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 시간을 아쉬워하는 학생들을 우리가 학교에서 배웅하고 어른들이 모여 불고기 모임을 했습니다. 효고 소풍을 성공으로 이끈 일본의 실행위원회 분들, 교원들, 졸업생들, 어머니회, 그리고
몽당연필 방문단이 학교 운동장에서 벌이는 불고기 파티. 동포 행사에는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교류모임이자
몽당연필 소풍의 전통이 된 여흥의 순간이지요. 올 해 불고기 모임은 두 지역으로 나누어진 방문단과 공연단의
호텔로 인해 예년에 비해서 조금은 짧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동포들과의 만남은 감동입니다. 짧아서 아쉬운
만남이었으나 그래서 더 훗날을 기약할 수 있는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날, 우리는 일본 특유의 습하고 더운 공기를 뚫고 ‘4.24교육투쟁 기념비’를 찾았습니다. 고베시 나가타미나미소학교에 위치한 기념비와 박물관이었습니다. 왜
일본 초등학교에 동포들의 유적비가 있냐고요? 바로 그 자리가 옛날 우리학교가 있었던 자리였던 겁니다. 이후 학교와 시의 협조로 이 ‘기념비’가 세워지고 유지될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마지막까지 지켜 온 민족교육의
생명줄. 그 생명줄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일년에 한번이라도 이렇게 우리학교를 찾아 일본 방방곡곡을
다닐 수 있는 것이겠지요. 다시 한번 그 당시 우리학교를 지켜주신 동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어서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준 ‘평양냉면’. 무려 90년 전에 동포들에 의해 세워진 나가타 마을의 평양냉면집. 어쩌면 옥류관 보다도 오래 되었을 이곳에서 맛본 시원한 평양냉면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어서 1995년 고베대지진을 잊지 않기 위해 일본인들이 세운 유적을
찾아 고베지진의 아픔과 극복을 공부했습니다.
‘소풍’은 해마다 딱 한번
일본의 어느 지역으로 떠납니다. 어렸을 때 학교소풍을 떠나면 그 전날 밤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거려 잠
못들던 기억. 매년 몽당연필 소풍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어떤 아이들을 만날까? 이번에는 어떤 어머니 아버지들과 함께 할까? 이
학교의 분위기는 어떨까?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만남은 또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까? 몽당연필 사무국으로서는 방문단, 공연단 여러분과는 또 다르게 매년
소풍을 준비하기 위해 그 지역 동포들과 만나고 학교와 만나 어떻게 하면 이번 소풍을 성공시킬까 함께 고민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 기대감들이 모이고 모여서 오랜 시간을 헤어져 살던 우리가 아무 거리낌없이 ‘하나’임을 확인하는 만남으로 이어지는 것이겠지요. 몽당연필의 소풍은 이제 일본의 우리학교와 한국을 잇는 ‘징검다리’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소풍을 다녀온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자기의 자리에서 ‘우리학교’를 알리는 전도사가 되고 그게
조금씩 커져서 남쪽에서도 우리학교를 기억하고 함께하는 이들이 더 많아지는 것, 소풍을 경험한 우리학교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동포들이 그 자녀에게 친구에게 ‘우리를
이해해주고 함께해주는 남녁 고향의 시민들’ 이야기를 해주며 ‘외롭지
않다’고 말하는 것.
벌써부터 효고 동포들이 그립고 내년 소풍에서 만날 얼굴을 떠 올리며 행복해지는 오늘입니다.
긴 후기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진 잘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냥 흐뭇하고 좋네요~
사진을 보니 가슴이 찡해오는게 감동입니다.
많은 여운이 남네요. . .
고맙습니다.