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던 시각에 일본 아이찌현 나고야시에서는 <고교무상화> 1심 판결 재판이 있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것이 2013년 1월 24일이니 5년이 넘게 싸워온 재판의 첫번째 판결이 됩니다.
아이찌 조고 졸업생과 재학생이 원고가 되어 일본 정부에 조선학교의 고교무상화 제도를 적용하라는 요구가 이날도 무참히 묵살당한 날이었습니다.
재판은 오후 2시였지만 방청권 추첨을 위해 낮 12시가 조금 지난 시각부터 학생들과 각 지역에서 오신 동포들 그리고 도움을 주고 계시는 일본인들까지 약 500여명이 법원 앞으로 모였습니다. 몽당연필 사무국과 나고야에서 유학중인 권은희회원 부부, 병진군과 정현지회원, 장수경, 김형배, 김예인 회원까지 한국에서 응원을 와주신 분들도 함께 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이뤄지고 있는 평화의 분위기와 달리 이곳 아이찌 지방법원 앞 분위기는 긴장감과 간절함이 뒤섞여 착잡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날 아침 대부분의 동포들도 남북정상이 만나는 영상을 보며 감격스러워 하셨는데, 불과 몇시간 뒤의 재판 결과는 실낱같은 기대를 단 몇초만에 짓밟은 판결이었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 요소는 피고측(일본정부)이 주장한 총련과 북한에 의해 조선학교가 <부당한 지배>를 받고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학교운영의 적정성을 판가름하는데 위와 같은 '의심'이 든다는 이유로 고교무상화 적용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하는 처분은 위법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왔던 피고측의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판결이었습니다.
재판에 참여했던 변호인단 가운데 배명옥 변호사는 <조선학교가 일반학교와는 달리 민족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로서 재판관이 판결문에서 인용한 '사상적요소가 없는 민족교육'이라는 말에 재판부의 심한 편견을 느낀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치 조선학교에서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 않고, 북한의 입장에 속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일본학교가 일본의 입장에서 사회와 역사 교육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선학교 또한 일본학교와 교육내용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 마치 <부당한 지배>를 인정하는 것처럼 판결한 것입니다.
또 우치카와 변호단장은 판결문에 있는 <교육내용이 학생들에게 주는 영향력, 지배력이 크기때문에 학생들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듯한 개입(예를들면, 잘못된 지식과 일방적인 관념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내용의 교육을 실시하는 듯한)에 의한 폐해가 현저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이라는 문장을 예를 들며, 마치 재판부가 아이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은 맥락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민족교육과 조선학교의 교육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려는데 목적이 있다며 이번 판결문의 오류를 지적했습니다.
방청권 추첨을 위해 기다린 시간이 약 2시간이었는데,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5초도 안되는 시간에 판결주문을 읽은 재판관들은 도망치듯 퇴장해버렸습니다. 이젠 익숙해지기까지한 고교무상화 재판의 풍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재판결과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과 동포들은 <부당판결>이라는 알림막을 펼쳐든 동포 변호사들을 보고 눈물지으며 분노했습니다. 무려 5년에 걸쳐 4번이나 재판부가 교체되었고, 이 재판 직전에 교체된 새 재판부가 이미 작성된 판결문을 대독하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전 재판관들은 전원 상급기관으로 영전해 갔다는 뒷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 겨우 내려진 1심 판결의 결과는 어린 학생들과 동포들의 기대를 무참히 꺾은 어이없는 판결이었습니다.
이날은 기자회견장과 보고집회 장소에 어느때보다 많은 분들이 모이셨습니다. 일찍부터 법원 앞에 모여있던 학생들도 모두 돌아가지 못하고 변호인단의 판결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할 이유가 컸기 때문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이 재판의 중요성과 향후 대응에 대한 걱정을 읽을 수 있는 무겁고 복잡한 심경으로 그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변호사들은 설명에 앞서 먼저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울먹였습니다. 여느 재판때와 다르지 않게 변호인단은 눈물겨운 노력의 흔적이 묻어나는 인사로 시작합니다.
도쿄 중고 어머니회 회장님의 발언을 시작으로 교토, 히로시마, 후쿠오카에서 달려오신 조선학교 어머니들의 발언은 재판에 패소한 절망감보다 부당한 판결에 대해 끝까지 싸워나갈 거라는 굳은 다짐의 자리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들의 요구는 분명하고 의지는 단단하기만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어떤 희생도 각오하는 조선학교 어머니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외치셨습니다. 이 싸움은 분명히 우리가 이길거라고.
아이찌 조선학교와 학부모회는 성명서에서 5년전 원고가 되어 재판에 나선 10명의 학생들과 26회에 이르는 구두변론의 결과가 지금의 아베정권 아래에서는 한낱 정치문제의 구실이 될수밖에 없는 현실을 규탄했습니다.
일본학교 아이들이 소중하다면, 당연히 조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같은 기준으로 교육받아야 마땅하며 더욱이 '민족교육'이 이뤄지는 중요하고 유일한 터전인 조선학교를 판단하는 기준이 정치적 잣대라는 점을 여러 재판에서 보아왔듯이 이번에도 분명히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재판이었다고 성토했습니다.
하지만, <미래가 있는 젊은이>의 배울 권리를 보장하게 될 때까지 결코 물러서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의 정치, 사회에 뿌리깊게 남아있는 청산되지 못한 식민지의식이 조선학교를 비롯한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점, 또 이 재판이 극단적인 편견의 근원이 된다는 점을 잘 아는 많은 일본인들이 조선학교의 싸움을 응원하고 협력해 주고 있음을 밝히며 감사의 뜻도 전했습니다.
밤 9시가 넘은 시각, 결의대회의 마지막 순서는 아이찌조고 학생들이었습니다.
이날 재판을 처음부터 지켜본 조고생들은 부모님과 학교, 동포들과 선생님, 그리고 도움을 주신 일본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길고긴 싸움의 결과가 놀랍고 무섭기까지 했다고 말했습니다. 왜 조선사람이 조선사람으로 교육받는 것에 대해 법으로 판단을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고, 결코 학교생활의 즐거움과 민족의 뿌리를 배우는 공부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학생들은 다시 항소심을 제기할 것입니다. 싸움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말합니다.
5월 15일에는 히로시마 조선고교 무상화재판 항소심이 열리고, 넉달 뒤 9월 27일에는 오사카에서도 항소심 판결이 잡혀있습니다. 길고 어려운 싸움길에 나선 우리학교 아이들과 동포들에게 응원하고 있는 남쪽 고향사람들의 목소리가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고맙고 눈물납니다 정의는 반드시이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나쁜 새끼들 일본을 보고있으면 욕밖에 안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