
이래, 이렇게 생겨야지.
색깔이 죽어서 그렇지 흔하디 흔한 <국화>이다.
<까마중> 이 녀석이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다.
이 녀석은 <꽃기린선인장>이란 원예종이다.
정말 철없는 <패랭이>.
흔히 <꽃잔디>라 불리는 녀석이다.
<꿩의비름>이 아직 덜 자랐다.
오우, 예~~~!
일명 '벌레잡이통풀' <네펜데스알라타>이다.
꽃이름 물어보러 들어간 꽃집에 있었다.
그런데 안팔려서 그런지 많이 시들었다.
<덴마크 무궁화>이다.
<란타냐>는 여러 번 소개했다.
<마타피아>란 녀석이다.
<만수국> 일명 '메리골드'도 많이들 알 것이고,
<맥문동>은 씨가 떨어지고 있다.
토종 <맨드라미>이다.
<개미취>와 함께 심어져 있었다.
<모과> 이제 곧 수확을 해야할 텐데~~~
아파트 공터에 이런 무우밭도 있다.
<미국자리공> 별로 반갑지 않은 녀석이다.
<베고니아>
<베고니아 핑크>
<베고니아 화이트>
<부겐베리아>
집주인의 안목이 보인다.
<분꽃>
해가 지려고 그러니 몇 개는 꽃잎을 벌렸다.
발악을 하듯 꽃을 물고 있는 <비비추>
다른 녀석들은 다 지고 없는데 화단에 이 녀석만 남았다.
<산수유>
<설악초>
잘못키웠다. 전혀 <설악초> 같지가 않다.
더 희고 탐스러워야 하는데~~~
아파트 공터, 꾸미지 않은 곳에 <숙근코스모스>가 살아남았다.
어느 찻집 화분에 있는 <숙근해바라기>
본모습이 아니다. 더 풍성해야 하는데. 화분에 물 좀 주지~~~
하긴 이제 이 녀석도 수명을 다할 때가 됐다.
<시클라민>
요즘 많이 보이는 원예종 꽃이다.
언제 봐도 깔끔한 <일일초>
꽃모양이 <일일초>와 비슷한 <임파첸스> 흰색과 붉은색.
잎을 보면 완연히 구분된다.
이 녀석을 왜 사진기에 담았을까.
아하^^ 낮에 텔레비젼 화면으로 본 골프코스가 기억나서이다.
<잔디>를 다듬지 않으면 이렇게 갈대밭처럼 된다.
<제라늄>도 이제 끝물이다.
<주목나무> 열매. 바알간 것이 참 이쁘다.
<천수국>
<체리세이지>란 녀석인데 <핫립세이지>와 사촌간쯤 된다.
<쿠페아>란 녀석이다.
키가 작아 땅에 바짝 깔린다.
오늘도 <토레니아>를 만났다.
화분에 심지 않고 이렇게 화단에 심으면 영 안좋다.
<풀협죽도>
이 녀석이 아직 버티고 있다.
<풍접초>
이 녀석도 벌써 씨방을 내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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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들을 보면 낙엽이 아니라도 깊은 가을을 느끼게 된다.
온실 속에 클 원예종을 제외하면 이 녀석들도 이제 곧 다 사라진다.
자연은 그렇게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다.
그리고 시간에 세월에 순종한다.
낙엽을 밟고 걸으면서 온갖 꽃과 나무 그리고 열매들까지 간섭하면서
도심 함복판에서 나 혼자 가을을 만끽한다.
2014년 가을도 이렇게 깊어 간다.
2014년 10월 24일. 오늘 동네 한 바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