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가 더 올라 불안한 사무실을 완나렛(라오재생가능에너지지원센터 기술자)에게 맡기고 위양짠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22일 월요일 라오스로 들어오는 김아연 인턴 활동가가를 맞기 위해서입니다.
요즘 싸이냐부리에서 위양짠 가는 방법은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주로 이용하는 길로 싸이냐부리에서 빡라이까지 남쪽으로 내려가 매컹 강변을 따라 동쪽으로 해서 가는 길입니다.
버스로는 사실상 12시간, 승합차로는 10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두번째는 싸이냐부리에서 북쪽으로 올라가 루앙파방에서 비행기를 타고 위양짠으로 가는 겁니다.
루앙파방까지 2시간 반정도 버스로 이동해서 공항으로가 1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면 됩니다.
그러면 넉넉잡고 총 5시간이면 위양짠에 닿을 수 있습니다.
첫번째 방법보다 시간도 체력도 아낄 수 있지만 돈은 7배 이상 듭니다.
오늘은 과감하게 두번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런 우기에 더우기 싸이냐부리에 홍수가 났는데 매컹을 따라가는 10시간의 대장정에 무슨 사고가 얼마나 잦을지 뻔히 보이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정작 사고는 첫번째 방법, 이 짧은 2시간 루앙파방으로 가는 길에서 벌어졌습니다.
막 루앙파방으로 들어가는 도로에 들어섰다 싶은 순간, 버스가 멈추고 기사와 조수들이 내렸습니다.
승객들도 우르르.. 어제 사무실 침수로 못잔 잠을 자다가 소란에 깬 저는 어리둥절.
루앙파방으로 들어가는 길이 침수됐습니다!
매컹으로 합류하는 지류를 따라 놓인 도로와 마을들이 군데군데 침수되어 육상으로는 루앙파방으로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버스가 멈춰선 곳은 밥먹을 곳도 없고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면서 하룻밤을 묵을 숙소들도 없어, 어떻게든 루앙파방으로 들어가야겠다 큰 마음을 먹고 노숙을 작정한 버스에서 짐을 챙겨 내렸습니다.
강물에 쓸려내려온 진흙으로 20cm 정도 두께로 뒤덮이 길을 바퀴 가방을 끌고 전진!
두 번은 조각배를 타고 강, 아니 침수된 길을 건너고 한 번은 최고 엉덩이까지 닿는 깊이의 흙탕물을 걸어 차량들이 지나지 못하는 도로를 따라 루앙파방으로 루앙파방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2시간 여의 어드밴쳐는 마지막 침수된 도로를 건너고도 500m(느낌으로 1km가 넘는 듯)는 더 걸어서 만난 뚝뚝이 덕분에 안전하게 루앙파방 도심으로 들어오면서 끝났습니다.
허겁지겁 아침도 굶은 배를 채우고 눈에 보이는 숙소를 잡아 들어와 자기 시작해 무려 5시간 숙면!
일어나니 벌써 어두컴컴한 밤입니다.
그런데 여기 루앙파방 도심도 썩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매컹도 강변 도로에 거의 닿을 듯이 수위가 올랐고 남칸(매컹의 지류)은 이미 닿았답니다.
특히 저 같은 여행자들이 문제. 육로가 막히자 루앙파방을 탈출(?!)하는 방법은 비행기 밖에 없는데,
비수기에 비행기 좌석이 동나는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인데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기 사람들 말로는 앞으로 3일은 더 비가 올 거라고.
육로가 저렇게 끊겨 있으면 섬처럼 되어버린 루앙파방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아, 그렇지만 이건 외국인들의 이야기. 여기 사람들은 아주 큰 걱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싸이냐부리에서처럼 전기나 물이 끊긴다면 좀 불편할까?
여기 주민들은 먹을 것은 거의 자급자족하고 생필품이야 며칠만에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다행히 점심부터는 비가 가늘어졌고 지금은 도심의 노면은 완전히 말랐습니다.
그래도 집이 완전히 침수된 마을 사람들은 많이 걱정이 됩니다.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