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하나님께 물었답니다. ‘하나님! 1백만년이라는 세월이 하나님께는
어떤 것으로 느껴지십니까?’ ‘1초쯤으로
느껴지지.’ 하나님께서 대답하셨다네요. ‘1백만달러는요?’. . . . ‘1센트 정도?’ ‘그렇다면 제게 1센트만 주실
수 없을까요?’. . . . ‘그래. 1초만 기다려.’
언제 부터인가 제게는 소망이라 할지 계획이라 할지 그런 것이 하나 생겼습니다. 아마도 어느 선배의 뼈 있는 농담을 전해 듣고서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 선배는 자기와 가장 친한 친구에게
진지한 부탁을 해 두었다고 합니다. 만약
자기 신변에 이상이 생기거나 갑자기 세상을 뜨게 되면 그 막역한 친구에게 당장에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많이 사가지고 가서 자기 아파트 안의 물건들을 죄다 버려 달라고요. 평상 시에 정리되지 않은 집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지요. 저 역시나 집은 거의 ‘통기레쓰’(쓰레기통을 뒤집어 놓은)
형태로 두고 돌아다니는 편이라 그 말이 퍽이나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몇 년 전, 어느 권사님이 요즘
자기 집안이 너무 지저분하다며 그건 갱신 운동 때문이라고 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다 웃었지만 서로가 크게 공감을 했습니다. 딱히 하는 일도 없었건만 당시에는 많은
분들이 마음이 어지러우니 집안 정리 마저도 잘 안되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결혼 생활을 떠돌이로 시작하는 바람에 애초부터 집안 살림살이가 매우 부실했습니다. 거기에 시할머님께서 6.25피난
전부터 쓰시던 삼층장과 오래 된 궤에 백자항아리들까지 지니고 살았고 시어머님께서 갑자기 돌아 가시자 살림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당시 유행하던 동남아시아
그릇장에 거기 담긴 그릇까지도 싣고 오게 되었고 다음에는 친정 엄마와 같이 살게 되니 엄마의 자개장에 아버지의 책장까지 다 끌고 살게 된 것입니다. 가히 민속촌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지요. 사실 그 나름대로 말끔히 정리를 하면
되겠으나 또 제가 인간성이 그리 나쁘지 않다 보니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일이 다반사였기에 핑게만 늘어놓은 것이죠. 그러면서 제게 생긴 입버릇은 이케아(Ikea)가
한국에 들어오면 이런 저런 거 싹 다 버리고 내가 세상 뜨면 며늘아이가 유물이라고, 고가라고 애매하게
물려 받을 것도 없이 그냥 쓰레기로 처리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요.
그런데
그런 정리의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오게 되었습니다.
이케아도 성큼 한국에 입성을 하고 상당 기간 떠돌던 낡은 집에서 벗어나 단촐한 새공간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 시작으로 작은 컨테이너 만큼의 물건들을
죄다 버리고 옷은 붙박이장 하나에, 그릇은 싱크대 안에, 책장은
하나로, 그렇게 정리를 해 나갔습니다. 시할머니의 삼층장과 시어머니의 값나가는 그릇들은 제 생전에 며느리의 동의를
거쳐서 때마침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는 아들네로 보냈고요. 수십년간 필기해 온 설교 노트도 다 버리고 언젠가 읽어야지 하던 신앙서적도
다 버리고 혹 살이 찌면 입을까, 살이 빠지면 입을까 하던 옷들도 죄다 버렸습니다. 정리를 하다가 어느 날 밤에는 너무 힘이
들어서 과연 내일 아침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아이고 죽어도 이사를 가서 정리를
해 놓고 죽어야 하는데’ 그랬지요. 그런데 사람이 또 이상한 겁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려니 좁은 공간이기에 정리에 필요한 자잘한 물건들이
엄청나게 필요한 것입니다. 이사를
하고 또 몇 달을 각양 플라스틱 정리함, 철재 선반들, 바구니, 옷걸이등 셀 수도 없는 물건들을 사야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집이 좁아져서 빈 공간 없이 그런 비품들을 이용해서 차곡차곡
정리를 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이사 소감을 물으면 내 뇌를 락스물에 한번 흔들어 세척을 한
것 같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공간의
정리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꽤나 컸던 것이지요.
왜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느냐 하면 모두가 저와 같은
공간의 현격한 변화를 갖지 않더라도 우리가 살면서 한번 정도는 자신의 내부 공간 또한 진지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지 않나 해서입니다. 그 때가 어쩌면 모든 것이 뒤집힌 것
같은 갱신 운동안에 들어있는 이 때가 아닐런지요.
케케묵은 신앙적 편견도 남아있을 수 있고, 시간 안배에 대한 적절치 못한 버릇도
있을 수 있고요. 애매한 물건들을
과감히 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을 작은 공간안에 조목조목 정리해 놓으니 생활에도 한결 생기가 돌고 집중력도 살아나고 제 영까지 맑아지는 것 같습니다. 남편이 갑자기 특정 물건을 찾을 때면
이전처럼 머리 속이 하얗게 되지는 않지만 그나마 형광등이 껌뻑껌뻑하는 정도로는 해결을 합니다. 슬픈 현실이지만 앞으로도 새집에 비치된 LED등처럼 반짝하며 단숨에 찾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진짜로 이케아에서 거실에 두는 커다란 설합이 달린 간이침대와 현관의 신발장을 사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조립은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고요. 아들을 믿고 벌린 일이었지만 늘 바쁜 아들에게 부탁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손재주가 전혀 없는 남편과 씨름을 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남편이 충실하게 조립에 참여를 해 주는 것입니다. 끼니마저도 적당히 때워가면서 온종일 설명서대로 볼트와 너트를 조여갔지만
대체 이 과정을 거치면 어떤 모양새를 갖추어 가게 될지 쉽게 알 수는 없었습니다. 번호대로 주욱 늘어놓았던 그 셀 수도 없는 부품들이 하나하나 줄어들고 널판지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어깨가 빠질 거 같고 손가락이 뒤틀리는 것 같아도 완성의 그 순간을 기대하면서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물론 완성품이야 이미 보고 왔지만 내
손으로 만들어내는 그것이 과연 어떻게 세워질 지 잘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크고 작은 널판지가 이어지면서 점차 커다란 제 모습을 드러내고 마지막
조립을 마치는 순간. 그 성취감 내지 충만감은 고가의 명품 침대와는 비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일은 다 이루시기까지 우리들의 생각과 육안으로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하게 하시고 천천히 촘촘히 하나씩 이루어 가십니다. 모든 것이 끝났을 때야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나는 것이지요. 릭 워렌 목사님의
아내인 캐런 워렌은 자신의 책 ‘위험한 순종’에서 하나님께
순종하는 일은 근본적으로 위험이 있는 것이며 그 위험 속에 기쁨이 있다고 하며 그 열매는 마치 폴라로이드 사진과 같다고 표현했답니다. 폴라로이드 사진은 찍은 후에 공기와 접촉할
때에야 그것도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라고요.
하나님께서는 일을 이루시기까지 그 이유도 중간 과정도 그 결과도 자세히 알려 주시지 않으십니다. 마지막까지 인내하며 기다릴 뿐이지요. 또한 하나님의 일은 작은 일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볼트와 너트 하나라도 없으면 전체가 다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케아의 조립은 이해가 잘 안되게 이어져 갔습니다. 그냥 수직과 수평으로 박는 것이 아니라
측면에서 볼트를 박으면 이상한 곳에서 그걸 받아주는데 공학도였던 남편은 더욱 그 과정이 이상하다고 중간중간 툴툴거렸지만 그 모습이 드러나자 재미가
있었는지 이내 신발장에도 도전을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잘 이해를 하지 못해도 사소한 일 같아 보여도 자신에게 맡기어진 저마다의 일을 충실히 해 내지 않으면 어찌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 질 수 있겠습니까. 당장
버려도 별 쓸모가 없는 일들을 넘치게 부여잡고 있어 보아야 하나님 나라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제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작은 일이라도 꼭 필요한 적재적소에 들어가야 하나님의
나라는 이루어 질 것입니다.
우리의
갱신 운동이 이제 만 5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운동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쩌면 모든 얼개가 짜 맞추어 지면서
그 위용이 드러나게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들만이 감지 할 수 있는 그 어떤 은혜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손가락질 받는 실패의
모습으로 비쳐 질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커다란 깨우침을 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 어떤 것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우리 갱신 성도
한사람 한사람이 이전보다 하나님을 더 잘 알아가는 것 일수도 있고 자신의 자리에서 주어진 소명을 잘 감당하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보고 계시는
것은 아닐지요. 우리 눈에는 다
이룬 것처럼 보여도 하나님의 뜻은 그때 또 다른 시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연말의
어수선함 속에서 세웠던 새해의 계획을 구정을 앞두고 다시 한번 점검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해, 자신이 갱신 성도로
머물러 있는 이 때에 과연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손에 움켜쥐고 있는 것들이 있는지.
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볼트와 너트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런지요.
첫댓글 그동안 두서도 없이 장황한 글을 읽어 주신 성도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새해의 새달인 1월도 한고비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미세 먼지로 인해 마음까지도 흐리지만
새봄을 기다리며
우리들에게 더욱 좋은 일이 생길 것을 기대하며
또 조만간 뵙지요....
어떻게 5년이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돌아보면 경황없고 순식간에 시간여행을
한듯 멍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믿음의
실체를 보고 현실로 돌아와 바른 믿음을 붙잡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정말 큰일 날번 했습니다
'네 정체가 무엇이냐' 책을 읽고는 다시한번
속이 뒤집히고 내내 한숨을 쉬었지요
선으로 악을 이기게 하시는 주님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귀한 글 감사^^
권사님의 볼트와 넛트를 읽고 저도 약간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저의 방도 무척 어지럽거든요. 하지만 집에서 하는 일을 인내를 갖고 협력하지 못하는 것은 반성합니다. 지난 5년동안의 광야 길에서 므리바의 물도 주시고 하늘을 오르는 사다리도 보여 주신적도 있었지만 제가 느끼기엔 갈 바를 모르고 그저 밤낮을 왔던 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가나안으로 곧 갈 수 있었을 것 같았는데 하란을 돌아 가게 되어 이제 젓이 흐르는 땅이 보일 것도 같은 사막길을 가게 하시지만 하나님께서 어디에 또 우리를 위하여 보물을 숨겨 놓으셨다는 것을 기대하며 올 해도 길을 가고 있습니다. 손도 잡아 주고 물도 나눠 마시며 함께 갑니다.
온마음권사님, 좋은 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계속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남은 볼트 너트가 얼마인지라도 알면 언제쯤 조립이 완성되는 구나 알 수 있을텐데, 이케아 조립과 갱신 운동의 차이가 거기 있네요.
스케처집사님. 반가워요.
쫌 마니...
산 정상에 기를 쓰고 올라갔더니.
'오메 이 산이 아닌가벼?' 까지는 안되겠지만
하나 조립하면 마치는 줄 알았더니 다음 거 또 해야할 경우는 허다 할지도..
위의 두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쫌 더 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