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나이 50을 표현하는 옛말로 지천명(至天命)이 있는데 이는 공자가 한 말로서 ‘인생의 의미를 알게 되는 나이’라고 하였다. 돌이켜보면 예전에는 사람의 수명이 짧아 60세를 넘기기 어려웠고 그래서 60세가 되면 환갑잔치를 크게 하였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50의 나이이면 우선 얼굴모습부터 생각, 주변사람들의 대우에 이르기까지 장년의 차이는 완연했다.
그러나 지금은 90세 넘게 산다는 것이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사람의 수명이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 과학문명의 발전, 편리한 생활수단의 발전 등 많이 있지만 무엇보다 1928년, 런던 St, Mary's hospital의 의사이자 임상병리학자 플레밍이 발견한 페니실린을 들 수 있다(그는 1945년도에 노벨생리학상을 받음). 이처럼 사람의 수명이 크게 늘어나면서 과거 우리들이 느꼈던 장년의 모습이나 느낌이 지금은 10년 이상 늘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가령 지금 50대 중반인 나는 예전으로 볼 때 10년을 더한 60대 중반쯤 해야 맞을 것이다. 그러나 실재로는 몸이나 나이보다 ‘생각과 생활자세’는 훨씬 젊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장년의 모습을 보는 것과는 달리 지금 우리들의 생각이나 생활자세가 젊은이들과 별 차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시대가 발전하거나 변화하면서 지금 50대를 넘은 사람들에게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좌절감’이다. 오늘날 발전의 가장 큰 몫을 한 주인공은 50대를 넘은 사람들이 일구어 낸 사람들의 희생과 땀의 결과가 많다. 그러나 시대가 ‘젊음’을 지향하고 한편으로는 젊은 사람들의 활동 폭이 넓어지면서 사회구성원의 주축이 ‘젊음’으로 채워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문제는 몸이 성성하고 생각이 젊고 적극적인 사람들마저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되어 가는 것에 심한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최근 LG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에 보면 정식사원으로 들어 온 사원과 나이든 경력사원의 나이차와 회사기여도를 연구한 것을 보면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젊은 사람들이 활동과 아이디어에서는 앞설지 몰라도 위기의 대응, 각종기술과 사무 처리의 노하우, 대인관계에서 많은 차이가 나고 있어 결국 비슷한 결론에 도달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배척을 불러오는 가장 나쁜 현상이 선입견이다. 일단 사람의 생각, 능력, 살아온 과정의 모습, 자취 등 다양한 면에 대해서는 알아보지 않고 현재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해버리려 한다. 그야말로 옛 속담의 ‘상추밭에 똥 싼 놈’ 취급해버리는 현상이다. 또 사람들의 좋지 않은 점으로 ‘한 번의 인상’으로 결정하려는 자세인데 그것이 오늘날 가져 온 문제점으로 실제보다 겉치레가 심해지고 쇼가 많아지고 있는 점이다.
내실 있게 뭔가를 해서 이루고 인정을 받는 것보다 이벤트를 잘해서 인상을 깊게 하는 것에 치중하게 되는 일이다. 우수한 사원은 기업이 정상적인 이윤이 많게 해주고, 공공기관원이 일을 잘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어떻게 혜택을 줄 것인가에 있다. 그러나 ‘쇼’를 향하는 현상은 업무의 깊이를 줄이고 사람관계도 그만큼 ‘쉽게’ 되어버리고 만다.
최근 상산고에서 독어교사(남)로 있는 의동생관계의 지인과 식사자리를 한 적이 있다. 일부교사가 교체되었는데 서울의 S, K, Y대 등 명문출신의 교사들이고 시범강의에서 학생들의 관심을 불렀는데 한 달, 두 달 시간이 갈수록 기대를 거꾸로 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의 실력은 부족하고 호사스런 말이나 유머 등으로 자리를 메우려하는 태도는 명문 상산고에서는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의동생은 ‘그 사람들 중에는 1년 못 버틸 사람이 생길 것이다.’고 했다.
미국의 ‘아메리카 에어라인’은 사원을 선발하는데 최장 2년이 넘게 걸린다. 엄격한 서류심사를 거쳐 인턴사원을 선발하면 2년이 넘게 사원의 능력, 사무처리, 인성, 대인관계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심사하는데 가장 주목하는 것은 인성과 대인관계이다. 인턴에서 최종 선발되면 평생직장이 된다. 사원들에 대한 CEO나 사원에 이르기까지 가족 같은 경영과 단합으로 부러움을 산다. 한 가족으로서의 신뢰와 배려, 여기에서 직책은 경영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어느 수준이상의 사람들이 사회적 조화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뛰어난 머리나 아이디어가 아니고 인성과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의 열정, 성실함이다. 대학에서 특정 전문분야를 배운 사람보다 더 능력 있는 사람은 배우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연구하여 그 수준에 오른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집념과 열정’이 있어 ‘두려움’조차 느낀다고 한다. 인성은 배려와 협조를 불러오고 자발적 동참을 농하여 시너지 효과마저 불러오게 한다.
최근 롯데그룹에서 지방대 여대생을 특채로 뽑아 화제가 되었는데 주인공은 경남대를 졸업한 여대생 박은진인데 4년간 57개 전 과목 A+에 한 번도 결석하지 않은 성실성이다. 창원에서 어렵게 떡집을 하는 아버지를 도왔고 오빠는 자신을 위해 대학도 중퇴하고 함께 떡집을 한다고 했다. 7학기만에 졸업하였지만 한 번도 결석하지 않은 것은 거짓말 또는 묵인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도 그 성실성에 하나님마저 도와주었다. 몸이 아파 병원에 가야만 했던 상황에서 수강과목이 휴강되어 위기(?)를 넘긴 것이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또 한 가지, 효녀의 마음과 밝고 따뜻한 인성이었다.
오늘날 사회가 제도화, 질서화 되지 않은 사회에서 또 나쁜 방향으로 가게 하는 지름길로 깊이가 없는 CEO들의 생각과 자세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든 깊이 생각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너무 생각해서 일을 그르치기도 하지만 그러나 생각을 깊이 하는 자세는 실수나 시행착오를 현저히 줄여준다. 또한 매사에서 허와 실, 형식과 실질을 판단하고 합리에 도달하는 결론으로 가게 해준다. 그러나 CEO가 그런 자세가 되어있지 않을 때 소속원 들에게 불만을 주는 것은 물론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가게 함으로써 일을 그르치게 한다.
유능한 CEO는 능력 있는 사원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사원을 능력 있게 만드는 사람이다. 어떻게 만드느냐? 가장 먼저 인성으로 시작하라. ‘상사의 따스함과 배려와 가르침을 보더라고 난 이렇게 해선 안 되지, 열심히 해야지!’라는 마음을 먹게 만들어보자. 제2의 아메리카 에어라인을 만들어 보자.
일만 요구하지 말고 일을 잘하게 제도와 여건과 비용을 제공하라.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을 나이나 학벌, 출신 등을 이유로 선입견으로 보지 말고 ‘열정’을 보라 그 사람이 일을 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